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장서 흔들리는 달러 패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석유 시장서 흔들리는 달러 패권

새로운 사실: 중국 돈 위안화로 석유를 거래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사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석유를 거래할 때는 거래 당사자들의 국적과 무관하게 미국 달러로 거래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달러로만 가능하던 석유 거래가 위안화로 이뤄진 이 사건을 두고 미국의 달러 패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위안화 석유거래가 왜 문제인가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원유 소비국은 석유를 살 때 미국 달러를 내고 석유를 사옵니다. 미국 달러가 전 세계 기축통화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혹시 유로화나 엔화로 석유를 사겠다고 하면 석유 판매업체는 그 거래를 거부하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석유의 거래는 미국 달러로만 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누구나 다 아는) 원칙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안화로 석유가 거래되면서 이 원칙이 깨졌으니 신기한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미국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해온 이유: 미국 정부가 그걸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강요가 통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 덕분입니다. 예를 들어 호주가 내일부터는 석유거래를 호주달러로만 해달라고 산유국들에게 요청한다고 산유국들이 그 요구를 들어줄 리는 없습니다. 미국의 요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준 겁니다.

그럼 미국은 왜 그런 요구를 했을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차대전 후 미국이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고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잡았을 때는 아무도 미국의 패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국 달러는 <금 1온스=35달러>라는 공식에 따라 언제든지 금과 교환할 수 있게 미국 정부가 보증하고 있어서 그 가치가 잘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초반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달러화의 안정성에 불안함을 느낀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자국이 보유한 달러화를 모두 금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미국에 하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은 오히려 1971년 8월 15일에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는 걸 중단한다>고 발표합니다. 달러화의 가치가 보장되던 끈이 끊어진 것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이제 미국 달러를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하고 미국 달러로 외환보유액을 보관하는 걸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만, 미국은 중동 국가들과 협상을 통해 석유 거래를 할 때 미국 달러만 받는 원칙을 세우면서 <달러를 가져야 할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석유를 구입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수많은 나라들은 달러가 믿음직하지 않더라도 달러를 쟁여놓게 됐습니다. 무역을 할 때 또는 외환보유액을 저장할 때에도 달러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필요할 때 석유를 사오려면 달러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로화가 등장하면서 유로화로 석유거래를 하려는 일부 산유국들의 시도가 있었지만 미국이 강력하게 통제했기 때문에 유로화로 석유거래를 하는 것도 어렵게 됐습니다.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중국도 달러를 계속 쌓아둘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여러 상품들을 만들어 넘기고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인쇄된 달러’를 받는 매우 불공평한 무역을 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그런 상황입니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까요: 그 질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볼 포인트가 있습니다. 미국 달러로만 거래하던 석유시장의 새로운 변화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거래 비중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과 함께, 석유라는 자원이 갖는 중요성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변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석유를 수입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운 시기여서 석유를 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국 달러를 꼭 보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장은 아니지만 석유시대가 언젠가 끝나면 석유를 미국 달러로만 살 수 있다는 원칙은 미국 달러의 패권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석유를 위안화로도 살 수 있게 됐다는 게 위안화의 파워를 상징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과거와는 달리 석유를 어느 나라 화폐로 구입할 수 있느냐가 국제통화질서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하는 때가 조만간 올 것이라는 뜻입니다.

🥊미국과 맞서는 중국에겐 큰 변화: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위안화로 석유를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집니다. 중국의 생존이 걸려있는 에너지를 수입할 때 사실상의 적국인 미국이 방해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위안화 거래 비중을 얼마나 늘려갈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오늘의 이슈

외면 받는 펀드

새로운 사실: 요즘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지만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뭅니다. 오히려 펀드를 해약(환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펀드에서 빠져나오는 돈이 많다보니 펀드에 담긴 종목을 팔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펀드의 수익률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즘 주식형 펀드 시장의 고민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지난 10년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매우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자산운용사들의 운용능력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주가가 한참 오르고 나면 펀드를 가입하는 이른바 고점 매수 투자자들이 많았던 탓도 있습니다.

📈빠져나간 돈은 ETF로: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ETF 같은 ‘모든 종목을 지수 비중에 맞춰 골고루 담는’ 상품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가총액이 높아서 지수비중에 맞추다보면 더 살 수 밖에 없는 종목이 더 많이 오르고 더 오르니 시가총액이 더 커져서 더 사야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 결과 ETF의 투자수익률이 높기는 하지만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사람들이 많이 사서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그 종목을 더 사야 하고 그래서 주가는 더 오르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확대된 고용안전망: 2025년부터는 누구나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2025년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저소득층 구직자에겐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내년부터 시행됩니다.

💵감세 카드 꺼내든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여세를 낮추지 않으면 행정부와 의회가 추진 중인 경기 부양법안에 서명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급여세는 한국으로 치면 4대보험과 비슷합니다. 사회복지를 위해 단일세율로 부과되는 세금인데요. 현재는 사회보장세 6.2%와 의료복지세 1.45%를 급여에서 거두고 있는데, 이걸 한시적으로 아예 걷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입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급여세를 4.2%로 낮춘 바 있습니다.

🤳중국 밖에 본사 세우려는 틱톡: 중국 기업이 만든 짧은 동영상앱 ‘틱톡’이 중국 밖에 글로벌 본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틱톡이 미국의 안보 위험을 구실로 틱톡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탓에 이미 인도 시장을 잃은 틱톡 입장에선 미국 시장까지 포기하게 되면 타격이 큽니다. 틱톡은 본사 후보지로 영국 런던을 고려했지만, 우선 보류됐습니다. 싱가포르와 아일랜드 더블린 등이 다음 후보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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