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깨는 방법

“이미 조직 내 자리잡힌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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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기업의 문화를 연구합니다.

그 회사의 기업문화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깨는 방법

배달대행 IT 플랫폼 ‘바로고’는 2014년에 설립됐습니다. 그들은 단 6년 만에 월 배달 건 수 1천 만 건(20년 3월 기준)을 돌파했고, 연매출 550억 원을 넘겼으며, 6만 개의 고객사를 확보했죠. 올해는 매출 1000억 원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단숨에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시장의 강자로 등극한 바로고지만, 빠른 성장에는 성장통도 있었습니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문제입니다. 작은 회사일 때는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덩치가 커지면 기민하게 움직이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이미 커질대로 커진 회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고민합니다. 하지만 이미 고착화된 조직 체계를 바꾸는 건 쉽지 않습니다.

바로고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2018년부터 회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년도 채 안되어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바로고의 정태희 CHRO(Chief Human Resource Officer)는 “지금 바로고는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갖춘 조직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바로고는 어떻게 바뀌었으며, 어떻게 빠르게 체질 개선을 해낼 수 있었을까요.

바로고 워크샵 사진. 앞에 나와 발표하고 있는 사람이 정태희 CHRO

 

WHY : 왜 바뀌어야 했나

‘위계 질서를 타파하고 직원 개개인에게 충분한 권한을 줘야 한다’

언제부턴가 유행처럼 퍼진 말입니다. 많은 경직된 회사들은 위계질서를 타파하겠다며 ‘이벤트’를 엽니다. ‘사장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 같은 행사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며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기도 합니다.

바로고는 과감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럴듯한 구호만 외치는 게 아니라, 아예 수년간 구축해왔던 조직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려 버립니다.

‘사람 중심’이 아닌 ‘과업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특정한 몇 명에게 집중되는 게 아니라 과업의 성격에 따라 업무와 권한이 배분되게 했습니다. 이른바 리더, 전문가, 이사회라는 삼원화를 통해서입니다. 하는 일이 달라 같은 회사 안에서도 각각의 길(트랙)을 걷습니다. 평가 방법도 차등 적용됩니다.

 

리더 트랙 (그룹장)

리더 트랙을 타는 직원은 팀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기존에는 경력이 많고 연차가 높은 사람이 팀을 이끌었지만 조직을 개편하면서 리더 트랙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검증 과정은 더 엄격해졌습니다. 갈등관리, 육성, 채용, 평가, 다양성, 트렌드, 성과관리, 전문성 등 ‘9가지 그룹장 트랙’을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9가지 그룹장 트랙

 

 

전문가 트랙 (프로)

실무 역량 수준과 리더십 수준은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년 차의 엔지니어는 전문 역량은 뛰어나지만 팀을 이끄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직원들은 전문가 트랙을 걷습니다. 조직 관리에 에너지를 쏟기 보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상위 포지션으로의 승진이 아닌 더 수준 높은 과업을 달성해가며 성장합니다.

 

이사회

CEO, CHRO, CFO등 C레벨 인사들입니다. 이들은 권한 행사 대신 ‘자문’의 역할을 합니다. 회사에 문제가 있을 때 이사회 멤버들이 나섭니다. 결정권은 전적으로 리더 트랙을 걷는 그룹장에게 있지만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바로고에 수평의 바람이 불게 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본부장 한 명의 판단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가 없죠. 하는 일이 명확히 나누어져 있으니까요. 리더 트랙을 걷는 직원은 거시적 판단과 협업과 팀웍을 위한 노력을, 전문가 트랙을 걷는 직원은 실무적, 기술적 판단을 합니다. 도메인이 다르니 실무진에게도 충분한 권한이 주어집니다. 결과적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이 이뤄집니다.

 

HOW : 어떻게 변화를 이뤄냈나

아무리 그래도 일반적인 조직 구조와는 너무 다릅니다. 게다가 바로고도 위계 속에서 운영되던 회사였습니다. 관성을 이겨내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내부 불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바로고는 어떻게 급격한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을까요.

 

외부 전문가 영입

바로고는 변화의 시작점에 GE 코리아 인사총괄 출신의 정태희 re:BOX 대표를 CHRO(겸임)으로 영입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이 정도로 무거운 외부 인사를, 그것도 HR 총괄로 데리고 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정태희 CHRO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제가 대기업의 HR만 맡아오기도 했고,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든요. 이것만 봐도 바로고가 얼마나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는지 알 수 있죠.”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관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러면서도 설득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춘 인사가 변화를 주도하니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틀을 깨는 연봉 제도

리더 트랙과 전문가 트랙으로 나뉘는 바로고의 체계를 보다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결국 리더 트랙을 걷는 직원이 이끄는 구조로 돌아갈 텐데, 당연히 리더에게 더 높은 연봉이 책정될 것이고, 누구나 리더 트랙을 가려고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바로고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리더 트랙에도 전문가 트랙에도 그레이드(grade:등급)가 있고, 그레이드에 따라 연봉이 다르게 책정됩니다. 예를 들어 프로의 4그레이드인 직원은 1그레이드인 그룹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습니다. 트랙에 따라 금전적 보상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업무 능력’에 따라 보상을 받게 한 겁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장치

새로운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소통’ 이었습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문화는 조직에 스며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고는 조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총 10회의 워크샵을 가졌습니다. 변화의 이유와 취지를 설명하고 공감하는 자리였습니다. 스타트업은 바빠서 수시로 이런시간을 갖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뀌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가능한 자리였다는 게 정태희 CHRO의 설명입니다.

제도가 바뀌고 나서도 소통을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매주 월요일 오후 5시 30분마다 30분 동안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합니다. 모든 직원이 원하는 토픽에 대해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 얘기하기 어려운 것은 익명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바로박스’도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서로에게 감사를 더 표현할 수 있도록 ‘baroUP 여권’도 만들었습니다. 전사 차원에서 만들어진 여러 장치들 안에서 직원들은 소통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 질수록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baroUP 여권 소개 제도

RESULT : 변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체질 개선’이 시작되고 1년 반이 지나 어느 정도 정착 된 지금, 입사자 수는 작년 대비 88%가 증가했습니다. 한 포지션은 7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퇴사율도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바로고가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소문나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소문이 난다는 건 실제로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다는 말이죠.”

조직적으로 그렇게 큰 변화를 겪으면서도 실적은 계속 상승했다는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바로고는 작년에 사상 최대 매출(550억 원)을 올렸으며, 올해는 그 두 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조직, 제도 개편 전에는 ‘정체’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수직적이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팀이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걸 구성원들이 모두 체감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제는 바로고가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알려지고, 실적도 상승하는 걸 확인하면서 내부 직원들부터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요.”

정태희 CHRO는 인터뷰 내내 새로운 문화를 도입할 수 있었던 가장 요인을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문화라도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정착시키기 어려운데, 바로고 직원들은 모두가 변화하기 위한 역량과 의지가 충만했다는 말입니다. 바로고의 인재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Best Talent
자기 분야의 최고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

Authenticity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진정성이다

Respect each other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면 상대의 가치를 알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다

Open mindset
다른 의견과 다양성에 열려있어야만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다

GO
모든 일은 실행하고 행동할 때 의미를 가진다

<수직적인 문화를 타파하고 싶다면>

1. 이미 조직에 스며든 문화가 있다면, 이를 바꾸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단순히 좋은 구호나 몇 번의 행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직 구조와 업무 체계를 바꾸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바로고의 변화는 기존 업무 체계를 완전히 바꿔 삼원화(리더, 전문가, 이사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2.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만큼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도입할 때는 그에 맞춰 보상/평가 체계도 정비해야 합니다. 바로고의 파격적인 제도 도입이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리더/실무진이라는 포지션에 따른 평가가 아닌,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을 하는 파격적인 연봉 체계였습니다.

3. 새로운 체계를 도입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요소가 소통입니다. 끊임없이 변화의 목적과 의미를 구성원들과 나누지 않으면 매끄러운 변화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바로고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직원들과 소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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