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는 실력인가 운인가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장기투자는 실력인가 운인가

20년 동안 10배 오른 삼성전자 주식: 20년 전에 삼성전자에 투자했으면 지금은 투자금이 10배 이상 늘어났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그만큼 올랐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지금 주가는 50분의 1 액면분할 후에 5만원대이니 그때 주가로 환산하면 250만원이 넘습니다) 그보다 2년쯤 전인 IMF 외환위기 때 삼성전자 주가가 3만원대로 떨어졌을 때 샀으면 100배에 가까운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LG생활건강과 네이버도 최근 10년간 주가가 4배 이상 올랐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주식투자가 얼마나 큰 기회를 가져다주며 부동산 투자보다 얼마나 효율적인 투자인지를 설명할 때 자주 거론하는 사례들입니다. (주식투자는 차액에 대한 세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례들은 ‘투자 대상을 잘 골랐을 때’라는 꽤 어려운 조건이 붙습니다. 아파트도 지역에 따라 상승률이 크게 엇갈리긴 하지만 상승률의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인 흐름은 유사합니다. 그러나 주식 종목들은 잘못 선택할 경우 시가총액 10위권 내의 종목들도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10년 장기투자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1995년 이후 10년 주기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순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 뉴스입니다. 꽤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를 10년 전에 투자했으면 투자금은 3분의 1이 되어 있고, 한국전력은 30%쯤 손실 중일 겁니다.

여기까지는 사실에 대한 설명입니다만, 지금부터는 상상력과 주관적 생각이 많이 포함된 해석과 질문입니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의 소비 방식은 변한다: 일부 주식종목들이 매우 드라마틱한 투자수익을 가져오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돈 쓰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 습관이 생기면 돈을 버는 기업들의 종류가 순식간에 달라집니다.

반면 돈이 되던 사업도 경쟁자들이 들어와서 비슷한 제품을 생산해내기 시작하면 이익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철강과 반도체가 그랬습니다. 주식투자에서 크게 성공하는 케이스가 나타나는 이유는 주변의 몰락하는 기업들이 가져가던 이익도 살아남은 승자들이 모두 챙겨가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많이 오른 분당 아파트가 일산 아파트 주민들이 쓰는 온수나 맑은 공기를 가져가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주식투자는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경쟁사들과 다른 주변 산업의 변화를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은행의 주가가 저렇게 하락한 것은 20년 전보다 지금의 국민은행이 뭘 더 잘못하고 있어서는 아닙니다.

20년 전에 삼성전자에 투자할 수 있었을까: 다만, 그런 면밀한 분석이 얼마나 가능한 것인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20년 전에 삼성전자에 투자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큰 수익을 냈고 10년 전에 하이닉스에 투자했다면 지금 큰 수익을 거뒀겠지만 과연 그게 치열한 고민과 분석으로 그런 선택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치열한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덕분에 지금의 지위를 가진 것입니다. 10년 전에 독일 키몬다, 일본 엘피다 등과 치킨게임을 벌일 때 누가 쓰러질지 맞힐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살아남은 것인데 20년전에 지금의 삼성전자를 예견하고 어떻게 그보다 10년 후에 벌어질 반도체 치킨 게임에서 삼성전자가 살아나고 엘피다가 쓰러질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뭘 보면 그걸 맞힐 수 있을까요.

하이닉스는 심지어 망할 뻔했다: 하이닉스는 15년 전에는 망할 뻔한 회사였습니다. 원래 지금의 메모리 사업과 비메모리 사업을 함께하고 있었는데 당시에 비메모리 사업을 결국 팔아야만 했습니다. (그 비메모리 사업을 사들인 사모펀드는 그 사업부를 독립시켜 매그나칩이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그 회사는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지만 지금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사업 영역이 전망이 나쁜 영역도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의 상황이 된 것입니다.)

어떤 투자자가 그런 하이닉스에 투자해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거나 20년 전의 삼성전자에 투자해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그걸 선견지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운이라고 봐야 할까요.

18년 전에 코스닥 시장에 올라온 네이버는 고스톱 게임 등으로 돈을 벌던 회사였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 시장을 지금의 카카오에 흡수된 다음이라는 회사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음의 시가총액을 네이버가 추월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지금의 네이버를 예상하고 18년간 장기투자할 수 있었던 투자자가 있었다면 그걸 통찰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위험한 도박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요.

오늘의 이슈

일자리도, 인구도 줄고 있다

새로운 사실: 지난 5월에 우리나라의 제조업 취업자는 5만7000명이 줄었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서비스업 도소매업의 취업자들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일자리인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20대 취업자와 30대 취업자가 줄어들고 오히려 60대 제조업 취업자가 늘고 있어서 더 문제라는 분석입니다.

제조업 취업자가 감소하는 것은 나쁜 소식이지만 새로운 소식은 아닙니다. 제조업 취업자가 1년 전보다 감소하는 현상은 거의 2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4월에도 1년 전보다 4만4000명이 줄었고, 코로나 영향이 전혀 없었던 작년 5월에도 제조업 취업자는 재작년 5월보다 7만3000명이 줄었습니다.

제조업체들 가운데 해외로 떠나면서 생산규모를 줄이는 업체들,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일감 자체가 줄어드는 산업들에서 생기는 구조조정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정년퇴임 이전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근로기준법으로 인해 그대로 끌어안고 있던 잉여인력 때문에 정년퇴임으로 줄어드는 일자리를 같은 규모의 신입직원 채용으로 메우지 않는 상황 때문이기도 합니다.

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것은 빠른 성장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주력 산업이 빠르게 재편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낮은 임금이 경쟁력이었던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높아진 임금에 어울리는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빨리 위기를 맞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의 일자리가 유독 사라진 이유: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의 상당부분이 30대(-2.9만명)와 20대(-2.3만명), 40대(-1.9만명)에서 나타난 것은 젊은 직원들을 더 집중적으로 구조조정해서가 아니라(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인구구조 탓입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60세 이상의 인구는 작년보다 62만명이 늘었지만, 30대 인구는 14만명이 줄었고, 40대 인구는 6만명이 줄었습니다.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30대 제조업 취업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직원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직원들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바람에 연령대 분류가 바뀌면서 생긴 일입니다. 20대 인구는 제자리걸음이었으나 2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은 제조업체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기피했기 때문입니다.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간 서울

새로운 사실: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 시장이 매도자 우위 시장(사려는 수요가 더 많아서 파는 사람이 유리해지는 시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시장의 분위기는 지역마다 다르고 자주 변하는 것이어서 정확한 조사는 어렵지만 한국감정원이 매주 조사하는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겼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아지면 수요가 더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서울 이외의 수도권 비규제 지역이나 지방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도 최근 빠르게 오르고 있어 조만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에는 별로 오르지 않았던 지방의 아파트는 최근 일부 부동산 동호회 회원들이 단체로 원정투자를 다니면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전언도 나옵니다.

이미 강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비규제지역에는 규제지역에 적용하던 각종 세금 규제와 대출 규제를 시행할 수 있겠으나 이미 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서울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값 재상승세에 대한 대책은 마땅치 않아보입니다.

지방 비규제지역에도 수도권의 규제를 적용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최근의 투자방식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세입자의 전세금을 활용한 갭투자를 하는 상황이어서 세금규제도 대출규제도 먹히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법인을 설립해서 투자하는 게 불법도 아니고 개인의 투자금을 법인 출자금으로 투입해서 매수하는 단순한 구조여서 세무조사 등의 압박이 통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출 규제 역시 전세 세입자를 활용한 갭투자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법인이 주택을 사고 팔아 얻은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법인세와 별도로 보다 높은 세율로 부과하는 것인데(현재도 법인세보다 10% 포인트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은 적용되고 있습니다) 세법 개정 절차가 필요합니다.

ATM 줄이는 은행, 늘리는 편의점

새로운 사실: 은행들이 운영하는 현금지급기(ATM)의 숫자는 줄어드는데 편의점에 설치되는 현금지급기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은행권에서 줄어드는 현금지급기 숫자(최근 2년간 -1500대)보다 편의점에서 늘어나는 현금지급기(최근 2년간 +4000대)가 더 많습니다.

같은 ATM, 다른 태도: 똑같은 현금지급기를 운영하면서 은행들은 비용 부담으로 운영대수를 줄이려고 하고 편의점들은 늘리려고 하는 이유는 운영 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점포 수가 감소 중이어서 현금지급기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현금지급기에서 걷는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급지급기를 운영하는 것이 오로지 비용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편의점들은 현금지급기 사용 고객이 다른 상품도 구매하는 고객유인효과와 함께 출금 수수료에 대한 상대적으로 관대한 고객반응 등의 차이가 있어 현금지급기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경쟁자 인수 실패한 우버: 네덜란드 음식배달앱 ‘저스트이트 테이크어웨이닷컴’이 8조7000억원에 미국 2위 음식배달앱 ‘그럽허브’를 인수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음식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겁니다. 당초 3위 음식배달앱을 운영하는 우버도 그럽허브에 눈독을 들였지만 실패했습니다. ‘2위 업체와 3위 업체간 합병으로 독과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규제 당국이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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