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계속 살리는 것도 문제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기업을 계속 살리는 것도 문제다

💰세계는 돈 푸는 중: 요즘 전 세계의 위기 극복 또는 경기 부양의 방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정부가 부채를 일으켜서 그 돈으로 경기를 살리고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서 정부의 그 부채를 사들입니다. 중앙은행의 돈으로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뜻입니다.

부작용 없는 경기 부양은 없다: 이런 방식의 부작용은 뭘까요. 부작용이 없이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면 왜 그동안 경제위기를 걱정했던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피터 피셔 전 뉴욕연은 총재는 한 세미나에서 “결국 나중에는 화를 부를 수 있다. 오래된 좀비 기업이 자금을 조달받으면, 이는 포스트 코로나 경제에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리고 개인과 기업을 지원하는 일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우리는 몇 가지를 이미 거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인데요. 언제까지 국가부채를 계속 늘리면서 그 돈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냐는 겁니다.

☝️ 통화가치 하락: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찍어서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사주다가 정부의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그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 나라 통화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를 수 있지만, 그건 꼭 그렇게 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특정한 나라가 혼자서 그런 일을 한다면 모르지만 전세계 모든 나라가 그런 식으로 경기를 살리고 있다면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만 유독 떨어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돈을 찍어 풀어서 경기를 살리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보이는데 그렇다면 그냥 그 경제를 방치할 것이냐 그렇게 하면 그 나라 통화가치가 더 떨어진다’는 고민에 대해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산 인플레이션: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자산 인플레가 심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단기간에 나타날 일은 아닙니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져서 풀린 돈이 돌지 못하고 계속 쌓여있기만 한 상황이라면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습니다.

진짜 걱정은 좀비 기업: 그러나 돈을 계속 풀어서 경기를 살리는 일이 지속될 경우 생기는 가장 큰 부작용은 통화가치 하락이나 인플레이션보다는 좀비 기업의 양산입니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판매하는 상품의 매력이 떨어져서 시장원리로 보면 이미 망했어야 할 기업이 망하지 않고 계속 생존하면 그런 기업들이 계속 유지되면서 시장의 활력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 좀비기업으로 계속 살아남으면 그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품질이나 혁신이 아닌 가격 인하 경쟁을 계속 하게 되고 그러면 새로운 휴대폰을 좀 더 비싼 가격에 팔아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보려는 혁신기업들의 시도가 어려워집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돈이 계속 빠르게 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업들이 계속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해서 사람들의 돈이 주머니 안에 머물지 않고 계속 뭔가를 구매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좀비기업들이 계속 생존하면 사람들을 유혹하는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기 어려워지고, 그러면 돈이 사람들의 주머니에 머물면서 경제가 침체됩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서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을 꺼렸고 그 결과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정부가 돈을 찍어서 위기를 넘기는 정책을 사용하면 그런 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경제 활력 감소가 핵심: 결국 돈을 계속 찍어서 그 돈을 기업이나 개인에게 투입하는 경제 살기기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그런 일이 계속될 수록 돈이 도는 속도가 떨어지고 경제의 활력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지금은 재난지원금을 주면 그걸로 다양한 소비를 하지만 다양한 소비를 할 만한 대상들이 줄어들면 재난지원금을 줘도 그걸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오늘의 이슈

제조업 중심 국가의 장점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5월 수출이 작년 5월보다 23.7% 급감한 348억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4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수치였으니 감소 폭이 좀 더 커진 것입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도 18.4% 감소했습니다. 수출이 감소한 폭보다 수입 감소 폭이 커서 무역수지는 흑자로 다시 돌아섰습니다. 수입액은 1년전보다 21% 하락한 34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수입액이 감소한 것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품인 원자재의 수입량과 수입금액이 모두 감소한 영향이 큽니다. 원유 수입액은 1년 전보다 68% 감소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수출액도 줄었으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액도 감소한 탓에 무역수지는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제조업 국가가 유리한 점: 우리나라처럼 원자재를 수입하고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는 원자재와 관광을 수출하는 나라들에 비해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적게 받습니다. 경기가 나빠 수출이 어려워지면 원자재 수입액도 줄어들어서 무역수지나 경상수지는 균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반면 원자재 수출과 관광수입이 주력인 신흥국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관광객도 줄고 원자재 가격도 떨어지면서 수출이 감소하는데 수입액은 크게 줄어들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지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위기 극복 수단이 돈을 찍어서 마련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라면 그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이 가장 우려되는데,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의 통화가치는 더 빠르게 하락합니다. 그 나라의 통화가치는 외국인들이 그 나라에서 언제든지 달러를 바꿔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경상수지가 적자라는 건 달러가 그만큼 유출되고 부족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건 그 나라 상품을 외국인들에게 저렴하게 팔 수 있는 기회가 되기는 하지만 관광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일부 신흥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은 위기 때문에 통화가치가 하락해도 그 효과가 관광객의 증가로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이기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으로 외국인들의 관광비용이 낮아진들 외국인들이 돌아오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휴대폰이나 TV를 파는 제조업 중심 국가들보다 경제 회복에 더 불리한 여건이 됩니다.

갈 곳 잃은 증시안정펀드

새로운 사실: 증시 하락을 막기 위한 증안펀드(증시안정펀드)가 1조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증시에 투입되지 못하고 돈이 묶여 있습니다. 주가가 올라버려서 증안펀드를 투입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과감한 대응의 장점: 증시안정펀드에 돈을 댄 금융회사들은 아까운 돈이 예금에 묶인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 게 불만이지만 과감하고 빠른 대응이 오히려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불안할 때 정부나 중앙은행이 개입해서 불안을 해소하려면 시장에서 예상하는 규모보다 훨씬 큰 규모로 자금을 투입하는 게 좋습니다. 예상보다 지원 강도가 강하다는 판단이 들면 시장은 그 정도의 지원이라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이 강해져서 정부의 지원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장의 힘으로 가격을 올려놓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채가 늘었다

새로운 사실: 지난 1분기에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외국에서 빌려온 외채가 작년 연말에 비해 4.8% 증가했습니다. 3개월 만에 이 정도 수치로 증가한 것은 2011년 이후에 처음있는 일입니다.

달러 사재기 때문: 외채가 증가한 것은 경기가 위축되는 조짐이 보이자 금융회사나 기업들이 달러 부족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 일부러 외화 대출을 늘렸기 때문입니다. 필요할 때 달러를 조달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당장 필요하지 않은 달러라도 일단 조달해놓고 보자는 일종의 사재기 심리입니다.

이렇게 외채가 갑자기 늘어나는 건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질 조짐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나는 일입니다. 지난 2011년 1분기에는 남유럽 재정위기로 금융위기 조짐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의 외채는 연말보다 13%나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빚이 는 게 꼭 나쁜 소식은 아니다: 외채나 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을 우리는 좋지 않은 부정적인 뉴스로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부채가 늘어나는 경우는 경기가 매우 좋을 때이거나 이렇게 금융위기 가능성이 걱정되는 상황인데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그건 부채가 잘 조달됐다는 의미이므로 나쁜 소식은 아닙니다. 부채는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사실은 부채가 감소하거나 부채가 늘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더 나쁜 상황입니다.

부채가 감소한다는 건 돈을 빌려준 쪽에서 상환을 요구하는데 새로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지는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간편결제 업체의 프로모션, 위법일 수도 있다?

자사 포인트 충전 유도하는 IT기업: 쇼핑몰들은 자신들이 파는 물건을 고객들이 구입하고 결제를 할 때 가능하면 결제수수료가 적은 수단으로 결제해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네이버와 쿠팡은 고객들이 네이버 페이 포인트와 쿠페이 머니를 충전해서 그걸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그렇게 결제할 경우 1~5%의 포인트 적립을 해줍니다. 쉽게 말하면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쿠팡이나 네이버가 냈어야 할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면서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셈입니다.

여전법에 걸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여신전문업법이 현금결제고객을 우대하고 카드 사용고객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법은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법입니다. 이 법은 상점들이 카드 수수료를 내기 싫어서 신용카드 대신 현금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걸 규제하는 기능을 해왔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가 됐습니다.

네이버나 쿠팡이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고 자사의 결제수단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할인이나 적립혜택을 주는 걸 여전법 위반으로 볼 것인지는 논란거리로 남아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소비자에게 무슨 혜택을 주든 그게 왜 불법인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런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그동안 상점 주인이 현금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우대혜택을 주는 걸 금지해온 여전법도 그런 무리한 강제가 포함된 규정이었던 셈입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수많은 나라에서는 가게 주인이 현금 고객에게 추가 할인을 해주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걸 가게 주인의 자율 영역으로 보고 문제삼지 않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급감한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 한국 진단키트 수출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진단키트 생산량 증가로 판매 가격은 내려가고, 주원료인 추출 시약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예상보다 빨리 매출 정점을 찍고 하락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류운송 정보 플랫폼에 투자한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개인 자금으로 영국의 물류 스타트업 비컨에 투자했습니다. 비컨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전직 임원 두 명이 2018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회사는 화물 운송 실시간 정보와 원가 및 가격에 관한 시장 전망을 서비스합니다. 자동화 기술 등을 활용해 아마존의 물류 비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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