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화] 대리기사•택배기사도 근로자?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법원이 특정 대리운전 기사들이 대리운전 업체의 근로자라고 판결했습니다. 모든 대리운전 기사들한테 적용되는 판결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플랫폼 근로자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은 여전히 남습니다. 소득이 하위 20%인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11월 26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대리기사•택배기사도 근로자?

법원이 대리운전 기사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근로자로 간주하니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이 대리운전 기사들을 근로자로 본 것은 이 대리운전 기사들이 특정 대리운전 업체에 사실상 소속되어서 그 업체가 가져오는 대리운전 일감을 처리했고 이 업체 외에 다른 업체의 대리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그런 식으로 운영되는 대리운전 업체들도 있습니다).

– 그럼 이제 모든 대리운전 기사가 한 업체의 근로자가 되는 건가요?

그러나 이 판결은 일반적인 대리운전 기사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판결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대리운전은 대리운전 업체(예를 들면 1588-0800)가 손님들의 대리운전 요청 전화를 받으면 그 요청 전화를 수천명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온라인 공간에 그 요청을 던지게 되고 먼저 그 요청에 응답하는 대리 기사가 그 대리운전 일감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이런 온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업체도 따로 있습니다) 그러니 대리운전 회사는 전화받는 직원들만 있고 대리 기사는 한 명도 없는 게 일반적입니다. 단골 고객이 전화를 해서 좋은 대리기사를 보내달라고 해도 어떤 대리기사가 그 일감을 가져가게 될 지는 그 업체조차 모르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어떤 회사에 속하는 직원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1588-0800 에서 보내준 요청을 받아서 대리운전을 했지만 내일은 1566-0000 에서 보내준 손님을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속이 있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퀵서비스 기사와 음식 배달 오토바이 기사도 똑같은 구조입니다. 일부 업체에서는 전속 배달기사를 두고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게 근로자로 간주되어 부작용이 생기면 굳이 전속 기사를 두지 않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면 그만입니다.

과거의 회사들은 일이 있든 없든 매일 근로자를 출근하게 만드는 게 필요했습니다. 일단 근로자가 출근을 해야 일감이 생기더라도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자동차 회사 포드가 근로자들의 일당을 주변 시세의 4배가 넘는 5달러를 지급한 것은 안정적인 근로자 수급이 제조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 상황이 이렇게 급변한 이유는 뭔가요?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전국의 수천만명에게 <너 혹시 지금부터 두 시간 동안 일할 생각 있니?>라는 질문을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굳이 직원을 두고 대기하게 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근로자들도 그때 그때 일감을 골라서 마음에 드는 걸 할 수 있으니 특정 회사에 출근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렇게 한층 진화된 고용관계는  <그런데 이 노동자가 갑자기 다쳐서 또는 늙어서 일자리를 잃으면 누가 보호하는가> 라는 의문과 충돌하게 됐습니다. 요즘 계속 불거지는 플랫폼 근로자들의 근로자성 논란 이슈는 그런 맥락입니다.

그때 그때 일감을 골라가며 받는, 그래서 그 어떤 곳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래서 자기가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파출부라 불리던 가사도우미, 간병인, 일용직 근로자 등이 모두 하루 이틀 전에 <혹시 내일 일 나갈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고 고용인의 얼굴도 모른 채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그런 근로자들이 소수여서 별 이슈가 되지 못했던 것이  이제는 그런 플랫폼 근로자들이 약 50만명까지 늘어나면서 사회적 토론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소수일 때는 무시하던 이슈가 다수가 되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도 논리적이진 않습니다)

– 플랫폼이 근로자들의 고용주라고 간주하면 안 되나요?

현재까지는 플랫폼 근로자들이 특정 업체의 소속 직원이라는 법원 판결을 받는 경우는 대부분 그 특정 업체가 해당 근로자들에게 작업지시를 하거나 지각을 하면 수당을 공제하거나 하는 등의 ‘관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게 문제가 된다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얼마든지 철저한 플랫폼 근로자의 형태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늦게 출근하면 벌금을 매기지 않고 아침 시간에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배달 수수료를 올려서 보다 많은 배달 기사들이 그 플랫폼에 몰려들도록 하면 일부 기사들이 지각을 하더라도 플랫폼은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갑니다) 그럴 경우가 문제입니다. 이들의 4대보험 등의 사회보험이나 단체행동권 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이 궁해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사회의 논의는 <현행법으로는 규정하기 어려운 이런 모호한 문제가 있으니 법을 다시 만들자>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일감을 받아서 일하는 근로자는 어떤 기업의 소속이라고 규정해야 될까요. 과연 누구나 납득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리하자면
플랫폼 노동자들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그건 플랫폼 노동자들 중에 사실상 특정 업체에 전속으로 일하면서 작업지시를 받던, 엄밀하게 말하면 플랫폼 노동자들이 아닌 소수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판결들입니다. 빠르게 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지도 모르는 진짜 플랫폼 근로자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보호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대안이 없습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고도 궁금함이 남으셨다면?

어려운 경제. 쉽게 풀어드리고 있지만 그래도 궁금한 점이 있으실 겁니다. 오늘의 리멤버 나우를 보고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아래 글처럼 답해 드립니다. 이 링크를 눌러서 궁금증을 해소해보세요!

데일리 브리프

저소득층이 세금을 많이 낸 이유

‘비소비지출’이라는 용어는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긴 나가는데 소비활동으로 나가는 게 아닌 지출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세금이나 가족들에게 주는 용돈 등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비소비지출이 전체 소득의 25%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소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20%에 해당하는 집단도 소득의 4분의 1을 세금 등으로 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은 1년 전보다 30%나 늘었습니다. 저소득층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꽤 많으며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좀 이상하죠? 소득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 웬 세금을 이렇게 많이 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으로 분류되는 <소득 하위 20%>에 사실은 꽤 부유한(그래서 재산세를 많이 내는)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 집단에는 주로 노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득 하위 20% 그룹의 64%가 60세 이상 노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 되면 월급도 끊기고 연금도 거의 없어서 회사에서 퇴사하거나 자영업을 접고 은퇴하는 순간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지만  이들이 가진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자산은 꽤 많을 수도 있다 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OECD 1위일 만큼 빈곤한 노인이 많지만 사실 그 <빈곤한 노인들>중 상당수(또는 일부)는 일정한 소득이 적거나 없을 뿐 모아둔 자산은 꽤 있는 (그래서 전체 소득의 2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는 뜻입니다. (정말 가난한 노인들과 소득이 낮아서 그냥 1분위에 속해있는 괜찮은 노인들을 구별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데일리 체크

통계청이 매년 실시하는 사회조사 결과, 올해 처음으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워라밸)을 우선하는 이들이 일을 우선시한다는 이들보다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응답한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았고, 세대별로는 40대가 가장 높고 20대가 가장 낮았습니다. 청년층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직장은 국가기관, 공기업, 대기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수출량이 줄었지만, 친환경차(하이브리드∙전기∙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 수출은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10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넘게 뛰었습니다. 배경에는 유럽의 강력한 환경 규제가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내연기관차 퇴출을 목표하고 있으며,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줄며 교사 수요도 빠르게 줄고 있는데요. 고려대에선 사범대 학생 100명이 사상 처음으로 교생(교육실습생) 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선 실습을 꼭 마쳐야 해서 실습학교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직접 학교를 섭외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5년 후엔 초∙중∙고 학생 수가 36만명이 더 줄어 이런 일은 더 흔해질 전망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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