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브라질도 칭찬하는 시장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망해가는 브라질도 칭찬하는 시장

새로운 사실: 브라질은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위기에 빠진 나라들 가운데 그 상황이 심각하기로 첫 손에 꼽힙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 통제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면서 검사조차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서 세계 2위의 확진자 숫자 통계조차 의심스럽다(어쩌면 1위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했습니다. 브라질 주요 도시들도 다시 봉쇄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브라질에서 눈길을 끄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부실한 브라질 회사들의 회사채도 사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망해가는 브라질이 돈을 마구 찍는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회사채는 신용등급 ‘BB- 이상’ 범위에 있는 회사채인데 이들은 신용도가 매우 낮은 회사들입니다.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기로 결정하는 일은 매우 드물고 이례적인 일인데 심지어 그 대상이 신용도가 낮은 부실기업들인 데다가, 그런 결정을 한 나라가 요즘 전 세계에서 제일 불안한 브라질이라는 사실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직접 사들인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부실한 회사들을 지원한다는 뜻입니다. (돈을 함부로 찍어서 쓴다는 뜻입니다) 기축통화를 쓰는 미국도 이런 일을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안 그래도 불안한 나라 브라질이 이런 일을 하는 건 평소 같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브라질을 탈출하는 빌미가 될 만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이 소식이 발표된 후에 오히려 2%가량 올랐습니다. 시장이 브라질 중앙은행의 행동을 칭찬(?)한 것입니다.

🇭🇺브라질만 그런 게 아니다: 비슷한 일은 헝가리에서도 벌어졌는데 헝가리가 기준금리를 0.75%(사상 최저수준)로 낮추기로 했지만 헝가리 돈 포린트화의 가치는 별 변동이 없었습니다. 1주일 전만 해도 헝가리는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예측이었습니다만 오히려 금리를 내렸는데도 환율은 안정된 것입니다.

💵본격화한 달러 약세: 브라질과 헝가리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요즘 전 세계 어느 나라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쉽게 말하면 달러가 흔해서 넘쳐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고 아무리 불안한 일을 저지르는 나라의 통화도 가치가 안정적으로 움직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경기가 위축되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법으로 경기를 살리면 된다(이게 현대화폐이론 MMT라고 불리는 정책입니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 돈 가치가 휴지조각처럼 낮아져서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 나라를 떠날 것이라는 반론으로 그 주장을 억누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책을 시행한 브라질의 환율은 급등하기는커녕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어제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9.4원이 하락하면서 1199원으로 환율이 낮아졌습니다. 글로벌 달러 약세 시황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도 반영된 결과입니다.

🤔달러가치는 왜 떨어지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달러가 매우 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언제든지 달러를 충분히 공급해서 적어도 금융시장의 문제로 경기가 흔들리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매우 충실히 지키고 있는 것이 그런 변화의 계기가 됐습니다(그렇다고들 해석합니다).

그리고 달러의 반대편에 있는 통화들로 구성된 자산들(예를 들면 브라질 주식)이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항상 도와준다는 보장에 점점 신뢰가 가고 있으므로 어떤 회사도 투자하기에 불안하지 않습니다. 브라질뿐 아니라 터키와 남아공을 비롯한 10여개국의 중앙은행들이 요즘 브라질과 유사한 정책을 이미 가동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브라질은 뒤늦게 뛰어든 셈입니다.

🚰앞으로 계속 돈을 찍어도 될까: 문제는 이런 편안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냐는 점입니다. 미래의 언젠가 브라질에 투자한 사람 중에 누군가가 ‘브라질은 돈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찍어서 풀겠구나. 그러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서 결국은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겠구나. 물가가 오르는 건 돈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니 브라질 돈을 들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브라질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상황이 뒤바뀌는 건 순식간입니다.

물론 브라질이 돈을 찍어서 경기를 살리는 일을 일시적으로만 시행하고 멈춘다면 그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돈을 찍어서 쓰는 그 손쉽고 달콤한 수단을 정부가 한번만 써보고 그만둘 수 있을까요. 그런 질문에 대해 <세상 여러 나라들이 다 그렇게 절제하더라도 이 나라는 절대 그 마약을 끊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쉽게 드는 나라들부터 탈출이 시작될 것입니다. 정부가 돈을 함부로 찍어서 써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자제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자제력이 다른 여러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나기만 하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입니다.

오늘의 이슈

카드 인프라 열악한 나라들의 소비 진작 정책

🛒소비를 늘려야 한다: 요즘 많은 나라들이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는 것까지는 동의가 됐는데 정부가 돈을 어떻게 뿌리느냐는 방법론에 이르르면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8월 말까지 재난지원금을 모두 소진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신용카드 포인트로 지급하는 바람에 소비가 빠르게 늘어났지만 그런 인프라가 없는 나라들은 현금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그 돈을 저축하고 소비하지 않습니다.

📉대안은 부가세 인하?: 결국 부가가치세를 낮추는 정책이 소비 진작 카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독일에 이어 영국도 부가세를 낮추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영국의 부가세율은 20%입니다. 이걸 15%로 낮추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이 5% 인하된 것과 마찬가지가 되고 소비를 많이 할수록 세율 인하 효과를 더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백화점이 세일을 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한 상황이기도 하고 한번 낮아진 부가세율은 앞으로도 계속되기 때문에 굳이 소비를 앞당겨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신용카드 쓰는 한국의 강점: 독일도 이런 염려를 하면서 부가세 인하 기간을 올해 연말까지로 제한했습니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결제 인프라는 국민들에게 소비 진작을 위한 수당을 지급할 때도 다른 나라에서는 갖기 어려운 이점을 제공합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5%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며, 선진국들 중에는 충격이 가장 덜한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집주인이 일부러 집을 비운다?

서울에 빈 집 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거주자’를 우대하는 쪽으로 강화되면서 앞으로 생길 현상을 하나 예측해보자면 아마 ‘빈 집’이 많아질 거란 점입니다. 세입자를 받지 않고 그냥 빈 집을 놔두는 게 집주인 입장에서 유리한 선택이 되는 상황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를 들였을 때의 비용: 실거주자 우대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투자하려면 그 아파트에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규제입니다. 이 규제로 인해 살기 불편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전입신고만 하고 관리비만 내면서 실제 거주는 근처의 다른 주택에서 하는 집주인들이 꽤 많아질 것입니다. 빈 집으로 놔두는 비용보다 세입자를 받았다가 치러야 할 비용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자칫해서 2년 거주 요건을 못채우면 재건축 아파트가 새 아파트가 되는 걸 보지 못하고 공시지가 수준의 보상금만 받고 아파트를 팔아야 합니다. 실제 실거주를 입증하려면 전입신고를 해놓은 주택 근처에서 실제로 휴대폰도 쓰고 신용카드도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시도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집을 비웠을 때의 이점: 이밖에도 실제 거주하는 실거주자가 아니면 대출이 회수되거나 세금을 무겁게 내야 하는 규정들이 많아지면서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수요자도 대부분 실거주자일 것입니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수요는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됩니다. 집을 팔 생각이 있는 집주인은 집을 팔기 위해서는 그 집을 언제든지 실거주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놔야 합니다. 세입자가 들어있는 상황에서는 집을 팔지 못하거나 매우 불리한 가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입자를 내보낼 만한 자금력이 있는 집주인이라면 차라리 집을 비워두고 그 대신 그 아파트를 제값 받고 파는 게 더 낫습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집주인들이라도 집을 비워두는 선택이 더 유리하다면 어디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그런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되어 세입자의 4년 거주가 보장되면 세입자를 받는 순간 4년 동안은 집을 팔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2~3년 후에 집을 팔 계획이 있는 집주인이라도 2~3년간 집을 비워두는 선택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이민 막는 트럼프, 화난 실리콘밸리: 미국 IT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세계 곳곳의 인재를 수용해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구글 CEO 순다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리는 인도 출신 이민자이고,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 출신입니다. 애플과 구글, MS 등 대표 기업들은 외국인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미국의 자산인 다양성을 해친다고 성토했습니다. 다만 이미 비자를 받은 사람들이 추방되진 않으므로 IT 기업들이 실제로 받을 타격은 적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탓에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의 수도 이미 크게 줄어있습니다.

🖨코로나 특수 누리는 프린터 시장: 2014년부터 꾸준히 판매량이 줄고 있던 프린터 시장이 올해엔 이례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터파크에선 작년보다 프린터가 배 이상 팔렸고, 11번가에서도 12% 판매가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사모펀드 업계: 옵티머스자산운용이란 곳이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거둔 돈을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돌려막았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옵티머스는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취급한다고 내세웠지만, 실제론 비상장 기업의 사채 같은 위험한 자산에 투자한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조 단위 손실을 입한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비슷합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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