공공임대주택이 꼭 필요할까?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2020년부터 이동우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10분 독서 나우]라는 코너를 통해 새로이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SK, CJ 등 대기업 직원들에만 공급되던 이 교수의 콘텐츠를 신년부터 리멤버 회원들께도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10분독서 나우]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푸시 알림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러나 극단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이 아예 지어지지 않더라도 민간임대주택이 잘 지어지는 환경이라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1월 7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공공임대주택이 꼭 필요할까?

우리나라의 주택 정책을 토론할 때 늘 등장하는 이슈가 바로 정부가 지어서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입니다. 전월세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늘려야 굳이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줄어들어서 집값이 잡히고, 세입자들도 전월세 문제로 덜 힘들어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볼까요.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게 집값이나 임차료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합니다만, 공공임대주택의 임차료가 시중 임차료보다 훨씬 저렴한 게 시중의 임차료를 낮추는 데 과연 더 도움이 될까요?

주변 임차료를 낮추는 건 공공주택의 임차료가 아닌 공공주택의 물량

예를 들어 주변 월세가 100만원인 동네에 공공임대주택 10채를 지어서 월세를 30만원만 받고 공급하는 것이 월세를 70만원 받고 공급하는 것보다 임차료 안정효과가 더 크겠는가 하는 겁니다. 이런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월세 30만원이나 월세 70만원이나  주변 임차료를 안정시키는데 별 차이가 없다면 공공임대주택의 월세를 30만원 대신 70만원을 받고 그 차액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한 채라도 더 짓는게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 입니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의 임차료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세입자의 형편에 맞춰 그때그때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쪽으로 정책 변경을 검토한다는 소식 임대주택의 임차료 수준보다는 임대주택의 공급량이 더 중요하다는 가정 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가구가 사는 어떤 마을에 월세 30만원짜리 공공임대주택이 5채 있고 월세 100만원짜리 아파트가 5채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월세 40만원짜리 공공임대주택을 한 채 더 공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월세 100만원짜리 아파트 중에 한 곳은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또는 그 정도 월세를 받느니 그냥 집을 비워두겠다는 생각을 할 수준까지) 월세를 계속 낮추게 될 겁니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임차료를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겁니다(실제 현실에서는 월세가 낮아지다 보면 이웃 마을의 세입자들 중에 누군가가 저렴해진 월세를 보고 이사 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 한 채 더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이 월세가 60만원이라면 이 마을의 월세는 앞서 가정한 상황보다 덜 내려가게 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주변 월세가 내려가는 건 임대주택 물량이 한 채 더 늘어난 것의 결과일 뿐 그 새로 공급된 공공임대주택 한 채의 월세 수준과는 무관합니다. 동네 월세가 내려간 건 어쨌든 빈 집이 한 채 생겼기 때문입니다.

새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의 월세를 낮게 정하는 건 바로 그 집에 입주하게 될 바로 그 세입자의 월세 부담만을 특별히 한 번 더 낮춰주는 정책입니다. 그 집에 입주하게 될 세입자가 그런 지원이 꼭 필요한 계층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공임대주택은 그 주택의 임차료와는 무관하게 물량이 공급되는 것만으로 임차료 인하 효과를 가져온다 는 의미입니다.

이런 원리는 공공임대주택의 월세가 시중 월세보다 더 비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10가구가 사는 어떤 마을에 월세 30만원짜리 공공임대주택이 5채 있고 월세 100만원짜리 아파트가 5채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월세 150만원짜리 호화 공공임대주택을 한 채 더 공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월세 1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던 한 가구가 그 호화 임대주택으로 들어갈 것이고 월세 100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는 공실이 됩니다. (아까 월세 40만원짜리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된 것과 동일한 상황이 됩니다).  공공임대주택을 호화롭게 지어서 비싸게 공급하더라도 그 집이 공실만 되지 않는다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으로 인한 임차료 인하 효과는 마찬가지 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이 꼭 임차료를 낮추는 건 아냐

지금까지 기껏 그런 효과가 있다고 설명드리고는 이런 말씀을 드리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공공임대주택이 꼭 임차료를 낮추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임대주택은 그 수보다 더 많은 민간임대주택이 지어지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월세가 내려가서 민간 사업자가 집을 지을 유인이 적어집니다).

그래서  공공임대주택 1채가 낮추는 임차료는 그 집이 지어지지 않았다면 지어졌을 민간임대주택 1.X채가 낮추는 임차료보다는 그 금액이 작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오던 다른 나라들도 이런 효과에 주목하고 대규모 예산을 들여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보다는 민간 임대주택이 지어지도록 유도하고 생활이 어려운 계층에는 월세 쿠폰을 지급해서 월세 부담을 낮추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에 투자 많이 하는 한국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열악한 수준일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수는 전체 주택의 6.8% 수준입니다. 이 비율은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에 비해서는 낮지만 뉴질랜드, 호주, 독일, 노르웨이, 일본, 미국, 캐나다 등에 비해서는 높거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GDP 대비 공공임대주택 투자비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0.53%로 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이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가장 힘을 쏟고 있다 는 말입니다.

국민들 중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자기 집을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이 꽤 있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이들의 보금자리는 1. 다주택자 2. 정부 둘 중 하나가 공급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1번 공급자에게 그 기능을 의존해온 경향이 컸고,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2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1번 방식은 국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면서 정부 예산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임대료가 크게 오르내리는 게 단점입니다. 2번 방식의 장단점은 그 반대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정부 예산을 공공임대주택에 너무 투입하는 게 좋지 않다는 생각에, 우리는 임대주택 공급을 민간에 너무 맡겨놓으면 시장이 불안해진다는 생각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드린 대로 그 나라의 임차료 수준은 공공임대주택이 얼마나 많으냐 적으냐보다는 임대용으로 시중에 나오는 주택이 얼마나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공공임대주택의 숫자나 비중에 따라 월세가 달라졌다면 공공임대주택이 많은 나라의 월세는 매우 낮고 그렇지 않은 나라의 월세는 매우 높을 것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한 채도 없는 나라라도 민간인들이 월세 수입을 거두기 위해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집을 지으면 공공임대주택이 그만큼 공급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관건은, <경쟁적으로 집을 짓는> 환경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습니다. 

아,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공공임대주택이 많으면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고 그냥 민간인들이 짓는 민간임대주택이 많으면 가계부채나 민간기업의 부채가 늘어납니다. 정부 부채는 민간이나 가계부채보다 리스크에 잘 견딘다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공공임대주택을 필요로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저렴한 월세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월세가 싼 공공임대주택을 시장에 공급하면 월세가 저렴해지기 때문인데요. 그건 <월세가 싼> 공공임대주택을 시장에 공급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공공임대 <주택을 시장에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공공임대주택은 궁극적으로는 시중의 주택 공급량을 늘리지 못합니다. 반면 공공임대주택 대신 민간임대주택이 공급되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월세 인하효과는 동일합니다. 모든 집주인들은 누구나 월세를 많이 받으려는 욕심을 부리지만 시중에 월세집이 많아지면 월세를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낮아진 월세보다 더 싼 월세가 필요하다면 정부가 그런 계층에게 월세에 보탤 돈을 지급하는 것도 동일한 효과를 가집니다.

이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이 남으셨나요?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 드립니다.

데일리 브리프

외환보유액이 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작년 연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다시 한 번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외환보유액은 정부가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도 늘어나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서 정부가 보유한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유로화, 엔화 등)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할 경우에도 달러 단위로 표시되는 외환보유액의 금액은 늘어납니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집니다. 장점으로는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을 좀 더 안심시키는 효과 가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저렇게 외환보유액이 많다면 혹시 한국에 무슨 일이 생겨서 급히 탈출할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들고 들어온 달러를 못 갖고 나갈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점은  그렇게 많은 외환보유액을 다른 곳에 투자하지 못하고 늘 현금화가 쉬운 미국 국채 같은 수익성 떨어지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기회비용 입니다.

현금 없는 사회의 그림자

우리나라의 가계지출액 가운데 80%는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금으로 쓰는 경우는 20% 정도입니다. 스웨덴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현금을 제일 안 쓰는 나라가 된 겁니다.

현금 사용비중이 감소하고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 수단의 비중이 늘면 세금을 걷기가 용이해지고 지하경제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현금의존도가 높은 노점상 등의 매출이 감소하고 현금 받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계층의 불편도 커집니다. 정전이나 화재 등의 사고가 발생해서 신용카드 결제 통신망이 마비되면 경제활동이 극히 어려워지는 불편함도 따릅니다.

우리나라는 현금을 거부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우리나라보다 현금 사용비중이 더 낮은 스웨덴에서는 이미 다양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이다 보니 가게 종업원이 현금을 수시로 찾아다놓고 다시 예금하러 가는 일이 번거로워지자  현금 받는 걸 거부하기도 합니다. 

은행들도 현금을 찾는 ATM 기기를 줄여서 현금을 구하는 게 더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현금을 덜 사용하는 건 좋지만 이렇게까지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데일리 체크

은행들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인력은 1000명이 넘을 전망입니다. 은행은 최근 몇 년간 호황이었는데요. 그럼에도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이유는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인기를 끌면서 영업점포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둔화에 대비하기 위해서기도 합니다.

한 인테리어 업체가 조사한 결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30~40대 맞벌이 부부의 75%가 주택 인테리어에 1000만원 이상 쓸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집을 부동산 투자수단으로 여겨 집꾸미기에 큰 돈을 들이지 않았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주택을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매일경제의 분석입니다.

미국이 이란 실세 솔레이마니 장군을 암살하면서 유가와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란이 세계 원유 공급량 중 40%를 책임지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6일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 3월물 선물은 전장보다 2.3% 올라 70.1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2.3% 오른 온스당 1588.1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내렸습니다. 전 거래일에 비해 코스피는 0.98%,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9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01%, 홍콩 항셍지수는 0.87% 내렸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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