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월] 부채가 많다는데, 왜 줄이질 못할까

<리멤버 나우>는 리멤버와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인 이진우 경제전문기자가 함께 만드는 ‘데일리 경제 콘텐츠 레터’ 입니다.

부채가 내년 글로벌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우리가 경제를 살릴려고 돈을 풀었으니 당연히 늘어난 것이고 문제이기도 하지만, 줄일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높은 아파트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됩니다. 2018년 마지막날 ‘리멤버 나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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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가 많다는데, 왜 줄이질 못할까

지금부터 약 100년전에 미국에서 발생한 대공황은 그 원인도 불분명하지만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관한 이론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데 금리를 올려서 대응하기도 했으니까요.

그에 반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불경기가 닥칠 때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시민들의 고통이 가장 적은가에 대한 비교적 실용적인 정책이 확립된 계기 였습니다.  금리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그 낮은 금리가 충분히 계속될 것임을 시장에 확신시키면 부채를 기반으로 한 투자와 소비가 다시 살아난다 는 겁니다.

‘제로금리’의 맹점

이 해법의 맹점은 3가지입니다(맹점이 3가지나 되지만 이게 인류가 창조한 최선의 해법이라는 게 참 답답하기도 합니다)

1. 이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금융기관에 대한 처벌이 충분하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나타났으며 앞으로도 나타날 것이라는 점

2.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결과가 다른 후폭풍으로 다가오지 않을지 걱정스럽다는 점

3. 미국 유럽 일본 등 해당국의 경제력이 강한 소수의 ‘준기축통화국’에서만 적용이 가능한 해법이라는 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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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아파트 더 높게 올린다

서울 도심에 새로 건물을 지어 올릴때는 상가나 사무실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더 많이 지을 수 있게 제도가 바뀝니다. 도심에는 높고 빽빽하게 집을 올리고 변두리에서는 낮고 시원하게 집을 짓는게 당연하지만 그동안 서울시는 도심 상업지역이라도 주택의 용적률은 400퍼센트를 넘지 말라는 규제를 해왔습니다. (100평의 땅에 짓는 주택의 각층 바닥면적의 합이 400평을 넘으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한 층에 40평을 넣으면 10층 이상은 못짓는 겁니다)

이걸 한시적으로 3년간만 600%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땅주인 입장에서는 평당 수백만원 정도의 건축비만 더 투입하면 평당 수천만원에 분양되는 주거용 시설을 종전보다 50%나 더 지을 수 있으니 만세를 부를만한 정책변화 입니다.

 서울시는 이렇게 만세를 부를 땅주인에게 규제 완화로 더 지어지는 주택의 절반은 서울시에게 “아주 저렴하게” 팔라는 요구를 정책에 함께 넣었습니다.  도심 땅주인들이 이에 대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입니다.

03

증여가 늘어나는 이유

증여세를 내면서까지 세무서에 증여를 했다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걸 세상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도 하지만 미성년자에게도 증여를 많이 할만큼 부의 쏠림과 부의 대물림이 늘어나고 있다는 중거로 보는 블편한 시선도 존재합니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있는 결과이지만 납세자들의 양심때문은 아닙니다 국세청의 세정이 더 꼼꼼해진 탓이죠. 그리고 이 정도의 자산이라면 결국 상속세나 증여세를 피해가지 못할거라고 판단되는 수준의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재산세나 양도세 절감을 위한 부부간 증여, 부동산 공시가격 상향을 대비한 사전 증여 등 요즘 자산가들 사이에는 ‘증여’를 검토해야 할 이유가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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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 ‘어린이 모시기’

백화점 들이 어린이 시설과 매장을 늘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키즈카페 등을 확대하고, 수유실 등 어린이 친화 시설도 늘리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의 유아 휴게실 공간을 기존보다 1.5배 늘렸습니다.

전반적인 매출 감소세에도 어린이 매출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황에도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한 소비는 잘 줄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워라벨’ 영향으로 부모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되면서, 유통업체들도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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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벨, 고령화, 경기불황에 신음하는 주류 업체

주류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보해양조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지난해부터 대형 주류, 위스키 업체들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워라벨’, ‘저녁이 있는 삶’ 등의 가치가 중요해 지면서 술 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외에도 수입맥주의 인기, 고령화에 따른 맥주 소비 감소, 경기 불황 등도 원인입니다.

다만 ‘고급’으로 분류되는 증류식 소주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보다는 ‘한잔을 마셔도 제대로’ 문화가 퍼지고 있어서 입니다. 증류원액을 사용하는 증류식 소주는 한병에 1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고가인데도 최근 3년간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커졌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같은 좋은 문화도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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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반도체 시장, ‘상저하고’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놓고 걱정이 많습니다. 시장 여기저기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한국은 전체 수출의 10분의1 이상을 메모리 반도체에 기대고 있으니 그럴만 합니다. 반도체 시장이 꺾이면 바로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내년 1분기가 조금 안좋을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증권가의 전망이 비슷합니다. 원래 1분기는 전통적 비수기 이기도 합니다. (보통 연초에 나오는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이미 전년 3분기 쯤이면 공급이 대충 완료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2분기 이후인데,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업계의 전망은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이긴 하나,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사양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서버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고, AI나 5G같은 신규 반도체 수요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내년 2분기 이후부터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최근 미디어의 분위기만 보면 내년 전망이 매우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글로벌 D램 시장 규모를 1645억 달러로 올해보다 0.3%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즉 역대 최고의 호황을 겪은 해랑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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