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전세’가 도입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무기한 전세’가 도입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새로운 사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세입자의 영구 거주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금은 세입자가 원할 경우 2년은 거주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지만 이 규정을 확대해 2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발의된 모든 법안이 법률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특정한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유사한 법안과 통합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 법안을 양보용 카드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박의원의 발의안은 그 내용의 파격성 면에서 눈길을 끕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다른 임차인 보호정책(4년 계약제, 임차료 상한제 등)과 맞물려 다양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세입자가 원하는 만큼 살게 하자: 법안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세입자가 원하면 계약을 계속 연장해서 거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대 4년 또는 최대 6년의 거주기간은 세입자에게 보장하자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기도 합니다만, 박주민 의원의 발의안은 그 기간을 무기한으로 늘린 것입니다.

계약을 연장할 때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릴 수도 없도록 했습니다. 전세금을 두 배로 올리면서 계속 거주하려면 거주하라는 건 의미가 없는 보호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실행 중인 독일: 독일의 세입자 보호정책도 이와 비슷합니다. 사전에 정해진 기준(지역과 집의 면적, 관리 수준 등)에 따라 그 집의 월세가 정해지고 그 기준보다 10% 이상 더 받을 수는 없습니다. 연간 5% 이상의 월세 인상은 불가능하며 세입자가 월세를 밀리거나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한 세입자가 원하면 계속 거주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월세 수준을 국가가 정하는 상황이라면 집주인도 굳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다른 세입자를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집주인이 들어와서 살 경우에만 세입자의 의사에 반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때도 집주인이 꼭 그 집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를 입증해야 합니다.

독일에서 이런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는 연간 5% 수준의 월세 인상률이 독일의 물가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이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가 정착하느냐 아니면 여러 부작용을 수반하느냐는 같은 세입자를 계속 유지시키는 동안 임차료 인상률을 어느 수준에서 제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제한이 강해서 계약을 연장하는 세입자가 내는 임차료가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억눌린 상황이 되면 여러가지 편법과 부작용이 생깁니다.

임차료 억누르면 부작용이 생긴다: 집주인이 집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보수하는 이유는 높은 임차료를 내는 세입자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억제된 낮은 임대료를 받게 되면 집을 관리하지 않아도 세입자는 늘 있을 겁니다. 더 잘 관리한다고 더 높은 임차료를 받을 수도 없을 테니까요. 그럼 관리는 부실해지고 그런 주택이 밀집되면 그 지역이 슬럼화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시장 가격보다 낮은 임차료가 계속 유지되면 그 집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받고 집을 재임대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정책은 전세나 월세를 낮게 유지하는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합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고 세입자 수요가 줄거나 세입자에게 제공할 주택의 공급이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들이 느끼는 갑작스런 전세 인상을 일부에서는 집주인의 횡포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으나 어떤 집주인도 시장 가격보다 현저하게 비싼 전세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세입자의 무기한 거주권이 보장될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은 임대용 집으로밖에 팔 수 없다는 겁니다. 즉 집을 사서 거주할 목적이라면 오로지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을 매수하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결국 임대용으로 쓰던 집은 임대용 수요자에게만, 실거주용으로 쓰던 집은 실거주용 수요자에게만 팔아야 합니다. 세입자를 강제로 중간에 내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편함은 초기에는 주택 매수 수요를 위축시켜서 집값을 하락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로 인한 주택 매수 수요의 감소로 주택 공급(건설)을 줄어들게 합니다. 새로 짓는 주택이 줄어들면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할 만한 주택에 사람들이 계속 거주하게 되죠. 분가하려던 사람도 주택이 새로 지어지지 않아 분가를 뒤로 미루게 되며 그런 압력이 계속되다 보면 집값이 다시 오릅니다. 그럴 때 오르는 집값은 새로운 제도로 인한 거래의 불편함을 이미 감수한 상태에서 오르는 것이어서 또 다른 변수가 생겨야 안정됩니다.

주거 안정성 보호하는 효과도 물론 있다: 다만 계약갱신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집주인은 집주인이 생각하기에 여러 다양한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는 세입자를 같은 가격을 지불할 다른 세입자로 교체할 수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는 주거 안정성을 보호하는 효과는 생깁니다.

오늘의 이슈

서울 집값, 도쿄 집값 따라잡았다?

새로운 사실: 일본 도쿄의 최고가 아파트와 서울의 최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거의 비슷해졌다는 소식입니다.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다이애나 가든 니시아자부’와 서울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는 유사한 면적이 각각 38억원, 34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최근 서울의 고가 아파트 가격이 일본보다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집값이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를 유추하기 위한 여러 방법 가운데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 소득이 유사한 도시의 비슷한 집의 집값과 비교하는 겁니다. 집값과 그 지역 평균 거주자의 연봉을 비교해서 그게 몇 배나 되는지를 도출하는 PIR(price income ratio)이라는 지표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어떤 나라의 집값이 거품이거나 저평가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대체로 그런 접근은 여러 변수들 때문에 틀린 결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여유재산을 부동산에 묻어두는지, 아니면 금융자산에 묻어두는지는 나라마다 제도나 관습에 따라 다른데 부동산에 묻어두는 나라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런 제도나 관습이 유지되는 한 그 나라의 집값은 앞으로도 계속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서 집을 사서 레버리지 투자를 하기가 매우 용이합니다. 그런 나라에서는 집값은 유사한 소득수준의 다른 나라들보다 높고 상대적으로 전셋값을 월세로 환산한 임차료는 낮습니다. 그러나 전세라는 제도가 유지되는 한 그 격차도 유지됩니다.

소득과 주택 가격의 차이를 단순한 비교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또 집값은 그 나라 국민들의 소득보다 얼마나 집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으며 공급될 예정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역시 주택 공급이 원활해서 생긴 집값 안정을 소득대비 집값이 낮다고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청년층 고용보험 가입자가 줄어든 이유

새로운 사실: 청년층(20대와 30대)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만5000명이나 급감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기업들의 채용이 막힌 데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인구 감소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개연성은 있지만 12만5000명이라는 급감이 나타난 것은 대부분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입니다. 실제로 20대와 30대 청년층 인구는 지난 1년간 13만명가량이 줄었습니다. 39세의 고용보험 가입자들이 40세로 넘어가면서 30대 인구에서 빠져나갔는데 이런 연령대의 인원들이 새로 20세가 된 인원들보다 13만명이나 적습니다. 20대∙30대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그렇게 빠져나간, 40세 직장인들이 많은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차세대 SNS는 오디오 기반?: 지난 10년간 소셜미디어의 무게중심은 줄글(트위터, 페이스북)에서 사진(인스타그램)으로, 사진에서 영상(유튜브, 틱톡)으로 옮겨왔습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음성 중심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가 탄생했습니다. 클럽하우스의 소통은 가상의 방에서 세미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방을 만든 진행자는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발언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 앱은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도 않았습니다만, 벌써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오프라인 세미나/컨퍼런스 등이 온라인으로 일부 대체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일 겁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달 140억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기업 가치는 1200억원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집콕 덕분에 대박난 홈트레이닝 업체: 미국의 홈트레이닝 플랫폼 펠로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덕을 본 업체입니다. 12~39달러의 구독료를 내고 강사의 코칭을 온라인으로 받는 플랫폼인데요. 모니터가 장착된 전용 자전거 등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업체의 올 1분기 매출은 63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6% 늘었습니다. 주가는 최근 두 달간 두 배로 뛰었습니다.

📉재고 떨이하는 닛산: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닛산이 주요 차종을 30% 이상 할인해 팔았습니다. 파격 할인 덕분에 닛산은 재고 물량을 하루 만에 완판했습니다. 함께 철수하는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도 곧 할인을 시작할 걸로 전망됩니다.

🏭첫 유급휴직 실시하는 포스코: 포스코는 일부 생산 설비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사실상 감산에 나선 겁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유급휴업도 시행합니다. 코로나19 탓에 철강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25%가량 오른 것도 부담입니다. 앞서 현대제철도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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