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9만8000원,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은 9만7000원쯤에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이 더 비싸졌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입니다.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찾는 중국인들이 더 많아져서 그렇다는 겁니다. 똑같은 백화점 같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신세계백화점 물건이 더 좋게 느껴진다는 거지요.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단순한 백화점 상품권 가격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 현상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국의 환율이 시시각각 바뀌는 원리와도 동일합니다.  특정 백화점 상품권 가격이 오르는 이유와 유로화나 엔화∙원화의 환율이 오르내리는 원리가 동일하다는 말입니다. 

왜 상품권은 현금보다 쌀까

한 가지 질문을 드려보죠.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인데 왜 시장에서는 9만7000원에 거래될까요. 쉬운 질문입니다. 백화점 상품권으로는 백화점 물건밖에 못사지만 현금 10만원으로는 백화점 물건도 살 수 있고 백화점에서 팔지 않는 다른 것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A백화점이 그 백화점의 물건은 오직 A백화점 상품권으로만 구입할 수 있게 규정을 바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A백화점에서 파는 호떡이 맛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그리고 백화점 상품권은 A백화점에서 구입할 수는 없고 오로지 상품권 거래소 시장에서만 구입해야 한다면 10만원짜리 상품권은 11만원이나 12만원에도 거래될 것입니다. 호떡을 사먹으려면 그 백화점 상품권이 필요하니까요.  호떡의 수요가 커질수록 그 A백화점 상품권의 가격은 올라갑니다. 

반도체가 잘팔리면 원화가치가 올라가는 이유

이 현상은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가 인기가 있을 때 한국 돈 원화의 가격이 올라가는(달러∙원 환율은 하락하는) 원리와 동일합니다. 한국산 반도체는 꼭 한국 돈 원화를 줘야만 구입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외국인이 달러를 주고 반도체를 구입해도 반도체 회사는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꿔서 직원들 월급도 주고 재료도 사오고 해야 하니 반도체 팔아 벌어들인 달러의 액수만큼 원화가 소모됩니다. 그래서  반도체가 인기가 높아지면 반도체를 만들어 파는 반도체 백화점 대한민국의 상품권(원화) 가격이 올라갑니다. 

만약 A백화점의 물건값이 다른 곳보다 10% 하락하면(세일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A백화점 상품권의 가격은 10%쯤 오를 겁니다. 10% 오른 가격에라도 그 상품권을 사면 10% 저렴한 상품을 살 수 있으니까요.

대한민국의 물가가 다른 나라보다 낮아지면(다른 나라는 물가가 5% 오를 때 우리나라는 2%만 오른다면) 우리나라 돈 원화의 가치는 3%쯤 상승합니다. 백화점 상품권 가격이 오르는 이유와 똑같습니다.

A백화점 상품권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그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이 우수하든가, 저렴하든가, 기타 다른 이유로 매력적일 때입니다. 한국 돈 원화가치가 상승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수출품이 우수하거나 저렴해서 매우 잘 팔리든가, 아니면 우리나라가 기타 다른 이유로 투자하기에 매력적이라든가 하는 경우입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는 그 반대의 경우입니다. 수출이 안 되거나 물가나 인건비가 많이 오르거나 매력이 떨어지거나.

결국  각국의 통화가치는 각국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에 비례합니다.  파는 상품이 좋은 백화점의 상품권 가격이 비싸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목적을 지닌 암호화폐의 가격도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백화점 상품권 가격이 오르내리는 원리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코인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과도 흡사합니다. 가수의 음반이나 연예인의 굿즈이거나 뭔가 매력있는 상품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거래되면(그리고 그 상품이 오로지 그 생태계 안에서 그 생태계의 코인으로만 거래된다면) 그 블록체인 생태계의 거래가 활발해질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거래되는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면 그 블록체인 생태계의 상품권과 같은 역할을 하는 코인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원리입니다.

백화점 상품권에서도 그랬지만 상품권 가격이 올라가려면(현금 10만원보다 백화점 상품권 10만원권의 가격이 더 비싸지려면) 아주 인기 있는 특정 상품이 그 백화점에서만 팔리고 오로지 상품권으로만 거래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 특정 상품을 파는 상인이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인 상인이 굳이 그 백화점 상품권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그런 판매제한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오로지 코인으로만 구입 가능한 대단히 인기 있는 상품이 존재한다면’ 이라는 가정이 쉽게 현실화되기 어려운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