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은 어쩌다 이렇게 올랐을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금값은 어쩌다 이렇게 올랐을까

새로운 사실: 금값이 요즘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역시 금값의 향방에 대해서도 논쟁은 뜨겁습니다. 특히 금은 적정가격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자산이어서 예측이나 전망도 두루뭉술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금값 어디까지 오를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지만 모든 자산이 그렇듯 정확한 답 은 모릅니다. 내년에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가장 비싼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는 해석도 등장합니다. 오를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도 결국 요약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금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개연성은 있으나 근거는 없는 추측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래 금은 그런 자산이기 때문에 가격 전망의 근거가 부실하다고 타박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치 생산 못하는 금: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다른 자산들에 비해 금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차별성)은 금은 이자나 배당이나 월세를 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냥 존재 자체가 가치라고 인식될 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이라는 뜻입니다. 골동품이나 미술품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고흐의 그림 이 얼마가 적정가격인지 추산하기 어렵듯이 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500억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그 그림값은 500억원인 것이고 금도 온스당 1800달러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가격인 것입니다.

🧮다른 자산의 가격 산정법: 사는 사람이 내는 가격이 그 자산의 가격이라고 생각하자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도 마찬가지긴 합니다. 다만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일반적인 자산은 그게 왜 그 가격인지를 설명하는 비교적 명확한 논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매년 순이익을 100억원씩 내는 회사의 기업가치는 대략 2000억원 정도인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시중금리가 2~3% 수준이므로 매년 100억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약 3000~5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한데 이 회사는 순이익이 100억원이 나긴 하지만 그게 늘 안정적으로 나는 것은 아니니 약간의 디스카운트는 필요하니까 기업가치는 대략 2000억원 정도라는 식의 설명입니다. 물론 이 회사는 몇 년 후에는 200~300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으므로 더 프리미엄을 주자면서 기업가치를 7000억원이나 1조원쯤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업의 가치를 100조원 또는 100억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상해합니다.

그런데 금값은 온스당 10달러가 돼도 이상하지 않고 온스당 1만달러가 되더라도 그 결과에 시비를 걸 이론은 만들기 어렵습니다. 금값과 은값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그걸 은을 사야 할 기회라고 해석하는 투자자도 있고 금의 대세 상승기가 도래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은 왜 가격이 오를까: 아주 단순한 질문이지만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높게 나타날 때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투자대상으로 부각되면서 금값이 오릅니다.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데도 금값이 오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론도 있습니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같은 자산이 오르는 것과 전혀 다른 메커니즘인데 덩달아 오르는 것은 넌센스라는 설명입니다.

그런 주장을 인용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요즘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 때문인데 저금리 시대에는 동일한 이자나 배당이 나오는 자산이라도 과거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금은 이자나 배당이 나오는 자산이 아니면서 함께 오르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합리화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돈이 너무 흔하게 풀려있으니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 반작용으로 금이 오르는 게 아니냐고 반론합니다. 그러나 돈이 충분히 풀려있다면 그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돈은 아직 잠겨있다(세상에 나와있기는 하지만 활동성이 매우 떨어져 있다)고 봐야 한다는 반론과 다시 충돌합니다.

요즘은 통화량은 늘어나는데 물가는 왜 오르지 않는지, 물가는 안 오르는데 자산가격은 왜 오르는지, 물가가 오르지 않는데 금값은 왜 오르는지 등등 어떤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실물 투자는 줄었다: 최근 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특징은 실물 금보다는 금융상품으로 간접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물 금을 보유하려면 부가세와 수수료 등 15% 정도의 거래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최근 골드바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슈

은행의 예금 잔액이 크게 늘었다

새로운 사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예금 총액이 최근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미국 시중은행의 예금총액은 15조 달러인데 4월에 늘어난 예금만 8000억 달러 가량이며 올해 상반기에 늘어난 예금 잔액은 약 2조 달러 정도입니다.

예금잔액은 왜 늘었을까: 은행 예금잔액이 늘어나는 이유는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시중에 풀려나온 돈의 양이 늘어나는 경우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대출을 많이 받아가는 경우뿐입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더라도 그 돈은 은행들의 중앙은행 계정에 들어있을 뿐 시중으로 풀려나오려면 개별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대출을 많이 받아가는 시기는 대개 경기가 매우 좋을 경우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극단적으로 불안할 경우에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대출을 많이 일으킵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예금액 증가≠🩸돈맥경화: 예금액이 늘어나는 것의 원인이 사람들이 돈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고 예금해두기 때문이며, 이 현상이 불경기의 신호 또는 돈맥경화라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경기가 매우 좋아서 사람들이 돈을 여기저기 투자하거나 자산을 열심히 매입하더라도 예금총액은 계속 늘어납니다. 돈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투자하더라도 그 돈을 받는 사람은 그 돈을 일단 예금할 겁니다. 이 사람이 그 돈을 금방 찾아서 다시 투자하더라도 그 투자대상 자산이나 설비를 매각한 사람의 은행 계좌에는 다시 예금이 들어올 겁니다. 예금액이 늘어나는 것은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일 뿐 그 자체로 불경기나 호경기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불경기에 쏟아지는 많은 경제지표나 통계들은 그 인과관계나 상관관계의 결핍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경우에 불경기의 증거로 채택됩니다.

수출 효자 D램 가격의 추락

새로운 사실: 요즘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D램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4월 초 3.6달러이던 DDR4 8GB 디램은 요즘 2.8달러로 내려왔습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현물가격의 하락일 뿐이고 고정 거래 가격은 아직 내려오지 않고 있지만 하반기 D램 가격의 전망은 다소 어두운 쪽입니다. D램 현물가의 하락이 고정거래가격 하락의 전조 신호인지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긴 합니다. D램 생산량의 10% 정도는 현물시장에 풀리며 90%는 고정거래 가격에 맞춰 거래됩니다.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이유: 하반기 D램 가격이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빠르게 살아날 것 같지 않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반도체의 대부분은 서버와 휴대폰 생산에 쓰입니다. 휴대폰은 수년 전부터 시장 규모가 오히려 줄어드는 중이고, 서버도 생각보다 수요가 크지 않습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미 기존에 구축해놓은 서버로도 충분히 수요를 감당할 만한 수준입니다. (재택근무가 급증하는 바람에 서버가 마비됐다는 뉴스를 듣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상반기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과도하게 예상해서 실제 필요량보다 더 많은 양을 이미 주문한 기업이 많습니다. 당분간 D램 수요가 늘어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집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중단된 카풀: 국내 카풀 1위 업체 풀러스가 사업 중단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풀러스는 유상 카풀을 포기하고, 무상 서비스로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중개수수료를 포기한 겁니다. 작년 3월 사회적 대타협 이후 카풀은 출퇴근 시간(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에만 이용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출퇴근 시간만큼 이동 수요가 공급을 한참 상회하는 심야시간에는 카풀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풀러스는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출시를 준비했지만, 플랫폼 운송사업을 위해선 기여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의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고 전기차 살 때 조심할 것: 국내에서 양산 전기차가 판매되기 시작한 지 8년이 넘었습니다. 다만, 중고 전기차 시장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중고 전기차의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내용은 가솔린차·디젤차와 동일하며, 배터리·모터·감속기·전기시스템 등 전기차에 적합한 진단 항목은 없다는 점인데요. 전기차 가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성능이 심각하게 저하됐을 땐, 큰 돈을 물고 교체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진출하는 페이스북 숍스: 페이스북의 쇼핑 플랫폼인 페이스북 숍스가 어제 한국에 출시됐습니다. 페이스북 숍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안에서 쇼핑과 결제가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입니다. 판매자가 올려둔 구매 페이지 링크를 타고 가 결제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 비해 구매 절차가 간소해진 겁니다. 국내 SNS 점유율 1∙2위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한 쇼핑인 만큼 국내 쇼핑 업계에도 영향이 있을 듯합니다.

🇩🇪잠시 협력했던 벤츠∙BMW, 다시 갈라섰다: 벤츠와 BMW가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을 선언한 지 1년 만에 파트너십을 종료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유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개발하려 했지만, 진척이 더디고 양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벤츠와 BMW는 2024년까지 레벨4(일부 상황 외에는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한 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며 지난해 협력을 선언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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