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싼 딜레마

“HDC는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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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금융, IT, 영화 관련 글을 씁니다.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싼 딜레마

한눈에 보기
HDC의 아시아나 인수 여부는 미궁에 빠졌습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를 원래 계약 내용 그대로 인수하는 것은 HDC 입장에선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인수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은 것은, 계약서에 명기되어 있을 계약 불이행 사유에 코로나19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나를 매각하는 채권단 역시, 계약을 폐기하기 보다는 일부 조건을 변경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HDC가 인수를 마무리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호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아시아나항공은 원래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에 인수될 예정이었습니다. HDC는 아시아나를 인수해 유통∙레저 사업과 시너지를 일으키고, 모빌리티 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항공업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침체에 빠지면서 아시아나 인수도 미궁에 빠졌습니다. 원래대로라면 4월 30일에 인수 거래가 종결됐어야 하지만, 거래 종결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이미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HDC의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도 중단했던 터라, 예견되었던 것이기는 합니다.

HDC는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겠네요?

항공업을 해본 적도 없고 코로나19도 전혀 예상 못했던 HDC가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요. 문제는 이미 납입한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는 점입니다. 지난 1분기에 1조원이 약간 넘는 매출과 1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HDC 입장에선 상당히 큰 금액입니다.

계약금을 꼭 포기해야 하나요?

계약금도 돌려받으면서 인수를 포기하려면, 그 이유를 매각하는 채권단에게도 인정받아야 합니다. 모든 M&A에서는 계약서에 그럴 수 있는 조건들을 미리 정해 놓는데요. 보통 아래 예시처럼 중대한 부정적인 변화(MAC, Material Adverse Change)가 발생했을 땐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해놓습니다.

(“중대한 부정적 변화” 예시) …대상회사의 영업 또는 재무 상태에 중대하게 부정적인 변화, 사건 또는 사유로서 대상회사의 직전 사업연도 동기 대비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이 XX% 이상 감소하는 결과를 의미한다. 다만, 다음의 변화, 사건 또는 사유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간주되거나, 중대한 부정적 영향의 발생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고려되지 아니한다; (i) 대한민국 또는 국제 경제 환경이나 대상회사가 속한 산업 또는 동종업계의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경우, (ii)…

아시아나의 1분기 실적이 코로나19로 급격하게 나빠진 것은 당연하므로 MAC로 간주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뒤에 붙어 있는 예외조항에 따르면 이러한 실적 악화의 원인이 아시아나에만 미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MAC으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아사아나의 매매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MAC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HDC가 인수의지가 더 이상 없다고 가정하고 그럼에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효화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이러한 계약서상의 의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계약 당사자들의 상황은 어떻죠?

한편 아시아나를 매각해아 하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입장도 복잡합니다.  채권단 입장에선 누군가 아시아나를 인수해 정상화시켜 장기적으로 채권단의 추가적인 부담을 줄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각이 안 되고 계약금만 챙기는 것이 전혀 원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던 한화그룹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하자 인수를 포기하고 계약금 환수 소송을 벌여 일부를 회수한 일이 반복될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그 뒤 산업은행이 직접 관리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커다란 부실덩어리가 되어 아직도 골치거리입니다.

공동인수자인 미래에셋대우 역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8억달러(약 7조12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내 15개 고급호텔을 인수하려던 계약을 최근 해지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나 지분 매각을 빨리 끝내고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금호그룹 상황까지 생각하면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그 때문에 HD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HDC가 결론을 내린 순간부터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지만 말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데일리 브리프

물가가 계속 안 오른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0.0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물가가 별로 오르지 않은 이유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 하락과 고등학교 납입금 무상화 때문입니다.

작년 9월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한 무상교육이 올해는 고등학교 2학년에도 적용되면서 고등학교 납입금이라는 항목의 가격이 크게 내려간 영향입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6.7% 하락했는데 석유류와 고교 납입금 두 가지 항목이 물가를 끌어내린 폭은 약 0.6%포인트입니다. (두 품목의 가격이 제자리였다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8%였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눈에 띄는 포인트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다른 품목들만을 대상으로 물가상승률을 집계하는 근원소비자물가가 0.3% 상승하는 데 그쳐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외국인 방한 수요도 감소하면서 소매판매도 부진할 것이고(판매가 부진하면 세일을 해야 합니다) 국제유가 하락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은 물가상승률이 계속 낮은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무역수지, 8년 만에 적자

우리나라의 4월 수출은 작년 4월 수출액보다 24% 감소했습니다. 일 평균 수출액으로 환산한 금액은 17.4% 하락했습니다. 물량도 줄었지만 단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금액 감소가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4월 수입은 15.9% 감소하는 데 그쳐서 무역수지가 10억달러가량 적자를 기록했습니다(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입니다). 수출은 5월에도 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4월에는 외국인들이 배당금을 받아가는 달이어서 일시적인 외화유출이 큰 시기입니다.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큽니다.

재난지원금이 골목상권에 활기 불어넣으려면

지자체들이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제한을 두는 바람에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으로 전통시장이나 동네 가게에서 담배를 사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이나 동네 가게에서 소비를 늘리자는 취지로 재난지원금의 사용처 제한과 사용기한 제한을 둔 것인데, 소비자들은 이런 제한과 불편함에 대해 미리 사둬도 지장 없는 담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한다는 뜻입니다. 재난지원금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평소에 전통시장이나 동네 영세 상점에서 소비하는 금액이 재난지원금 금액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재난지원금의 사용처 제한을 하는 게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달에 50만원을 동네 가게에서 소비하는 소비자는 재난지원금으로 한달에 50만원 이상을 주지 않는 한 ‘어차피 동네 가게에서 쓸 돈 50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쓰게 되며 그 경우 재난지원금의 사용처 제한 효과는 없습니다.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고 8월 말까지(앞으로 4개월)가 사용 기한인  재난지원금이 사용기한과 사용장소를 규제한 효과를 보려면,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제외한 가게에서는 한 달에 25만원어치도 소비하지 않던 가구가 꽤 많아야 합니다. 

보험사 해외 투자 한도 늘어난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은 그동안 보유한 자산(회사돈과 고객으로부터 받아 보관하고 있는 보험료)의 30%까지만 해외채권이나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 제한선이 50%로 달라집니다.

이런 규제를 한 이유는 과도한 외화유출을 방지하고 해외 투자의 환율 변동 위험이 보험회사의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보험회사들은 그 규제때문에 투자수익률이 너무 낮아진다는 불만을 제기해왔습니다.

보험회사들은 주로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데 그 과정에서 환헤지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헤지를 하고 나면 환율 변동 위험이 사라지지만 그 환헤지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굳이 해외 투자를 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수익률이 낮아집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환헤지를 하고도 수익이 높으면 우리는 은행에 예금하지 말고 모두 해외채권에 투자해야 합니다.)

보험회사들은 투자를 잘못해서 손실을 입어도 위험하지만 투자를 너무 보수적으로 해서 수익률이 낮아져도 위험합니다.  고객들에게 약속한 고금리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확정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탓에 수익률이 떨어지면 보험사의 자기자본을 헐어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수도 있고 보험사의 운용 수익률이 낮아지면 보험 가입을 유도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법인세 인하 경쟁 불 붙인 영국

영국이 법인세율을 또 내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변국들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국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건 영국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지만 그 영향은 주변국들에게 번지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영국에 본사를 두고 영국에 세금을 내는 게 유리하다면 기업들은 그렇게 이동합니다.

그렇다고 법인세 낮추기 경쟁에 동참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법인세율을 낮춘 만큼 기업들의 이전과 신규 설립이 늘어나서 일자리와 세수가 궁극적으로 더 늘어날 것인지 아니면 법인세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것에 그칠 것인지는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실제로 해보더라도 낮아진 법인세 때문에 생긴 결과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법인세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국민 여론의 반발을 이겨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궁극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걸 설득해내기도 어렵고 실제로 그렇게 될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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