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발 외환위기가 날 뻔한 이유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해외투자발 외환위기가 날 뻔한 이유

정부가 증권사의 외화 유동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쉽게 말하면 증권사가 갑자기 달러 부족 현상이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해 평소에도 달러 관리를 엄격하게 해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정책을 내놓은 건 최근에 증권사들이 달러가 부족해서 큰일이 날 뻔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는 늘 달러가 부족해지는 현상과 함께 옵니다. IMF 외환위기 때는 달러가 부족해서 결국 IMF로부터 달러 대출을 받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달러가 부족해서 고생하다가 결국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해 살아났습니다. IMF 외환위기는 단기차입을 통해 장기로 달러 운용을 하다가 달러의 단기대출이 막히면서 생긴 일이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생긴 문제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을 팔고 떠나는 바람에 생긴 달러 부족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증권사들을 통해 해외로 나간 해외 투자 자금 때문에 생긴(생길 뻔한) 위기였습니다.  해외 투자는 해외 지수를 걸고 내기를 하는 ELS와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습니다만, 둘 다 문제였습니다.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는 환 헤지를 하는(환율의 변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환율을 아예 고정시켜 놓는) 경우도 있고 안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환 헤지를 하는 경우가 늘 문제입니다. 환 헤지를 안 한다는 건 환율에 그대로 노출시키겠다는 뜻이어서 투자자가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볼 뿐 중간에서 거래를 도와주는 금융회사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환 헤지를 하는 경우엔 문제가 생깁니다.

환율 변동을 피하기 위한 환 헤지가 왜 문제인가요?

예를 들어 해외 주식 A에 1억달러를 투자하는 투자자는 환 헤지를 하려면 1년쯤 후에 투자를 마치고 돌아오는 투자금 1억달러가 원화로 환산했을 때 적어도 현재의 가치를 유지해줘야 합니다. 1년 동안 원화 가치가 폭등(달러 가치 폭락)해버리면 시골 땅을 팔아서 주식투자를 했는데, 그 사이에 시골 땅이 폭등해버린 투자자처럼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걸 막기 위해서 투자자는 1억달러를 빌려와서 지금 팔고(그래서 현재 환율로 원화를 챙기고) 나중에 1억달러를 갚겠다고 약속합니다. 나중에 갚을 1억달러는 해외 투자를 마치고 돌아올 1억달러입니다. 해외 투자를 아주 잘해서 그 돈이 2억달러가 될 게 확실하다면 2억달러를 빌려와서 지금 시장에 팔아야 합니다. 아무튼 나중에 돌아올 투자금만큼 달러를 빌려다가 팔아야 합니다. (실제로는 FX스와프 거래를 통해 이뤄지지만 개념은 동일합니다.)

문제는 갑자기 해외 주식이 크게 폭락하는 경우입니다. 1억달러가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5000만달러밖에는 못 돌아올 상황입니다. 그럼 나중에 1억달러를 갚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해외 주식이 폭락하면 처음 원금에서 모자라는 만큼 달러를 구해다가 어딘가에 쟁여놔야 합니다.  (환 헤지 거래 상대방이 그걸 요구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문제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달러 급전이 필요했던 겁니다. (이건 해외 펀드를 판매한 자산운용사들이 주로 감당했어야 할 문제입니다.)

해외 ELS는 어떤 문제였나요?

해외 ELS는 해외 증시의 지수가 일정 비율 이하로 하락하면 손실을 입고 그렇지 않으면 <정해진 이익>을 가져가는 상품입니다. 예를 들면 유로스톡스 지수가 4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7%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겁니다.

그 해외 ELS를 판매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해외 증시의 지수가 차라리 일정 비율 이하로 하락해버리면 괜찮습니다(그럼 모든 손실은 고객이 입으니까요). 문제는 그 비율 이하로 하락하지는 않으면서 지수는 계속 줄줄 흘러내리는 경우입니다.

증권사는 그런 상황에서도 고객들에게 <정해진 이익=연 7%>을 지급해야 하는데, 증권사는 그 연 7%를 벌기 위해 유로스톡스 지수에 직접 투자를 합니다. 지수가 많이 오르면 7% 버는 건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그 지수가 줄줄 하락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계속 물을 타면서(?) 매입단가를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약간이라도 반등할 때 차익이 생기니까요. (반등하지 못하고 추락하면 고객의 손실이니 차라리 괜찮습니다)

그래서 지수가 하락하면 증권사는 계속 물을 타기 위한 달러가 필요합니다.  지수가 많이 하락하면 물을 많이 타야 하기 때문에 달러가 많이 필요합니다.  지난달에 증권사들이 달러를 못 구해서 큰일 날 뻔한 건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해외 투자를 줄이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아니면 해외 투자를 하려면 이런 상황에서 달러를 조달할 비상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해외 투자로 돈을 벌어온 금융회사들은 비용 부담이나 시장 축소의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다시 위기에 처한 쌍용차

쌍용차
이미지 출처: 쌍용차 홈페이지.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를 포기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2017년 이후 3년째 적자를 이어온 쌍용차에 당초 지원하려던 2300억원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쌍용차에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사라졌거나 지원하더라도 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에서는 한국 정부가 쌍용차에 돈을 더 대출해주라는 압박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를 포기할 경우 쌍용차는 새로운 주인을 찾거나 정부가 인수해서 운영하거나 그냥 문을 닫거나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마힌드라가 좀 더 자금을 넣고 경영을 하는 게 쌍용차와 관련된 일자리를 지키는 데 제일 유리합니다.  그런 계산을 우리 정부가 하고 있다는 걸 마힌드라가 알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근본적인 이유는 쌍용차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공은 또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회사를 그냥 문 닫게 하느냐 아니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계속 자금을 수혈하느냐를 판단해야 합니다. 문을 닫을 경우 쌍용차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일자리가 불안해지고 문을 닫지 않으면 계속 돈을 넣어야 합니다.

결국 현재 상황은 쌍용차가 만들어내는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와 쌍용차의 적자를 메워주는 대주주(마힌드라)가 돈을 모아 쌍용차 관련 일자리를 유지하는 그림입니다. 마힌드라가 정부(산업은행)에 더 이상은 힘드니 바통 터치를 하자고 요구하는 중입니다.

생존하기 어려운 기업은 포기하고 정부 지원금을 아끼는 게 늘 정답이긴 하지만 정부의 계산은 복잡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쌍용차의 문을 닫으면 당장 쏟아지는 실업자를 전적으로 정부가 먹여살려야 하거나 정부의 부담이 되는 상황이니 가능하면 적자를 보더라도 계속 살려두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쌍용차의 파산으로 실업자가 쏟아지면 그들이 자영업 등 다른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되고 그러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실업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쌍용차의 간단한 역사를 정리해 놓은 뉴스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파트 값을 결정하는 요인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 건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경제위기 당시에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두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와 ‘이번에는 다르다’가 맞서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위기 충격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거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는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극단적인 저금리 상황이고 서울의 입주물량이 내년부터 급감하는 문제도 있어서 쉽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주식이나 채권, 상가 등은 그 자체가 갖는 이익률이나 이자율이 있어서 그것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 주식이 100만원이 될 거라고 믿어도 그 100만원이라는 가치를 유지할 만한 이익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은 제 자리를 찾아 하락합니다.

그런데 금이나 토지, 비트코인, 그림, 골동품 등의 자산은 사람들이 그 가치가 100만원이라고 믿으면 100만원이 됩니다. 금 한 돈이 20만원인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기 때문이지, 그 이외에는 금이 한 돈에 20만원이 될 아무런 근거나 이유가 없습니다. 모나리자 그림의 가격이 7억달러인 건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하고 그 돈을 냈기 때문이며 그 그림은 당장 7억달러가 될 수도 있고 700억달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의 가격은 대부분이 토지 가격이므로 주식이나 채권보다는 금이나 그림의 가격과 비슷한 원리로 결정됩니다.  사람들이 비싸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끝도 없이 비싸지고 싸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끝도 없이 싸집니다.

다만 끝도 없이 비싸지려고 하면 누군가는 이익을 보기 위해 비슷한 아파트를 새로 지어서 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가격이 제어됩니다. 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금값이 오르면 누군가는 더 열심히 캐냅니다. 끝도 없이 싸질 수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아무도 금을 캐거나 아파트를 새로 짓지 않으므로 어느 순간부터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게 되고 다시 가격이 오릅니다.

아파트 가격은 장기로는 이런 수요와 공급의 영향을 받지만 단기로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에 따라 움직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마음이 늘 변한다 는 데 있습니다.

모두 아파트 값이 내릴 거라고 생각하면 내릴 텐데 누군가 하나 둘은 마음을 고쳐먹고 사기 시작하고 그럴 때 공급이 넉넉지 않으면 가격이 상승 쪽으로 급변합니다.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꿉니다. 모두 아파트가 오른다고 생각하면 오를 텐데 누군가 하나 둘은 마음을 고쳐먹고 팔기 시작하고 그럴 때 수요가 넉넉지 않으면 가격이 하락 쪽으로 급변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꿉니다.

금이나 그림 값 전문가의 수보다 아파트 전문가의 수가 더 많은 것은 사람들이 금보다 아파트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지 금이나 그림에 비해 아파트 가격 전망이 더 쉽거나 아파트 값이 더 과학적인 원리로 움직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데일리 체크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불리던 루이싱 커피가 회계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2~4분기 매출액을 22억위안(약 3800억원)가량 부풀렸습니다. 작년 1~3분기 매출이 29억위안이라고 밝혔던 점을 생각하면 대부분 허위 매출이었던 겁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 26달러대였던 주가는 5달러대로 급락했습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항공주 주식들을 팔아치웠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월 말에 주당 46.4달러에 97만6000주를 추가로 살 정도로 항공산업에 신뢰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델타항공 주식 약 1300만주를 지난주에 주당 평균 24.19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주식도 팔았습니다. 승객이 급감한 미국 항공사들은 미국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항공사가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항공사 주주들은 미국 정부에 많은 지분을 내줘야 합니다. 주식 수가 많아지면 주식 하나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버크셔는 이런 점을 우려해서 손절매를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람들이 야외 활동과 외식을 자제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은 오른 반면 오락이나 문화에 관련한 물가는 크게 내렸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3.2% 상승했습니다. 채소류(16.5%)와 축산물(6.7%) 가격이 특히 컸습니다. 반면 콘도 이용료는 3.1% 하락했고, 호텔 숙박료도 5.2% 낮아졌습니다.

정부가 브랜드 택시(카카오T 벤티, 마카롱택시 등)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당초엔 서울에서 브랜드 택시 사업을 하려면 택시 면허를 4000대 이상 확보해야 했지만, 이제 500대만 갖추면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승합차를 활용한 서비스, 승차거부 없는 운영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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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eplies to “해외투자발 외환위기가 날 뻔한 이유”

  1.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을 어설프게 만져대다가 모두가 힘든 상황이, 특히 저소득층이 더 힘들어질까 걱정됩니다.
    쌍용차처럼 말입니다.

  2. 수입세 3%,부가가치세10% (사고팔고20%)부과하는 금에 대한 세금을 없개하면 부동산.지하자금이 금보유량 증가로 위기시 안전판이 된다.특히 국제화폐가 안되는 원화위험성.수출형 산업구조에 노출된 우리나라의 확실한 대안은 금보유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필수다.ImF. 위기때 입증된 국민들의 금 모으기를 잊지말기를 정부금융정책 담당자들께 제안합니다. 듀바이.홍콩 대부분의 나라처럼 금에대한 세금을 철퍠하세요

    1. 세상사는 이치가 모두 그런듯
      욕심을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그 경지까지 오르기가 힘든 것이죠.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 참 공감이 갑니다.
      스트레스는 받아들이는 순간에 원인결과를 동시에 얻으면서 해결되듯이…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침마다 읽으면서 지식들이 차곡히 저장되는 기분이 듭니다.

    2. 세상사는 이치가 모두 그런듯
      욕심을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그 경지까지 오르기가 힘든 것이죠.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 참 공감이 갑니다.
      스트레스는 받아들이는 순간에 원인결과를 동시에 얻으면서 해결되듯이…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침마다 읽으면서 지식들이 차곡히 저장되는 기분이 듭니다.

  3. 오늘도 쉽고 유익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데 혹 답을 달아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증권사가 환헤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환헤지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 달러가격이 떨어져도(원화가격상승) 증권사 입장에서는 문제될게 없어 보여서요!(투자자들에게는 문제가 되겠지만) 환헤지를 할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미국주식 가격이 떨어졌을 때, 빌린 1억달러를 갚아야하는데 돈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하는거죠. 제가 이해한 바가 맞는지요? 환헤지를 안했을 때, 증권사가 송해보는 것이 없고 했을 경우에 손해를 볼 여력이 발생한다면, 증권사는 왜 환헤지를 한 건가요? 투자자 안정을 도모해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함인가요? 아니면 정해진 환헤지 규정이 있기 때문인가요!?

    혹 아시는 분께서 답글을 주셔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헤지를 하는 이유는 변동성 요인(리스크)을 하나 제거시키려는 이유입니다. 그만큼 리스크 관리가 수월해 지는 효과죠. 투자에 대한 이익률 관리에 집중하고 그 외의 변수는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정지애에게 댓글 남기기 댓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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