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9.금]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내린 이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습니다. 시장에선 인하 시점을 8월로 점치고 있었는데요.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내린 이유와 그 여파를 설명 드립니다. 퇴직연금을 은행 예금에 방치하지 말고 자산운용사가 굴리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7월 19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한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내린 이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습니다(1.75%→1.50%). 시장에서는 다음달쯤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지만 기대보다 한 박자 빠른 금리인하 결정이 나왔습니다.

– 금리를 왜 내렸죠?

지난 5월에만 해도 아직 금리 인하를 거론하기는 섣부르다는 입장을 밝혔던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 이유는 2개월 사이에 경기 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난 5월에 있었던 한은의 금리인하 불가 입장이 다소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말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뜬금없이 단행했던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금리를 다시 내려야 할 상황이 가능하면 오지 않기를 희망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이유는 생각보다 경기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 입니다. 반도체 가격 하락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설비투자도 지연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춘 것과 함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도 1.1%에서 0.7%로 크게 낮추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2%로 큰 폭으로 하향했습니다. 일본과 무역분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경기 둔화 가능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금리를 낮춰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지난 3월 말에 이미 기준금리였던 1.75%를 하회했고 6월부터는 1.50% 아래로 내려와서 기준금리를 2회 정도 내리는 것을 미리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이 7월 말에 금리를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미국보다 앞서서 금리를 내린 이유는 뭔가요?

시장의 전망보다 한 발 앞서서 7월에 금리를 내린 것은 2가지 효과를 가집니다. 기왕 8월에 내릴 금리였다면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까운 7월 말 미국의 금리인하를 굳이 확인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림으로써 한국은행은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밝히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형식적으로나마 미국보다 한발 앞서서 금리 결정을 한 것은(이번 금리 인하가 지난해 말 금리를 올린 것을 교정한 게 아니라는 가정이면) IMF 외환위기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7월에 금리를 먼저 내리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한 번 더 내릴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시장에서는 실제로 이번 금리 인하 단행으로 10월에도 금리가 한 번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금리가 낮아져서 시장에 돈이 풀리면 부동산이 다시 오르는 거 아닌가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이미 대출 규제 등으로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있어서 금리 인하가 시장에 큰 변화의 동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국지적 흐름을 겨냥해서 전국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를 바꾸는 정책은 애초부터 효과적이지 못한 카드였습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8~2.9%로 짐작했던 기존 전망에서 2.5~2.6%로 하향조정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의 과열이나 거품의 부작용 없이 도달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입니다. 학생으로 치면 평소 성적 같은 개념이죠. 정확하게 계산할 방법은 없고 다양한 방식으로 짐작하게 되는 수치인데,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면 잠재성장률도 떨어진 것으로 추측합니다.  (시험을 자주 망치면 그게 실수가 아니라 평소 실력이라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인 것과 비슷합니다)

데일리 브리프

퇴직연금도 국민연금처럼 운용하자고?

금융투자협회(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이익단체)가 올해 중점사업으로 기금형 퇴직연금과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퇴직연금은 현재는 가입자가 스스로 자신의 퇴직금 주머니를 관리하고 굴리는 구조인데요.  기금형 퇴직연금은 그런 퇴직금들을 한 곳으로 몰아서 국민연금처럼 전문가들에게 굴리게 하는 겁니다.  국민연금도 국민연금공단이 그 돈을 모두 굴리는 게 아니라 대부분 여러 자산운용사들에게 분산해서 나눠주고 그 돈을 굴리게 합니다. 퇴직연금도 그렇게 하자는 의미입니다.

디폴트 옵션 역시 각자 개인이 알아서 굴리는 퇴직연금의 개념에서 벗어나자는 의미인데요, 개인들이 특별히 지시나 언급이 없으면 그냥 보통예금 등에 방치되는  퇴직연금을 개인들의 특별한 지시나 언급이 없으면 ‘금융회사가 미리 정해놓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따라 퇴직금이 투자되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 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고객들의 퇴직금을 맡아 굴리게 될 가능성이 커져서 일감이 많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기존의 구도를 그대로 유지해서 역시 자신들의 일감을 지키려고 할 겁니다. 퇴직금은 수익률보다는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입니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자는 쪽과 현재 상태로 그대로 두자는 쪽의 의견이 꽤 강하게 대립되는 토론이 자주 벌어지게 될 텐데요. 모두 국민들의 퇴직금 자산을 불리고 지키자는 목소리를 낼 겁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소속 기관’을 잘 살피시는 게 필요할 겁니다.

데일리 체크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한은도 금리를 내리면서 회사채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로 투자하려는 수요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3000억원을 모집했지만 1조5000억원의 투자 수요가, 현대제철은 2000억원을 모집했는데 1조8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신용등급이 좋은 대기업들은 3년물 회사채를 1.6%대 금리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90일 넘게 체류한 외국인 수가 81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이 중 40%가량은 최장 90일까지만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단기 비자로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당수가 불법체류를 한 셈입니다. 입국자의 국적은 중국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태국이었습니다.

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습니다. 전 세계 가입자는 270만명이 늘었는데, 시장 전망치보다는 절반가량 적습니다. 스트리밍 시장에는 디즈니와 애플, NBC유니버설 등이 진출을 앞두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다만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줄어든 건 경쟁 때문이 아니라 지난 1월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어제 시간외 거래에서 11% 떨어졌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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