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도 김치 프리미엄 붙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유가에도 김치 프리미엄 붙었다?

국제 유가, 정확히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이 배럴당 15달러 아래까지 떨어졌습니다. 두 달 전 가격에 비해서는 4분의 1 토막이 난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수요가 갑자기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감산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감산을 잘 이행할지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반면 수요는 가파르게 꺾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얼마나 꺾이고 있는지, 얼마나 꺾일지에 대한 예측도 사람마다 다르게 내놓고 있습니다. 평소에 약 1억배럴 정도 소비되는 원유 소비량이 올해에는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에 대해 미국 석유정보국은 하루에 523만배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국제 에너지 기구는 930만배럴, OPEC은 685만배럴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아무도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는 뜻입니다.

선물 롤오버 기간이 겹친 것도 유가 급락의 이유입니다. 원유 선물시장에서 지금 거래되고 있는 원유는 다음달인 5월에 인도되는 원유입니다. 4월 21일까지 5월 인도분 선물을 팔지 않으면 5월에 실제로 원유 실물을 받아야 합니다. 평소라면 실제로 원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 투기적 거래자들이 파는 5월물 선물을 실제 원유 수요자들이 사들이고 그 가격에 실제로 원유를 인도받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수요가 급감하면서  5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을 매도하는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줄 매수세가 매우 얇아졌습니다.  선물 만기일을 앞두고 특히 더 많이 내리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합니다. 5월 인도분 선물은 어제(미국 시간) -37.6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원유 수요자들이 5월물을 사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입니다.

🛢왜 유독 WTI 원유만 더 급락하는 건가요?

실제로 북해산 브렌트유나 두바이유보다 WTI 원유가 4~5달러 정도 낮게 거래됩니다. 미국산 원유의 공급 과잉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중동 국가들끼리 감산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공급 자체가 많지 않아서 극단적인 유가 하락을 이끌 정도의 공급 과잉은 나타나지 않지만  WTI는 미국 셰일 업체들의 생산 물량이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건  셰일 업체들이 이번 유가 급락 상황이 그리 오래 갈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 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1~2년간 이런 낮은 유가가 유지될 걸로 예상한다면 생산을 중단할 수 있지만 곧 유가가 반등한다면 생산 원가보다 유가가 낮아서 당장 손해를 좀 보더라도 생산을 계속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유정은 생산을 중단하면 다시 캐기 시작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이 커서 웬만하면 계속 뽑아내는 게 유리합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 될까요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수요 악화이므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급반등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넘쳐나는 원유를 저장할 공간의 문제가 더 급한 이슈입니다. 원유를 저장해 둘 공간이 넉넉하다면 저렴해진 원유를 누군가는 구입해서 저장해 놓을 수 있습니다. 원유 생산업체들도 뽑아낸 원유를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저장해 놓으면서 가격 조절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장 공간도 거의 다 차고 있습니다.

수요가 회복되기 전에 저장공간이 가득 차서 원유를 캐서 버리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과 2~3개월 안에 지금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이 나아지기만 하면 저장 공간이 모두 가득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모두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가 선물 시장에서는 연말쯤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 정도의 가격에 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런 기대가 슬슬 무너지면서 원유 선물 가격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유가가 오르지 않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유가가 다시 50~60달러 수준까지는 금방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으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금융상품들은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갖고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유가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대표적인 것은 유가 선물과 연동하는 ETF와 ETN인데 요즘 이 상품들의 가격이 실제 유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주로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져서 거래됩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유가 상승에 베팅하다 보니 매수세는 많고 매도 수량은 적어서 유가 ETF나 ETN이 본질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됩니다.  과거에 비트코인이 한국에서만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던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과 비슷합니다. 요즘은 레버리지 ETN 상품은 그 차이가 50~60%를 넘기기도 해서 거래가 정지되는 일도 벌어집니다.

원유 가격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들은 원유 선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롤오버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원유 투자는 보통 실제 원유를 사서 보관하는 게 아니라 4월에는 5월 인도분 선물을 샀다가 5월이 되면 그걸 팔고 다시 6월 인도분 선물을 사는 식으로 이뤄지는데요.  유가가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은 요즘 같은 상황이 되면  5월 인도분 선물을 샀다가 팔고 6월 인도분으로 갈아탈 때 비용을 더 들여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5월까지는 유가가 낮겠지만 6월쯤 되면 유가가 많이 올라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6월 인도분 가격이 5월 인도분 가격보다 4~5달러씩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시장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투자를 장기간 계속하면 그렇게 갈아탈 때의 비용(롤오버 비용) 때문에 실제 같은 기간의 유가 상승률보다 투자 수익률이 훨씬 낮을 수 있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소비 쿠폰은 소비를 활성화할까

중국 우한시 정부가 저소득층 시민들에게 1주일간 유효한 소비 쿠폰을 나눠주는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1인당 우리 돈으로 1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인데 스마트폰에 저장된 디지털 화폐 방식이어서 1주일 동안 쓰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정책이면서 소비를 늘려서 경기를 살리려는 의도를 담은 정책입니다만 실제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차피 1주일에 그 정도 소비는 해오던 시민이라면 현금을 쓰는 대신 쿠폰을 사용하는 차이만 있을 것이라서 어차피 소비 규모는 동일합니다.  이런 쿠폰 지급이 중산층 이상에서는 별 효과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들이 실제로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평소에 1주일간 소비하는 소비액보다 더 많은 돈을 시한부 쿠폰에 담아줘야 합니다. 그래야 평소보다 소비액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소득이 낮아서 평소에도 소득을 대부분 소비해 온 저소득층의 경우는 추가로 지급된 쿠폰액만큼 소비가 더 늘어나게 됩니다.

불경기로 인한 소득 감소로 고통 받는 계층에 대한 복지차원이든, 소비를 늘려서 경기를 살리려는 목적이든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금은 저소득층에게 지급되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소득의 전부를 모두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는 계층이라면 추가로 지급되는 지원금은 그만큼 더 소비되지도 않고 고통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도 못합니다.

라임에 떼인 돈 받는 은행 생긴다

투자 자산의 부실 관리로 물의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을 ‘배드뱅크’ 방식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배드뱅크는 보통 은행을 정상화할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은행에 부실 대출이 많을 때 배드뱅크를 설립한 후 부실한 대출을 따로 모아서 배드뱅크로 보내고 은행은 깨끗한 대출자산만 갖고 경영하는 겁니다. 그래야 그 은행에 새로 예금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생기고 은행도 잘 돌아가게 됩니다.  배드뱅크로 보내진 부실채권은 부실채권 회수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배드뱅크 직원들이 전담하게 해서 회수율을 높입니다. 

물론 부실해진 대출 자산을 얼마에 넘기고 넘겨받느냐가 관건입니다. 은행이 많이 부실하고 그 은행을 살리려는 목적이 강하면 부실 자산을 비싸게 넘겨받고, 반대로 은행의 주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런 차원에서 부실자산을 매우 싸게 넘기게 합니다.

라임자산운용은 은행은 아니지만 일단 둘로 나눠서 부실해진 투자자산의 관리와 회수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조직(배드뱅크)과, 아직 괜찮은 투자자산을 관리하고 운영할 조직을 따로 운영하겠다는 뜻입니다.

데일리 체크

양대 포털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광고 시장이 축소됐기 때문입니다. 증권가에선 네이버와 카카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제조업·서비스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36%는 올해 채용 인원을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응답은 드물었습니다(대기업 5%, 중소기업 7.9%). 구조조정을 하기보단 신규 채용을 줄여 위기를 버텨보자는 기류인 걸로 보입니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종교 영역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은행이 다음달 헌금 전용 페이 앱을 출시합니다. 오프라인 예배가 중단되면서 교회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진행해왔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같은 날 대용량(24㎏) 세탁기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가정용 수건 약 30장이 들어가는 용량인데요. 가전업계에 번진 ‘대형화·고급화’ 유행을 반영한다는 분석입니다. 롯데홈쇼핑의 분석 결과, 지난 3년간 16㎏이상 세탁기·의류건조기, 850L 이상 냉장고, 65인치 이상 TV 등 대형 가전의 수요는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멤버 나우 토론 커뮤니티 오픈!

각 분야 전문가들과 오늘의 경제 이슈를 놓고 제대로 된 토론을 해 보세요! 주의/주장이 아닌 경제 현상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이 오가는 장을 열기 위해 리멤버 나우 경제 토론 커뮤니티를 개설했습니다. 지금 커뮤니티에 참여해 회원님의 의견을 나눠주시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해 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에서 직접 답변도 해 드립니다.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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