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 인텔, 엔비디아가 눈독들이는 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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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완의 IT산업 나우

애플, 삼성, 인텔, 엔비디아가 눈독들이는 이 기업

새로운 사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매각 대금으로 40조~65조원이 거론되고 있으니 거래가 성사된다면 반도체 관련 역대 최대 규모의 M&A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엔비디아(NVidia)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이지만 애플, 삼성전자, 인텔 등 현존하는 최고의 IT 기업 대부분이 기사에 언급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ARM이 어떤 기업이길래 이처럼 큰 이슈가 되는 걸까요?

일단, 반도체 시장 이해하기: 반도체 시장은 크게 종합반도체업체, 파운드리, 팹리스, 패키지∙테스트, 소재∙장비 등으로 구분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설계에서부터 칩 제조, 패키지까지 일관공정체계를 갖춘 기업들을 IDM, 즉, 종합반도체 기업이라고 하지요. 파운드리는 고객의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 칩을 주문, 제작하는 기업들을 말하는데 최근 인텔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어 이슈가 되고 있는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 1위 기업입니다.

한편, AMD,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파운드리 업체에 설계도를 주고 칩 생산을 위탁합니다. 팹(Fab, 공장)이 없다는 의미에서 팹리스(Fabless)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랍니다. 공장이 없다 보니 필연적으로 파운드리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독자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필연적 공생 관계입니다.

모바일 분야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 그런데 이러한 팹리스 기업들도 설계의 기본이 되는 명령어 시스템(ISA)을 필요로 하는데요. 모바일 분야의 ISA 최고 강자가 영국의 ARM입니다. 애플, 알리바바, 구글, 퀄컴, 삼성전자 등도 모두 ARM의 지적재산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버 등 고성능 CPU 시장에는 여전히 인텔의 x86이 대세이지만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ARM의 대항마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ARM은 처음부터 저전력에 최적화되어 개발되었기 때문이지요. ARM과 같은 기업을 팹리스와 구분해 칩리스(Chipless)라 부르기도 합니다.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 결정과 혼돈의 시대: 2016년 소프트뱅크가 234억 파운드(당시 한화 약 35조원)에 ARM을 인수했을 때 전 세계가 떠들썩했습니다. 통신 분야의 강자이자 마이다스의 손으로 알려진 손정의 마법이 향후 반도체와 IoT 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온갖 추측이 무성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위워크, 쿠팡 등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해 소프트뱅크도 자금난을 겪게 됐습니다. 결국 소프트뱅크는 지난 5월 알리바바의 지분을 매각했고 이번에는 ARM마저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ARM이 독립적인 기업일 때에는 대주주가 누가 되든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만약 이번에 ARM이 반도체 기업에 매각된다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때문에 모두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는 것입니다. ARM이 모바일 반도체 생태계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경쟁사가 ARM을 인수하게 되면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극단적으로 애플이 ARM을 인수해 삼성전자에 명령어 시스템(ISA)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은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누가 ARM을 가져갈까: 내로라하는 많은 기업들이 ARM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습니다. 우선, 소프트뱅크가 투자원금 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에 인수대금이 4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 부담이고요. 반도체 기업이 ARM을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등 독과점 심사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단독 인수보다는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2년 전 일본 도시바도 그렇게 매각됐습니다. 엔비디아가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주식 교환 등의 방법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독과점 심사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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