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월] 수표를 없애니 정부가 1조원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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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권이 나오면서 10만원 짜리 수표를 찾기 힘든 세상이 됐습니다. 5만원 권은 ‘지하경제’를 키운다는 오명을 받고 있지만, 의외로 정부에게 1조원이라는 큰 돈을 벌어다 준 ‘효자’ 이기도 합니다. 내년부터 은퇴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세상이 옵니다. 4월 1일 ‘리멤버 나우’ 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수표를 없애니 정부가 1조원을 벌었다

요즘은 수표 쓸 일이 많이 줄었죠? 예전엔 고액권이 필요할 때는 10만원권 수표를 지갑에서 꺼내기도 했는데 요즘엔 5만원권이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수십만원을 주고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휴대폰 모바일뱅킹을 사용하면 되니까 역시 10만원권 수표는 일상에서 등장할 일이 잘 없습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5만원권이 도입되기 전인 9년 전보다 10만원권 수표 사용건수가 10분의 1로 감소했습니다.

5만원짜리 지폐가 생겼으니 10만원짜리 수표가 덜 쓰이는 건 당연합니다. 특히 10만원짜리 수표는 쓸 때마다 뒷면에 이서하고 신분 확인하고 하는 불편함이 있으니 더욱 덜 쓰이는 게 당연하죠.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10만원짜리 수표가 사라지고 5만원짜리 지폐가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단순히 현상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부 재정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5만원짜리 지폐 덕분에 매년 1조원 정도를 정부가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

수표는 은행이 찍지만, 화폐는 나라가 찍는데?

무슨 소리냐, 5만원권 지폐를 발행하려면 돈이 들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법 합니다. 10만원짜리 수표는 은행들이 만들어서 썼으니 정부 재정과는 무관하지만 5만원짜리 지폐는 정부 기관인 조폐공사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장당 제조원가가 100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데일리 브리프

불황때, 정부는 돈을 얼마나 찍어 쓸 수 있을까

경기가 나쁠 때 할 수 있는 일로 인류가 지금까지 생각해낸 유일한 방법은 ‘정부가 돈을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이 전세계에서 그 일을 제일 자주, 많이, 잘(?), 계속 하고 있습니다.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세계 1위(233%) 입니다. 이 부채의 상당부분을 일본 중앙은행이 갖고 있으니 사실상 일본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일본 정부에게 쓰라고 준 셈입니다.

다른 방법도 없습니다. 국민 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다 정부가 쓰면 그만큼 국민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어서 경기가 나빠집니다.

그럼 언제까지 이렇게 정부가 돈을 찍어서 풀어댈 수 있겠느냐, 이 문제는 아직 인류가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일본은 GDP의 250%부근 까지 갔지만 다른 나라들은 또 다를 수도 있고 일본도 언제까지 이게 가능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

그 논란을 전한 소식이고요. 지금까지 일본 중앙은행이 찍어서 정부에게 빌려준 돈을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정부 부채비율을 0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주장도 간혹 등장합니다.

21%가 ‘고리대금’은 아니었다

퀵서비스 기사가 대출을 쓰면서 연 21%의 이자를 물고 있다가 서민금융진흥원의 바꿔드림론으로 갈아타면서 연 8% 후반으로 이자율이 낮아졌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운영하는 이 바꿔드림론의 대위변제율(정부가 빌려주고 퀵서비스 기사 등으로부터 못받아서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이 28.7%라는 소식도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100원을 빌려주고 29원을 손해봤으니 이럴 줄 알았다면 정부 자금의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30% 이상의 이자율을 적용했어야 했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대위변제비율 28.7%는 정부가 빌려준 돈이니 엄격하게 갚지 않아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때문에 현실보다 더 올라간 비율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시장에서 퀵서비스 기사 등 서민들에게 연 21%의 이자를 받고 빌려줬던 건 그리 과도한 이자율이 아니었다는 방증 입니다. 그 21%의 이자를 받아서 대부업체 직원들 인건비까지 냈어야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정부가 과도하게 높은 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낸 금융상품인 바꿔드림론은 역설적으로 시장에서 빌려주는 연 20% 넘는 이자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입니다.

이렇게 보면 정부가 지원하는 바꿔드림론은 그냥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주는 지원금인 셈입니다.  정부가 서민을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며 대부분 더 권장할 일입니다만, 얼마든지 서민들에게 낮은 이자율로 빌려줄 수 있는데 시중의 대부업체들이 과도한 이자율을 부과하고 있다는 전제는 거둬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은퇴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세상

이 소식이 전하는 그래프를 잘 보시면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은퇴자들(65세 이상을 은퇴자로 간주했습니다)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매년 70만명 가량의 은퇴자가 쏟아지는 건 우리가 처음 겪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게 시작입니다.  1970년생이 은퇴하는 2035년에는 100만명 가량의 은퇴 신입생이 쏟아집니다. 매년 은퇴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는 현상이 앞으로 거의 30년동안 계속 된다는 의미 입니다.

이들에게 뭐가 필요할 지 고민하고 제공하는 일이 앞으로 정부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고 비즈니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수요집단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의 노인들처럼 정부 정책에서도 핵심으로 부각되지 않고 비즈니스에서도 수요층으로 간주되지 않는 그냥 버려지는 세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역시 우리의 선택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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