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돈의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

재테크란 돈을 잘 불리기 위한 투자활동을 의미합니다. 돈을 잘 불리기 위해서는 돈이 갈 곳을 한 발 앞서서 파악하고 미리 내 돈을 투자해 두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고 나면 뒤따라 들어오는 돈이 내가 구입한 자산의 가격을 올려줍니다. 재테크로 자산을 불리는 과정은 대부분 이렇게 요약됩니다.

🧭돈이 갈 곳을 알 수 있을까: 관건은 돈이 갈 곳을 한 발 앞서서 파악하는 것인데 돈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잘 관찰하면 그걸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개해드리는 몇 가지 뉴스들은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를 전하고 있는데요. 때로는 그 통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큰 오해를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소식입니다.

🏦은행에 맡긴 돈이 늘어날 땐: 미국 은행의 예금 잔액이 올해 들어서 약 2조달러 정도 늘어났다는 소식입니다. 미국 은행들에 예금된 돈은 작년 이맘때만 해도 13조 달러에 못미쳤는데 지난달 초에는 15조 달러를 넘겼습니다. 보통 미국 은행들의 예금 잔액은 1년에 1조 달러 정도 늘어나는 게 최근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상반기 반년 동안 2조 달러가량 늘었고 특히 지난 4월에는 8000억 달러가 늘어서 평소 같으면 1년 동안 늘어날 예금의 양이 한달 사이에 늘어버린 것입니다.

이 소식은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와 연결해서 사람들이 경기가 안 좋으니 돈을 안 쓰고 다들 은행에 예금으로 넣어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이렇게 은행 예금이 급증하는 것은 사람들의 투자·소비 심리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정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걸까: 그러나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볼까요. 은행에 예금된 잔액이 최근 6개월 사이에 2조 달러나 늘어났다면 이 돈은 작년에는 어디에 있던 돈일까요. 투자심리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사람들이 돈을 안쓰려고 해서 은행 예금으로 돈이 흘러들어왔다면 원래 그 돈이 있던 곳이 있었을텐데 그건 어디였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돈은 어디에 있다가 예금으로 흘러들어 온 돈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돈입니다. 돈이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은 두 가지인데요.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흘려보내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신용창출 과정에서 돈이 태어납니다. (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 받으면 그 순간 세상에 없던 돈 1억 원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돈이 원활하게 돈다는 뜻: 최근 6개월간 미국 은행의 예금 잔액이 2조 달러가량 늘어났다는 것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서든 중앙은행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직접 사주면서 시중에 돈을 흘려보냈든 새로 태어난 돈이 2조 달러쯤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저기 활발하게 돌아다니던 돈이 경기가 안 좋아서 은행 예금으로 숨어든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즉 이 소식은 미국 경기가 나쁘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에서 대출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증거입니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돈은 은행에 있다: 우리는 우리가 소비나 지출, 투자를 할 때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어딘가로 보내기 때문에 경기가 좋고 투자가 활발하면 은행 예금이 줄어들고 반대로 경기가 나쁘면 은행 예금이 늘어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경기가 좋든 나쁘든 은행 예금액은 일정합니다.

경기가 너무 좋아서 1억원짜리 자동차와 10억원짜리 아파트와 1억원짜리 다이아몬드를 사기로 했다면 내 통장에서 12억원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기가 좋으면 은행 예금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내 통장에서 빼낸 12억원은 나에게 자동차와 아파트와 다이아몬드를 판 사람의 계좌로 모두 들어갑니다. 예금의 총액은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내가 이 소비를 하는 과정에서 5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면 내 통장에서 사라진 돈은 7억원이고 나에게 아파트나 자동차를 판 사람들의 통장으로 들어간 돈은 12억원이므로 우리나라 은행의 예금 잔액은 내가 대출을 받은 금액인 5억원만큼 늘어납니다. 예금 잔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활동(대출)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금잔액은 경기가 좋으면 빨리 늘어나고 경기가 나쁘면 천천히 늘어납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처럼 경기는 나쁘지만 사람들이 미래를 대비해서 대출을 받아놓으려고 열심히 대출을 받으면 예금잔액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그걸 봐서는 경기의 흐름을 알기 어렵습니다.

🌊진짜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중요한 정보는 오히려 사람들이 돈을 어떤 예금에 넣어두느냐에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주요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최근 한달 사이에 24조원가량 늘었고 올해 초 이후로 보면 89조원이 늘었습니다. 반면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잔액은 4월에 2조원이 감소했고 6월에는 10조원이 감소했습니다. 사람들이 정기예금이나 적금에 들어있던 돈을 요구불예금(아무때나 찾을 수 있는 예금)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걸 정기예금 이자율이 낮아서 정기예금을 깨고 그냥 수시입출금예금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언제든지 주식이나 부동산, 채권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돈을 부동자금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예금이 늘어나는 것을 저금리로 인해 갈 곳을 잃어버린 돈이 많아진 불경기의 결과라고 해석하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오히려 경기가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상거래가 일어나면 돈을 받은 쪽은 그 돈을 수시입출금 예금에 넣어둡니다. 그 돈은 다시 그 상거래를 발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재료나 제품을 사들이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걸 정기예금에 묶어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요구불예금)잔액의 증가는 주식투자용 자금의 영향이 강합니다.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돈을 넣으면 그 돈은 증권사가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증권사는 그 숫자만 갖고 있고 그 돈은 증권금융이라는 별도의 기관에 보관되며 그건 은행의 요구불 예금의 형태로 보관됩니다. 그래서 주식투자용 자금(고객 예탁금)은 전액 요구불예금으로 분류됩니다.

요즘 돈의 흐름은?: 돈의 흐름을 지켜보면 돈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어디로 흐를지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는 실현되기 어려운 생각입니다. 세상의 모든 돈은 대부분 은행 예금에 들어있고 은행 예금은 묶어두는 정기예금 아니면 수시입출금에 들어있습니다. 수시입출금에 돈이 많이 몰리는 것이 적극적인 거래의 결과 또는 주식투자용 자금 증가의 결과인지 아니면 정기예금 이자가 낮아서 거액의 돈도 그냥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넣어두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1억원이 들어있는 요구불예금은 갈 곳 없어 그냥 놔둔 1억원일 수도 있고, 주식계좌에 들어있는 1억원일 수도 있고 오늘 오피스텔 분양으로 받은 1억원일 수도 있습니다. 예금의 형태와 그 금액의 증감이 돈의 흐름에 어떤 단서를 주지는 못합니다. 대개는 통계가 발표된 당시의 경기 상황에 따라 경기가 뜨거워서 요구불 예금이 늘어난다고 결과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경기가 냉각돼서 요구불 예금이 늘어난다고 역시 결과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미래의 돈의 흐름에 대한 단서를 주지는 못하는 통계라는 의미입니다.

오늘의 이슈

국채가 너무 비싸다

중위험 중수익 투자법: 포트폴리오 투자자로 불리는 투자자들이 시도하는 재테크 방식은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릅니다. 오를 만한 자산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어떤 자산이 오를지 모른다는 전제로 투자를 합니다. 주식과 채권을 6대4로 담는다든가, 주식과 채권과 현금을 3분의 1씩 담는다든가 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둡니다. 그러면 주식이 오를 때 채권 가격은 떨어지지만 나중에 주식이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올라서 손익의 등락폭을 줄여줍니다. 잃을 때 적게 잃는 게 장기적인 투자수익률에 도움을 준다는 개념입니다.

국채를 담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요즘 그런 투자에서 채권을 담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금리의 국채를 담아두면 주가가 내린다고 채권 가격이 오르는 걸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내려가는 불경기가 와도 금리가 더 내려갈 여지가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채권의 가격은 금리가 내려갈수록 오릅니다)

회사채가 대안?: 그래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내릴 여지가 있는(현재의 금리가 비교적 높은) 채권 상품을 찾아서 담고 있습니다. 다소 위험한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들이 그런 대안이 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결과는 미지수입니다. 경기가 악화되어 주가가 하락할 때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채권도 함께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과 부동산이 오르는 또 다른 이유: 최근 머니무브의 동인 또는 주식이나 부동산 자산의 상승 원인은 과거라면 안전한 채권으로 이동할 자금들이 더 이상 채권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저금리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인 편의점은 점장마저도 줄인다?

새로운 사실: 직원이 없는 편의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도 이런 점포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편의점에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 신용카드로 신분을 확인함으로써 도난과 미결제를 방지하는 방식입니다. 고객이 바구니에 담은 상품이 뭔지 계산한 상품이 뭔지 누락이 없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무인 점포가 바꿀 미래: 만약 이런 방식의 편의점 운영이 가능하다면 편의점의 비용구조와 수익률은 매우 달라질 것입니다. 인건비가 대폭 줄어들면 편의점 점주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도 늘어나지만 그러면 편의점 운영을 희망하는 점주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결국은 편의점 본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쪽으로 계약이 이뤄질 것입니다.

현재의 편의점들이 점주들이 본사와 동업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종업원 관리 등을 편의점 점주들이 해주기 때문인데 그럴 필요가 사라지면 편의점들이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기 시작할 수도 있겠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이스타항공 파산?: 이스타항공이 파산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제주항공이 임직원에게 체불한 임금과 미지급된 조업료∙운영비 등을 이스타항공이 책임지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스타항공은 이 조건을 지키려면 80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 자기자본이 바닥난 상태여서 자금을 확보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자동차 회사 몸값 1위는 테슬라: 테슬라가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자동차 회사가 됐습니다. 테슬라 관계자는 이 사건을 아마존이 월마트를 추월한 사건과 비교했습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기존 오프라인 쇼핑의 상징인 월마트를 추월했듯, 테슬라가 이끄는 전기차가 앞으로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다만 테슬라의 판매 규모는 아직 기존 대형 제조업체에 한참 못 미칩니다. 도요타는 지난 1분기에 240만대를 팔았지만, 테슬라의 판매량은 10만대에 그쳤습니다.

🤝만원 vs. 8410원: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높은 1만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들은 비혼 단신 노동자와 1인 가구 생계비 수준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상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지난 3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영 여건 악화 등을 거론하며 내년 최저임금을 8410원으로 220원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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