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요즘 서울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

새로운 사실: 요즘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금(전셋값)이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통계지표로도 56주 연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기 거주지역의 전세금 상승세는 더 가파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집값이나 금값은 하루에도 두배 세배가 오를 수 있지만 전세금은 갑자기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요가 갑자기 늘기도 어렵고(집 두채 세채를 전세로 사재기할 수는 없습니다) 공급이 갑자기 줄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전세의 공급이 감소하려면 집이 무너지거나 집주인이 집을 빈 집으로 비워둬야 합니다)

유독 서울 전셋값이 오른다: 그러나 전세금이 유독 빠르게 오르고 있는 서울 주요 지역에 한정해서 보면 전세금을 오를 만한 이유가 좀 있습니다. 특히 그런 지역들은 공급이 쉽게 늘지 않고 수요자들도 자금력이 꽤 있기 때문에 전셋집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전세금이 강하게 튀어오릅니다. 세입자들도 꽤 고소득자들이어서 ‘돈 많이 내기 경쟁’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게 됐다: 전세금에 변화를 줄 만한 요인 가운데 최근에 등장한 이유는 세법의 변화입니다. 전세의 공급자 중 하나인 1주택 집주인들이 과거에는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2년만 보유하면 1주택 비과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장기간 거주해야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도 전세를 살면서 보유한 주택도 전세를 주는 방식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대개 본인은 전세를 살면서 보유한 주택은 전세를 주는 경우 보유한 주택이 집값이 잘 오르는 인기지역일 가능성이 큽니다.(그러니 굳이 거주를 안 하면서도 보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기지역에는 전셋집이 줄어듭니다. 집주인들이 직접 거주하러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인기 있는 지역은 한정돼 있다: 집주인들도 두 집에서 거주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집주인이 살던 집은 다시 공실이 되고 그 집은 전세의 공급물량이 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세물량 공급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집주인들의 이동은 이론적으로는 전세의 수급 물량에 변화를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집주인들이 거주하려고 들어가는 지역과 집주인들이 살던 집을 비우고 전세 물량을 내놓는 지역의 전세금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로 인한 통계지표의 변화는 있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 있는 집은 팔리기 어려울 수도: 일부 지역의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전세금 상승요인이 될 만한 변화가 또 있습니다. 보유세가 오르고 시중 금리가 내려가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도 생겨났을 수 있습니다. 아예 집을 비워놓고 매각을 하려는 시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전월세 3법 등이 통과되면 세입자를 4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요. 때문에 시중의 아파트 매수 수요는 대부분 실거주를 위한 매수 수요로 바뀌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은 팔리기 어렵거나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빈 집으로 비워둔 후 매수자를 찾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오르는 전세는 브레이크가 안 듣는다: 전셋집이 10채가 있는 마을에 전세 수요자도 10명이라면 그 상황에서 전세금이 크게 오르거나 크게 내릴 일은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전세금도 가격이므로 수요자나 공급자의 심리에 따라 오르거나 내릴 수도 있지만 만약 전세금이 <내려갈 것 같아서> 전세가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하면 그 현상은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이유 없이 다른 지역보다 낮아진 전세가격을 보고 그 지역으로 수요자가 몰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세금이 <올라갈 것 같아서> 전세금이 오르기 시작하면 그건 심리적 요인에 따른 상승이지만 계속 오를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유 없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진 전세가격을 보고 그 지역으로 전셋집 공급자들이 몰리는 일은 쉽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 전세금이 오르는 이유는 미래에 전세금이 오를 것 같아서 집주인은 미리 올리고 세입자는 여기에 동의하며 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이런 현상은 수급의 변화가 아니라 오로지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더라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전세금 오름세가 꺾이는 경우는 수요자들이 그 지역에서 전셋집 얻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그 동네의 집 매물을 아예 사들여서 집주인이 되는 경우뿐인데요. 두 경우 모두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동네도 비슷하게 오르고 있고 집을 사는 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요즘 서울 주요지역의 전세금이 오르는 이유는 당장 수급의 변화가 생겼다기보다는(그런 요인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이 앞으로 전세금이 오를 것이라는데 동의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왜 전세금이 오를 거라고 믿을까: 전세금이 오를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이유는 전세의 수요자들은 일정한데 전세의 공급자인 다주택자들이 1. 집을 팔거나 2. 팔기 위해 비워두거나 3. 월세로 돌리거나 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경우 2번을 제외하면 전세금의 상승을 불러오는 수급의 직접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공급도 줄지만 그 집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는 전세 수요층에서 함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감소하므로 당장의 수급 변화는 없습니다)

오히려 최근의 전세금 상승은 <미래의 수급 변화>를 미리 현재 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집은 매년 조금씩 낡아서 사라지기 때문에 전세가 꾸준히 공급되기 위해서는 새로 지어지는 집도 다주택자가 구입해야 합니다. 서울의 자가점유율은 50%가 안 되기 때문에 서울의 세입자들에게 전셋집이 계속 공급되려면 새로 지어지는 집의 절반은 다주택자가 구입해서 세를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은 요즘 같은 세법이나 규제가 계속된다면 집을 새로 구입해서 세를 놓을 이유가 없습니다. (전세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놓을 이유가 없는 시스템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공급되는 새 아파트들은 모두 무주택자들이 구매하게 되고 다주택자들이 세를 놓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 이유입니다.

물론 다주택자가 구매해서 전셋집으로 공급하지 않아도 과거 같으면 세입자가 됐을 수요자들이 그 집들을 구매하면 전세의 수요도 함께 줄어서 전세금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전세의 수요지(A)와 주택의 구매지(B)는 다르고 대개 A지역이 더 인기지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A 지역의 전셋값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수도권의 인기 거주지의 전세가격이 요즘 오르는 이유입니다.

오늘의 이슈

경제 회복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

새로운 사실: 지난주에 발표된 우리나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3.3%를 기록했습니다. 예상보다도 더 부진한 수치였습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 소비가 모두 예상보다 나빴기 때문인데요.

😷쪼그라든 수출: 당초에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마비가 2분기에 정점을 찍고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생각보다 봉쇄조치가 오래가기도 했고(그래서 수출이 부진했고) 봉쇄가 풀린 후에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어서 주문이 늘지 못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부진했는데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1년 전보다 20% 감소했고 수출은 2002년 이후 가장 부진한 기록을 보였습니다.

📉내수도 부진했다: 내수 소비도 생각보다 나빴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발휘하긴 했으나 1분기에 비해 민간소비는 1.4%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1분기의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3.1%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재난지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도 아직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경기 회복 조짐은 안 보인다: 앞으로의 관건은 <생각보나 늦은 회복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입니다. 여기에 대한 명확한 컨센서스는 없지만 경기 회복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다는 신호가 강합니다.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 경우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아직 미국의 장기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은 연준의 국채 매입 등 인위적 금리 압박이 작용한 결과이지만 시장과 연준이 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회의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 연준이 최근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적자재정 운용을 위해 발행하는 국채가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되도록 돕기 위한 목적이 강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라면 시장만큼 커진 소스 시장: 케첩과 마요네즈 위주였던 한국 소스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스류 시장 규모는 약 1조9500억원 규모였는데요. 5년간 35% 커졌습니다. 라면 시장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먹방’ 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유명인들이 만든 ‘만능간장’, ‘만능 멸치육수’ 등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소스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 덕입니다.

👱🏻‍♂️외국인이 강남 아파트 산다?: 외국인들이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한국경제의 보도입니다. 지난달 서울 지역의 외국인 거래량은 418건이었는데, 이 중 강남구 거래가 49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이 총 몇 채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피인수 어려워졌다: 아시아나항공이 HDC산업개발에 인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HDC가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실사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지난해 말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파악된 데다 동의 없이 채권단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항공운영자금으로 차입했으니 다시 실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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