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3가지 단서들

“일상에서, 직장에서 어떻게 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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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김태규의 HR 나우

소통의 3가지 단서들

코로나 사태로 우리의 일상과 조직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소통’일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 실천으로 전 세계인들이 대면접촉을 최소화 하면서도 일은 멈출 수 없으니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닐 것입니다. 저도 교수로서 이번 학기 강의를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주로 토론형 수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소통에 불편함을 많이 느낍니다.

언어는 소통의 7%만을 차지한다

실시간 영상과 음성으로 토론형 수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일부 학생들의 마이크나 카메라 기능이 작동을 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팅방을 통해 이를 보완하기도 하는데, 대면으로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답답합니다. 그동안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공간에서의 소통방법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요새 느끼는 불편을 통해 인간이 소통을 하는데 있어 비언어적 정보를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UCLA 심리학과의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교수는 “인간은 소통을 하는데 있어서, 시각적 정보 (Visual Cues), 청각적 정보 (Vocal Cues), 그리고 언어적 정보 (Verbal Cues) 를 이용하는데,  보편적인 소통은 시각적 정보 55%, 청각적 정보 38%, 그리고 언어적 정보 7%를 이용하여 이루어진다 ”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시각적 정보는 소통하면서 주고 받는 눈빛, 미소, 표정, 몸동작 등 다양한 시각적 단서를 의미하고, 청각적 정보는 말하기의 속도, 어조, 높낮이, 소리의 크기 등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어적 정보는 어떠한 단어와 표현을 쓰는가 등의 언어적 표현의 문제이며, 위의 온라인 강의 중 채팅방에서 주고 받는 문자가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가상공간에서 소통을 할 때, 평상시 소통의 중요 정보원인 시각적 혹은 청각적 단서의 상당 부분이 손실됩니다. 때문에 소통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각적, 청각적 단서가 소통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사례를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시각, 청각적 단서에 기울이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5년 전에 현직 도지사 한 분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방문해서 특강을 진행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제 수업시간과 겹쳤습니다. 유명한 도지사분이라 그런지 제 수업을 듣는 다수의 학생들이 결석에 대한 양해를 구했습니다. 제 강의 한 번 보다도 이분의 특강이 학생들에게 더 도움될 수도 있겠다 싶어 휴강을 하고 그 분의 특강을 들으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약 4분의 1이 넘는 교환학생들이었습니다. 제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기에 교환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도지사의 특강은 한국어로 진행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휴강을 해버리면 교환 학생들은 어떤 수업도 못 듣는 상황이 될 수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출석체크는 안하고 자발적 특강수강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한 미국 학생이 특강을 듣고 온 날 저녁에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자신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데, 바로 전 시간 강의를 통해 소통에 있어서의 시각적, 청각적, 언어적 단서의 역할에 대해서 배웠으니, 본인이  시각, 청각적 단서만으로 도지사의 특강을 이해하려고 시도해보았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시각과 청각적 단서만을 가지고 이해한 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 봤으니 한번 검토해 달라는 메일이었습니다. 5페이지에 걸친 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도지사의 특강 내용과 이 학생이 쓴 보고서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욱 놀란 것은 손가락에 있던 반지 자국, 옷매무새, 말할 때 눈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 그의 어조, 목소리의 강약 등을 통해, 최근에 이혼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과 정치적으로 힘든 시기를 직면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곁들였습니다.

언어적 단서가 기능을 못하자, 시각과 청각적 단서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면서 평상시라면 관심 갖지 않았을 정보를 분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보고서가 흥미로워서 이 학생에게 다음 수업 시간 중 30분을 주고, 결과에 대한 발표를 부탁하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소통의 불편, 더 원활한 소통의 발판으로

대면소통이 줄어든 요즘, 우리는 보편적으로 이용해오던 시각적, 청각적, 언어적 단서의 손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편함이 큽니다. 하지만 일터에서, 학교에서 가상공간에서의 소통을 해보면서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소통의 단서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는 기회 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 듣지 못했던 것,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새로운 만남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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