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성과를 넘어서는 좋은 조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김태규의 HR 나우

재무적 성과를 넘어서는 좋은 조직

 

조직 생활에 만족한 직원은 높은 성과를 낼까요? 많은 분들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대답하시겠지만,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재무적인 성과(매출을 많이 낼수록 높은 성과를 낸 것이다)만 놓고 본다면, 조직 생활에 대한 만족과 높은 성과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회사 생활 만족도와 재무적 성과는 무관하다

물론 조직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만족한 나머지 남다른 동기부여가 일어나지 않아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사회 과학에서 많은 사례에 대한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에 따르면 조직 생활에 대한 만족과 재무적 성과는 무관합니다.  놀라셨겠지만, 저도 놀랐습니다. 조직 내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저와 같은 학자들에게도 이러한 발견은 센세이션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진행된 ‘어떻게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는 4,000여 건에 달합니다. 개인 인센티브의 구성, 구내 식당의 유무, 피트니스 센터의 유무, 리더십 스타일 등 직원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 4,000여 건의 논문은 모두 하나의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학자들이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었죠. 바로 ‘조직 생활에 만족한 직원의 성과가 더 높을 것이다’라는 가정이었습니다.

1900년 초 현대 경영학이 시작된 이래 이러한 가정은 한번도 도전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어느 날, 1980년대 후반에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데니스 오건(Dennis Organ) 교수가 “정말 만족한 직원의 성과가 높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를 실증적으로 연구했습니다. 그 연구에서 만족과 성과는 무관하다는 발견을 한 것이죠.

학계에서는 성과 측정 방법이 잘못됐거나 샘플 구성이 잘못됐다는 등 여러 반론이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연구들도 오건 교수와 같은 결과를 내게 됩니다. 학계 전체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럼 4,000건이 넘는 조직에 대한 만족과 성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모두 무용지물이란 말인가?’, ‘그래도 분명 만족한 구성원들은 뭔가 다른 부분이 있을텐데…’라며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조직의 가치를 궁극적으로 높이는 요소

이 혼란 또한 오건 교수에 의해 일단락 됐습니다.  오건 교수는 성과를 재무적인 성과에만 국한해서 보던 오래된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 OCB)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성과의 범위에 포함 시킨 겁니다.

조직시민행동은 1. 궁극적으로 조직의 가치를 높이고 2. 누구에게 강요받는 게 아니라 자발적이며 3. 직접적인 보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구성원들의 행동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맡은 일이 아니라도 도움이 필요한 동료직원을 도와준다거나, 꼭 참석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도 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서로 잘 알지는 못해도 동료들끼리 마주쳤을 때 웃음 띤 얼굴로 인사하는 등의 작은 행동 등을 포함하여  궁극적으로 더 좋은 조직을 만드는데 공헌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의미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좀 더 좋은 조직’은 반드시 재무적인 성과를 높이는 기준에서만 보면 안됩니다. 누가 보더라도 ‘함께 일하고 싶은 조직의 모습’에 한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의미합니다. 오건 교수의 연구와 그 후로 이어진 지속적 연구는 이러한 조직시민행동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요소가 다름 아닌 만족한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재무적 성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그러니, 앞서 드렸던 ‘만족한 직원이 성과가 더 높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바람직한 답은  만족한 직원이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조직시민행동을 통해 좋은 조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가 되겠습니다.

이는 기업 조직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모든 조직, 국가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조직의 의미와 마찬가지로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공헌을 통해 일조하는 사람들도 필요하겠지만, 직접적인 보상이 따르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조직시민행동을 보여줄 만족도 높은 시민이 필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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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 성과를 넘어서는 좋은 조직”에 대한 11개의 댓글

  1. 제가 찾던 그 연구네요!! 성과를 바탕으로 급여나 보상을 차등화하는 방법을 탈피하고 싶었는데, 이게 중요한 근거가 될 것 같습니다. 급여 차등화할 거면 채용이 아니라 외주업체를 찾았겠죠. OKR과도 찰떡궁합인 것 같습니다.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2. 교수님 저번 주니어 CEO에서 뵌지 거의 1년 다 되어가는데 여기서 글을 볼줄이야 너무 반갑네요. 이 글 내용이 충격적이듯이 그 때 교수님의 강의도 제겐 정말 충격이였습니다. 덕분에 그간 많이 변화하고 부딪히며 성장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여기서 뵙네요. 다음에는 더욱 성공해서 교수님과 직접 마주볼 수준까지 올라가 직접 감사하다고 전하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3. 국가등 사회조직에는 유용하지만 이익추구하는 조직인 기업에는 무용한 일이군요. 기업에 사회적 역할을 강제로 부여하는 것이 이래서 필요하구나 싶습니다

  4. 사기꾼 도둑놈들이 부자된다는거 이미 다 알려진 걸 뭘 새삼스럽게 놀랄거 있나요.

    질문이 틀렸습니다. 직원이 만족하면 재무적 성과가 나는지를 물으실게 아니라 급여가 오르면 직원이 만족하느냐를 물어야죠. 이건 뭐 로봇이 일하면 되니 애 안낳아도 된다는 주장같은 연구.

  5. 기업이 조직시민행동을 높이고자 직원 만족도에 투자하지는 않을텐데요.
    기업은 국가나 정부가 아니니깐요.
    성과를 높이고자 다른길을 찾지 않을까요?

  6.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회사규모와 상관없이 재무적 성과 vs. 회사만족도의 상관관계는 별개로 동의 합니다
    긴 조직생활을 해왔지만 항상 의문이었죠. 그 궁금했던 퍼즐모형이 맞아져 고맙습니다.

  7. 만족도가 높으면 우수한 인재가 많이 들어와서 젠틀하고 벼려심 많은 인재로 변모하며 점점더 만족도 높은 회사가 되고 우수 인재는 더더더 들어온다..
    그리고 원래 성과는 악착같은 5%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회사던 아니던 비슷하다.
    하지만 확률상 우수한 인재가 악착같아지면 성과에 플러스가 된다. 따라서 결론은 점점더 만족도 높은 회사가 앞서나갈 확률이 높다. 단, 분명한 것은 경영진이 멍청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최소한 중간은 해줘야 이게 의미가 있음.

  8. CEO의 마음에 달렸다고 보네요. 임직원의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기느냐 실적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느냐…대부분 내 회사가 망하지 않으려면 실적이 좋아야하니 당연 오너 입장에선 실적이 좋은 사람을 더 사랑할듯… 논자의 취지는 알겠으나…대부분 머리굳어져버린 우리나라 기업 CEO는 사람 중요한 줄 모르죠. 경제 용어로 “기업의 목적? 존속과 이념은 수익창출에 있다” 라는 말을 우리나라에서 누가 깰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저도 실제 들은 말입니다만… 한참 2015년당시 2020년은 무엇으로 벌어먹고 살까에 고민이 많은 CEO께서 주구장창 워크숍만 가졌지…결국 진중하게 의견 나온 얘기들은 모두 묵살시킨 경우가 있고 “실적이 좋지 않은 사람이 얘기하니 왠지 신빙성이 안간다.”는 식으로 묵살 당한적이 있지요. 가슴아픈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C레벨들의 의식이 일하는 임직원들의 마인드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돈 쌓아놓고 어디다들 쓰려는건지 … 원~

  9. 이상한 연구네요.
    노예라는 가정하에나 생각해볼만 하겠네요.

    조직내 만족도가 낮으면 이직율이 높아지죠.
    또한 새로운 인재의 유입도 적구요.

    사회과학자들은 이론을 위한 이론에 갇혀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 나와서 진짜 노동자들을 좀 겪어보세요. 갑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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