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에 대해 설명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한샘이 대리점에 판촉비를 전가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앞으론 판촉활동 전에 대리점과 사전에 협의하라는 요지인데요. 공정위의 주문이 현실적으로 본사와 대리점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10월 15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본사는 왜 대리점에 광고비를 떠넘길까

한샘이라는 가구업체가 판촉활동을 하면서 사전에 활동내용과 비용을 대리점들과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과한 바람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한샘은 공정위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행정소송으로 다퉈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본사와 대리점의 문제는 감정적으로는 대리점이 약자인 것 같고 규제해야 할 것 같지만 들여다볼수록 참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 한샘 본사가 판촉활동비를 전가하지 않게 하면 되는데 왜 어렵나요?

이 문제가 풀기 어려운 이유는 대리점은 사실상 노동력만을 제공해서 판매대행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본사는 제품의 디자인과 경쟁력을 모두 쥐고 있습니다.

한샘이라는 가구업체는 대형 건물에 가구 전시장을 만들고 한 층을 인테리어 전문몰로 꾸며서 인테리어 상담을 받습니다. 여기서 상담과 영업을 하는 직원은 한샘의 직원이 아니라 한샘과 대리점 계약을 맺은 대리점의 직원입니다. 그곳에서 발생한 매출은 한샘과 대리점이 나눠가집니다.

이 때 그 가구 전시장으로 손님들을 끌어오기 위해 각종 할인행사나 이벤트를 하면서 투입되는 비용은 본사와 대리점이 나눠서 내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매출도 본사와 대리점이 나눠가지지니까요.

문제는 그런 이벤트를 할 때 일일이 대리점들과 사전협의를 하라는 게 대리점업의 취지인데, 그 목적은 이해가 가지만 현실적으로 본사의 그런 이벤트를 대리점들이 반대를 하기도 어렵고 일부에서 반대를 한다고 그런 이벤트를 안 하기도 어렵습니다.

– 판촉행사 전에 대리점과 사전 협의하는 건 또 왜 어렵나요?

전국의 수백개 대리점들은 각자의 사정과 판단이 다 달라서 판촉 이벤트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게 당연합니다. 심지어는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일단은 반대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내가 반대하면 비용은 내지 않지만 판촉 이벤트는 그래도 하게 될 거고(판촉 이벤트는 전국 단위로 광고를 합니다) 그러면 손님들은 더 올 거고 나는 추가비용 없이 매출을 더 올릴 수 있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반대하는 대리점주가 있는 지역만 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판촉 이벤트를 못한다는 만장일치 제도도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은 본사가 사실상 통보를 하고 대리점들은 이에 따르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걸 또 문제 삼으면 본사는 대리점과의 이익 분배 비율을 바꾸거나 판촉비용은 본사가 부담하되 대리점 가입비를 늘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대리점의 실질 비용 부담은 사실상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도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걸 이유로 내세우지만 사전 협의를 한들 대리점들의 거부권이 없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 그럼 본사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건가요?

물론 본사에서 늘 알아서 판촉 계획을 세우고 비용은 대리점들이 부담하는 현재의 방식도 문제는 있습니다. 그럴 경우 본사는 판촉에 필요한 비용을 부풀려서 대리점들에게 청구하고 본사는 사실상 비용부담을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예를 들면 신문이나 방송에 행사 광고를 하고 광고비의 일부를 본사나 대주주가 리베이트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본사의 이런 부정 가능성을 막아야 할 필요는 있지만 본사가 주도적으로 판촉행사를 기획 실시할 경우 대리점들이 이걸 매번 감시하기도 어렵습니다.

–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나요?

본사와 대리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판촉행사를 자주 해서 손님들이 전시장에 자주 오면 그건 당장의 판매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본사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생깁니다. 그러나 대리점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 브랜드와는 이별입니다. 본사 브랜드의 미래가치를 올리는 일에 대리점들이 협조할 이유는 적습니다.

그러나 제품의 디자인과 브랜드를 모두 본사가 제공하고 대리점들은 영업활동만 하는 상황에서는 대리점들은 선택의 한계가 있습니다. 독립 자영업을 하지 않고 손쉬워보이는 대리점을 선택한 것에 따른 비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를 공정거래위원회가 규범으로 강제하는 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는 데에 우리의 고민이 있습니다.

– 프랜차이즈를 우리나라만 하는 건 아닐텐데, 선진국들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를 대개는 각자의 민사소송의 영역으로 맡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문제를 행정법으로 규제합니다. 그러니 매번 케이스별로 논란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고 기업이 그 건을 소송으로 가져가면 결과가 자주 뒤바뀌는 일이 생깁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공정위는 본사가 대리점과 사전 협의를 하라고 했지만, 실질적인 사전 협의는 앞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에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사전 통보만 하는 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방식은 사실상 현재의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리점들과 사전에 만장일치로 합의하라고 요구하면 대리점들의 권한은 커지지만, 그러면 본사가 대리점을 없애고 본사 직영점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리점주들의 생존수단의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다양한 유통구조와 판매방식이 존재해야 경쟁이 더 늘어나고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경쟁 촉진의 원리가 오히려 반감되는 셈 입니다.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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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미∙중, 드디어 휴전?

미국과 중국이 ‘스몰딜’에 합의했습니다. 두 나라의 협상 기류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난 8월 말에 꺼냈던 강경한 카드들 가운데 일부는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주고 받은 것을 요약하면 미국은 중국산 제품 가운데 일부에 대해 25%에서 30%로 관세를 올리기로 한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중국이 약간 유리한 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산 농산물은 안 그래도 중국이 필요로 하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역시 8월 말에 던진 카드를 회수한 것이니 새로 내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중국을 공격하면서 얻어낸 게 별로 없다는 점은 트럼프에게 부담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금융시장의 흐름 가운데 눈여겨볼 점은 미국∙독일 국채 금리 등 선진국들의 채권금리가 올랐다(채권 가격은 하락)는 것입니다. 경기회복 가능성, 위험자산으로 자금 흐름 가능성 등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싸이월드 망하면 내 도토리는?”

싸이월드가 갑자기 폐쇄되면서 저장해둔 사진 등을 어떻게 하느냐는 민원이 많습니다. 싸이월드 측은 서비스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일 문을 닫을 경우엔 금융회사가 문을 닫을 경우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비슷한 문제가 생깁니다. 그 중에서도 돈을 받고 판매한 사이버머니(도토리)에 대한 환불 문제도 논란거리입니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나 핀테크업체들, 인터넷 쇼핑몰들이 고객들을 묶어두기 위해 미리 돈을 받고 판매한 각종 포인트나 캐시들은 회사가 망하면 돌려받지 못합니다. 포인트나 사이버머니를 발행할 때는 제3의 기관에 그 금액만큼의 실제 현금을 예치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망하기 직전의 어려운 회사들은 각종 할인 이벤트를 동원해서 포인트나 캐시 적립 이벤트를 벌이다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증세가 힘든 이유

상속세나 증여세가 없거나 면제범위가 큰 나라의 영주권을 따기 위한 투자 이민이 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은 상속세가 없고 미국은 약 100억원 이하의 상속이나 증여는 세금이 면제됩니다. 20~30억원 정도의 자산에도 수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투자이민에 필요한 비용보다 세금이 더 무겁습니다.

투자이민의 대부분이 이런 세금 회피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솔루션은 이런 ‘세금 쇼핑’을 막기 어려운 한계 때문에 늘 벽에 부딪칩니다. 많은 나라들이 세금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재산세가 아닌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올려서 충당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데일리 체크

우리나라의 국부펀드(KIC)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해외의 외국 금융회사에 주로 맡기는 바람에 수수료가 외국으로 흘러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습니다. 국부펀드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환보유액 가운데 일부를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했다가 언제든지 현금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국부펀드는 수익률 자체를 끌어올려 정부가 보유한 외환의 절대액을 늘리는 게 목적입니다. 외국 금융회사가 자산을 더 잘 굴린다면 수수료를 더 주더라도 외국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지만 그 판단을 할 만한 데이터가 충분한지는 의문입니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플랫폼 업체들이 부업 배달 기사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부릉, 바로고 등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는 모두 부업 기사를 활용하고 있거나 관련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배달 수요는 급증하는데 전업 배달기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배달업계가 잇달아 ‘긱 이코노미(임시 계약직에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쏘카가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내년부터 제주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합니다. 이 업체는 제주 공항 근처에 쏘카 차량들이 모인 곳과 공항 사이 2.5km를 왕복할 예정입니다.

이진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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