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월] 서울 인구가 줄어드는 진짜 이유

<리멤버 나우>는 리멤버와 분야별 최고 수준의 경제 전문가들이 함께 만드는 ‘데일리 경제 콘텐츠 레터’ 입니다.

서울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집 값이 비싸서 서울에서 쫓겨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통상임금에 근거한 ‘수당’과 관련된 법원의 복잡한 판결내용도 정리했습니다. 2월 25일 ‘리멤버 나우’ 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서울 인구가 줄어드는 진짜 이유

지난해에 경기도로 새로 유입된(거주하기 위해 주민등록을 경기도로 옮긴 인구에서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전출한 인구를 뺀 수치) 인구는 17만명으로 이 가운데 40세 이하 청년층은 6만6000명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기도는 사람이 늘었지만 서울은 들어온 인구보다 서울 밖으로 빠져나간 인구가 더 많아서 서울은 11만명의 인구 감소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통계를 주거비가 비싸져서 서울에서 “쫒겨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통계는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아주 망할 지경’이 아니면 수당을 줘야 한다

근로자가 야근을 하거나 휴일에 일하면 야근수당과 휴일수당을 줘야하는데요. 그 수당을 계산할 때 “시간당 얼마로 계산하느냐”가 최근 노사간의 첨예한 논쟁거립니다.

종전에는 월급은 340만원을 받지만 기본급은 170만원이고 나머지 각종 수당이 170만원인 김대리는 야근 수당을 계산할 때 “한달에 170시간쯤 일하는 김대리의 기본급이 170만원이니 김대리는 시간당 1만원인 근로자이므로 김대리는 야근할 때마다 1만원에 50%를 더한 1만5천원을 준다”는 식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340만원이 월급이니 한달에 170시간 일하는 김대리는 시간당 2만원을 받는 셈이고 야근 수당은 거기에 50%를 할증한 시간당 3만원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논쟁은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결국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그 수당의 이름이 뭐든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계산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기본급만으로 통상임금을 계산해서 주던 회사는 갑자기 밀린 수당을 한꺼번에 주려니 난감해졌는데요. 그러던 가운데 회사가 아주 어려우면 그렇게 밀린 수당을 안줘도 된다(회사가 있고 나서 근로자도 있는 것이며 근로자들도 회사가 망할 지경인데 그런 요구를 하는 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요지의 판결이 2016년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판결은 다른 판사들에 의해 또 뒤집어졌습니다. 아주 망할 지경이 아니면 근로자에게 밀린 야근 휴일수당은 줘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만, 정말 어려운 회사는 그동안 잘못 준 휴일수당을 다시 계산해서 주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아차 근로자들이 낸 비슷한 소송에서 기아차가 너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니 밀린 수당을 주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재정상황이 아주 어려운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논리 여서, 일반적인 상식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 여하튼 최근 판결의 트렌드는 그렇습니다.

기업이 배당을 늘리는 이유

앞으로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이 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등이 배당을 적게 하는 기업들에게 배당을 늘리라는 압박을 하고 있고 기업들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서 배당을 늘리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게 그 전망의 배경 입니다. 이런 추측은 똑같은 회사 주식이지만 의결권이 없다는 이유로 주가가 많이 낮은 ‘우선주’가 좋은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는 투자전략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대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배당금에 대해서 대주주는 46.2%의 세금을 뗍니다. (대부분 고소득자들이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라 그렇습니다) 배당금의 절반이 세금으로 날아가는 것입니다.

배당을 많이 하면 주가가 올라가는데 그게 대주주 입장에서 좋을 게 없습니다(나중에 상속세만 많이 나옵니다). 회사에 현금을 많이 쌓아놔야 대주주가 그걸 대주주가 필요할 때 다양하게 쓸 수 있습니다. 당장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자사주를 사들여서 방어할 수도 있고 2세 승계 목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할 때도 회사에 돈이 있어야 몰아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압박이 이런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지가 관건입니다.

가계 부채 늘어난 것이 꼭 큰일은 아니다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부담이 꽤 늘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에 가계소득은 1년전보다 3.6% 늘어났지만 이자부담은 1년전보다 24%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소득이 크게 늘지는 않는데 이자부담이 꽤 늘어나면 다른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소비에 부담을 주게 되는데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대출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경기가 좋다는 의미이고 소비자들이 이자 부담으로 다른 지출을 줄이더라도 누군가는 그 좋은 경기를 활용하기 위해 대출을 더 받아서 투자를 하고 그 돈이 흘러들어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상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게 아니라 그러기를 기대하면서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통화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대출금리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기왕 늘어난 대출, 어차피 올라가는 금리라면 그건 걱정한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금리 상승이 지속될만큼 좋아진 경기를 어떻게 활용해서 투자와 소비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합니다. (이건 고민하면 많이 달라집니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집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집 한채를 살 때 필요한 부채 규모가 과거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과정에서 이사 수요나 부의 효과 등이 경기를 살리는 측면이 있지만 이렇게 늘어난 부채 부담은 그 잠깐의 장점을 장기적으로 조금씩 갉아먹습니다.(세상에 장점만 있는 묘약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부채가 늘어난만큼 그 돈은 누군가의 금융자산으로 함께 늘어납니다. (내가 돈을 빌려서 뭘 사면 그 돈은 결국 돌고 돌아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부채가 늘어난 것이 후회스럽더라도 고민의 방향은 이 엄청난 부채를 어찌하느냐보다 부채가 늘어난만큼 함께 늘어난 누군가의 금융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여야 합니다.

그 금융자산은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금고에 쌓여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해외 주식을 사는데 활용하고 있을 수도 있고 개인의 예금 통장에서 그냥 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부채가 늘어난 그 자체보다는 그 늘어난 부채에 대응하는 금융자산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더 생산적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반도체

세계 파운드리 3위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입니다. 반도체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 소식은 반도체 업계는 물론 한국 경제 전체에 상당한 시사점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반도체를 메모리(기억하는 반도체), 비메모리(연산하는 반도체)로 나눈다는 것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 중에 메모리는 한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요. 비메모리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위탁생산’을 뜻합니다. 누가 설계도를 주고 “이런 기능의 반도체를 만들어 주세요” 하면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시장의 선두는 대만의 TSMC 이고, 삼성전자는 1위와는 차이가 큰 4위 업체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은 비메모리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만약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를 산다면 꽤 ‘비벼볼 만한’ 2위가 됩니다 .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630억달러 정도입니다. 메모리반도체(1500억달러) 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상당히 큰 시장이고 성장세도 빠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되면서, 각종 반도체를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입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메모리 사업을 키우겠다”고 했는데, 이는 파운드리를 지칭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장을 먹으면 한국은 또 하나의 든든한 미래 먹거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물론 중국도 비슷한 생각을 할겁니다. (중국에도 SMIC라는 큰 파운드리 업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업체를 누가 사갈 것인가가 관심사 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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