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풀려서 주식·부동산이 올랐다고?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돈이 풀려서 주식·부동산이 올랐다고?

요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물어보면 ‘코로나 때문에 시중에 푼 돈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고 설명합니다. 시중에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도 설명합니다.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모두 같은 말입니다.

돈이 정말 많이 풀렸을까?: 그런데 돈이 얼마나 더 풀렸기에(유동성이 얼마나 더 늘었기에) 그렇게 된건지 그 수치를 확인해보려고 하면 그 수치를 함께 제시하는 설명은 찾기 어렵습니다. 전국의 모든 가정에게 뿌려진 재난지원금 14조원은 새로 풀려나온 돈이 아닙니다. 정부가 국채 발행이나 과세 등을 통해 시중에 이미 존재하던 돈을 정부 주머니로 가져와서 국민들에게 다시 나눠준 겁니다. 그러니 그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이 더 늘어날 이유는 없습니다.

돈은 많이 안 늘었다: 결론부터 잠깐 말씀드리면 시중에 풀린 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건 틀린 말입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은 늘긴 늘었지만 평소 증가세보다 조금 더 늘어난 수준이고 그 증가폭도 미미해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눈에 띄게 들어올릴 규모가 아닙니다.

시중의 유동성을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양은 매월 매우 정확하게 집계됩니다. 여러 통화량 지표중에 현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MMF, 2년미만 정기예금 적금 2년 미만 금융채 등을 모두 합한 M2라는 통화량 지표는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3018조원인데 4월 한 달간 34조원이 늘어났습니다. 한 달에 1.1%가 늘었으니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이 2980조원일 때는 별로 안오르던 자산 가격이 3020조원이 되니 크게 오르는 건 늘어난 돈의 양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를 거 같단 조급함이 가격을 올렸다: 그럼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왜 무엇때문에 오르는 걸까요. 시중에 풀려있는 3000조원 안팎의 돈 가운데 ‘주식이나 부동산이 오를 것 같다’고 느끼는 돈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건 시중의 통화량 자체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로 생길 수 있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면 주식시장에 매수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말 27조원에서 최근에는 50조원까지 늘어났습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시중에 돌아다니던 돈 가운데 약 23조원의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왔다는 뜻인데요. 23조원의 돈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전체 통화량의 1%도 채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즉 시중에 돈이 더 풀리고 안 풀리고와 무관하게 이미 풀려있는 돈 가운데 1%만 주식시장으로 움직여도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이렇게 뜨거워진다는 뜻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이 오르는 건 돈이 더 많이 풀렸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풀려있는 돈 가운데 일부가 그런 자산에 투자하는 쪽으로 몰렸기 때문입니다.

💰풀리는 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시중에 풀려나오는 돈의 양은 매년 거의 일정합니다. 시중 통화량 지표를 보면 매년 비슷하게 증가합니다. 어느 해는 통화량이 줄어들고 어느 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매년 비슷하게 증가합니다. 그런데도 어느 해에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어느 해에는 매우 상승하는 것은 시중에 풀려있는 돈의 양 또는 그 해에 새로 풀려나온 돈의 양과 자산 가격의 움직임은 별 관계가 없다는 걸 알려줍니다.

가끔 관계가 있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 가계대출의 규모가 늘어나면 그러면 통화량도 늘어나고 주택 가격이 오릅니다. 그러나 그건 주택을 구입할 때 대부분 대출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연히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 대출이 늘어난 것이 주택 가격을 올리는 건 아닙니다. 대출을 전면금지해도 주택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으니까요.

자산가격의 움직임은 통화량과 무관하게 전적으로 ‘돈을 소유한 사람들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요즘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건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케이스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산 가격의 상승을 <돈이 풀린 탓>으로 보고 풀려나오는 돈의 양을 줄이거나(대출을 억제하거나 금지하면 풀려나오는 돈의 양도 같은 정도로 줄어듭니다) 재난수당 지급을 중단한다고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게 멈출 이유는 없습니다. 설명드린 대로 이미 풀려있는 돈의 아주 일부만 움직여도 자산 가격은 크게 움직이니까요.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서라는 설명은 그래서 틀린 설명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중 유동성을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라고 정의하지 않고 시중에 풀려있는 돈이 가진 에너지라고 정의하면 시중 유동성 때문에 자산이 오른다는 설명은 맞습니다.

문제는 돈이 많이 풀려서 자산이 오른다는 그런 설명과 해석을 많은 전문가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 말을 받아들이고 ‘이미 풀린 돈이 다시 회수돼서 그 양이 줄어들지는 않을 테니 풀린 돈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이 오른다면 부동산과 주식은 계속 당분간 오르겠구나’라고 생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 풀린 돈의 양과는 무관하게 부동산과 주식이 계속 오릅니다. 사람들이 ‘시중 유동성 때문에’ 계속 오를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자산시장=심리게임: 그러나 실제로는 시중에 풀린 돈의 양과 자산의 가격은 거의 무관하기 때문에 자산 가격을 좌우하는 변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산가격의 전망’일 뿐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은 자산시장을 둘러싼 심리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자산시장은 거의 언제나 늘 심리게임의 결과입니다.

🤑위험자산에 투자할 이유가 늘었다: 그럼 그런 심리는 왜 생기는 걸까요. 이게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질문인데요. 조금 전에 설명드린 ‘돈이 많이 풀렸으니 자산 가격은 당연히 오를 것’이라는 집단심리 이외에는 ‘저금리’가 그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금리가 낮으면 투자한 자산이 매우 조금만 오르더라도 투자의 보람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금리가 되면 다들 오를 만한 자산을 과거보다 더 자주 많이 찾게 되는데 주식이나 부동산은 늘 그런 수요의 타깃이 됩니다.

‘시중 금리가 1%이니 이 주식 또는 이 아파트에 투자했다가 연간 2%만 올라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지면 연간 2% 정도를 기대했던 수익률은 그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20%가 되기도 하고 200%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 주식이나 부동산이 오르는 이유입니다.

오늘의 이슈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

새로운 사실: 지난주에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경제지표는 미국의 고용지표였습니다. 6월의 실업자수와 실업률은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나왔고(시장 예상치 12.5%, 실제 실업률 11%) 6월의 신규 취업자 수는 480만명으로 시장 예상치 3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부정확해진 시장 예상치: 그러나 미국의 경기가 그러면 뜨겁게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신규 취업자 수의 시장 예상치가 300만명이었는데 실제로는 480만명이나 됐다는 것은 시장 예상치 자체가 매우 부실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과 분위기가 하루하루 다른 시장에서 미국 전체의 신규 취업자 수를 예상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예상뿐만 아니라 실제 통계치를 조사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평소에는 90%에 육박하던 통계 설문 응답률이 요즘은 60%대로 내려왔습니다.

6월 말부터 다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통계결과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실업률 조사는 매월 12일이 포함된 주에 실시합니다.

ETF인데, 지수를 안 따라간다?

새로운 사실: 올해 초 미국에서는 <액티브 ETF>라는 새로운 투자상품이 주식시장에 상장됐습니다. 원래 ETF는 미국의 S&P500 지수나 나스닥 지수, 또는 국제유가 등 특정한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를 의미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펀드를 마치 상장주식처럼 사고파는 것입니다.

정해진 지수를 수동적으로 따라간다는 점에서 그 ETF가 오르든 내리든 투자자들은 그 ETF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를 비난하거나 칭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종목을 담습니다. 그리고 그 종목 내역을 공개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펀드매니저만 믿고 따라오라는 펀드입니다.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가 그런 것이지만 주식형 펀드는 한달에 한 번 편입종목을 공개합니다. 액티브 ETF가 편입종목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이 ETF가 왜 오르고 왜 떨어지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깜깜이 묻지마 펀드가 됩니다. 이런 주식형 액티브 ETF가 미국 시장에는 최근 약 40개가 상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액티브 ETF는 국내에서는 그동안 채권형 ETF로만 거래됐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채권시장 흐름을 대체로 쫒아가면서 펀드매니저의 약간의 재량을 허용하는 정도여서 다양한 주식 종목을 매니저의 선택에 의해 편입하는 주식형 액티브 ETF와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도 주식형 액티브 ETF를 상장시키느냐, 편입종목 공개를 하지 않도록 하느냐의 문제로 요즘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종목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유: 편입종목을 매일 공개하라고 하면 펀드매니저는 ETF운용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며칠에 걸쳐서 사야 하는 종목도 있는데 대형 액티브 ETF가 편입한 종목이 공개되면 다른 일반 투자자들도 그 종목을 매수하면서 주가를 올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코로나가 바꾼 세계 부동산시장: 미국에선 5월 주택판매량이 폭증했습니다. 전월 대비 증가량은 사상 최대입니다. 자가 마련 수요는 꾸준한데,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이자 부담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선 수도권의 신축 맨션 공급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고급 맨션 시장의 큰손이던 중국 투자자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고가 전략을 유지하려는 부동산 회사들이 물량을 대폭 줄인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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