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이동우의 북박스클럽‘을 운영합니다.

이동우의 10분 독서 나우

사람 사이에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책 <숨겨진 차원>의 중심 주제­는 사회적 공간과 개인적 공간 그리고 그에 대한 인간의 지각(거리 감각)입니다. 에드워드 홀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으로서의 거리 감각과 사회, 문화적 거리 감각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거리 감각에 대해 이해하려면 동물의 거리조정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동물은 ‘영토권’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 영역을 설정해 동일 종의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동물은 보통 시각, 후각, 청각을 이용해 거리를 잽니다. 일부 종들은 촉각으로 거리를 재기도 하고요.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도 영토권이라는 동물적인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각, 후각, 청각으로 거리를 잽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죠. 이미 그 본능을 상실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긴 시간동안 집단 혹은 무리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왔고, 또 인간이라면 반드시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인간이 그저 이 본능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거리 감각’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죠.

문화적 차이는 있으나 인간에게도 매우 정확한 거리 감각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홀이 주장하는 ‘숨겨진 차원’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지켜야할 공간과 거리가 존재하는데, 우리는 마치 그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에드워드 홀은 이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2019년, 전세계 인구의 도시 집중 비율은 약 52%를 넘어섰습니다. 향후 20년 안에 도시 인구 비율은 7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가 가까워질 것이고, 수많은 스트레스가 발생할 것입니다. 포화 상태에 도달한다면 인간 사회는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인종위기, 도시위기, 교육위기는 상호연관되어 있다. 포괄적으로 바라보면 이 세 가지 모두 보다 큰 위기, 즉 인간이 자연을 앞질러 새로운 차원, 즉 문화적 차원으로 발전시켜온, 대부분 숨겨져 있는 위기의 다양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이 그 본능을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이다.”

에드워드 홀은 미래에 닥쳐올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인간이 ‘거리 감각’을 인지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는 거리를 네 가지 개념으로 나누었습니다. 밀접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그리고 공적 거리입니다. 사회 생활을 할 때 이 거리 개념을 염두에 둔다면 다양한 관계 속에서도 거리 조절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1) 밀접한 거리

밀접한 거리에서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확연해지고 때로는 크게 증가된 감각 입력 때문에 압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시각, 후각, 다른 사람의 체온, 숨소리와 냄새, 그 느낌 등이 모두 혼합되어 다른 사람의 몸이 있다는 명백한 신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밀접한 거리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가까운 단계가 있습니다. 이것은 사랑을 나누고, 맞붙어 싸우고, 위로해주고, 보호해주는 등의 행위가 일어나는 거리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는 가운데 신체적 접촉이나 뒤엉킴의 가능성이 최대입니다. 이때 후각과 방사열의 감각이 증대되는 것 외에 거리를 감지하는 수용체의 사용은 크게 줄어듭니다. 최대의 접촉 단계에서는 근육과 피부로 교류가 이루어집니다. 골반, 허벅지, 머리가 활동할 수도 있고 팔로 안을 수도 있는 것이죠.

다음으로 밀접한 거리의 먼 단계(6~18인치)가 있습니다. 이 거리에서는 머리, 허벅지, 골반은 쉽사리 닿을 수 없어도 손을 뻗어 상대방의 손발을 잡을 수 있습니다. 머리가 확대되어 보이고 그 형태는 왜곡됩니다. 미국인들에게는 눈의 초점을 쉽게 맞출 수 있느냐가 이 거리의 중요한 특징이 된다고 합니다. 이 거리는 아주 친한 사람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물론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낯선 사람들끼리 밀접한 거리에 닿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 개인적 거리

개인적 거리는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거리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이 거리는 한 유기체가 자신과 다른 존재들 사이에 유지하는 작은 보호영역 또는 보호거품으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개인적 거리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가까운 단계의 개인적 거리(1.5~2.5피트)가 있습니다. ‘가깝다’는 근육 운동적 감각은 서로가 부분적으로 상대방의 손발에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생깁니다. 이 거리에서는 상대방을 만지거나 잡을 수 있으며 상대방의 모습에 대한 시각적 왜곡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개인적 거리의 먼 단계(2.5~4피트)도 있습니다. 개인적 거리의 먼 단계는 ‘팔길이’만큼 떨어져 있는 것을 말합니다. 즉 한 사람만 팔을 뻗어도 쉽게 닿는 거리를 벗어나자마자의 지점으로부터 두 사람 모두 팔을 뻗어야 손가락이 닿을 수 있는 지점까지를 말합니다. 이 거리는 매우 현실적인 의미에서 신체적 지배의 한계가 됩니다. 이 거리를 벗어나면 다른 누군가에게 쉽사리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3) 사회적 거리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강조되고 있는 거리의 개념입니다. 사회적 거리도 두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사회적 거리의 가까운 단계(4~7피트)가 있습니다. 이 거리에서는 비 개인적인 업무가 행해집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사회적 거리를 취하는 편이며 일상적인 사교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도 일반적인 거리입니다. 이 거리에서 선 자세로 사람을 내려다보는 것은 비서나 응접계원에게 말할 때처럼 오만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사회적 거리의 먼 단계(7~12피트)가 있습니다. 이것은 “당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좀 물러서시오”라고 말할 때 사람들이 물러나는 거리입니다. 사회적 거리의 가장 먼 단계에서 행해지는 업무나 사교는 가까운 단계 내에서 행해지는 경우보다 좀 더 형식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비중 있는 인물들의 사무실에 놓인 책상은 방문객들과 먼 단계의 사회적 거리를 취할 만큼 큽니다. 보통 크기의 책상이 있는 사무실에서도 맞은편 의자는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으로부터 8, 9피트 떨어져 있게되죠.

사회적 거리의 특징은 사람들을 제각기 고립시키거나 차단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거리에서는  다른 사람이 있어도 무례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불편하지 않은 거리이기 때문 입니다.

4) 공적인 거리

개인적 거리 및 사회적 거리로부터 개입 반경을 훨씬 벗어난 공적인 거리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가까운 단계가 있고, 먼 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가까운 단계(12~25피트)에서는 위협을 받을 경우 민첩한 사람은 피하거나 방어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 거리는 퇴화되긴 했지만 잠재적으로 남아있는 도주 반응의 형태를 암시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공적인 거리의 먼 단계(25피트 이상)는 사회적으로 주요 인물 주위에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거리입니다. 주로 연예인이나 고위급 정치인 혹은 공연장이나 강연장에서 주로 형성되는 거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거리 두기’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 측면에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문화적, 사회적 요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본능을 의식적으로 무시해 왔습니다.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거리가 무엇인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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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eplies to “사람 사이에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1. 얼굴이 왜곡되는 거리라..
    개인적으로 이 거리가 연인들에겐 가장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리라 생각ㅎㅎ 옛날 생각나네또ㅋㅋ

  2. 안녕하세요. 매회 좋은 글 기고와 또 가끔 제게 참신하고 정말 때로 와닿은 글을 보고 있는 독자 중 한 사람이에요.

    글의 내용을 피트 단위로 책 원문대로 표시하니 한국 사람인 저처럼 어렵게 여겨져 수치를 모르겠더군요. 30.48cm가 1 피트라니 변환을 해보면 보통 사람 키가 150 센티미터라면 약 4.1피트가 되고, 만약 173cm라 하면 5.06피트 정도가 되는 것을 일대일 대조해보듯 찾아 헤매이더군요.

    최근엔 그래서 그런지 요즘 도입된 미터 법과 수치 관련 규제와 통제적인 총 통합을 주장하며, 어떤 이들은 그게 편하고 통일성을 갖는 이점만을 옹호합니다만 이는 장단점인 양면성이 분명 있어서 다양한 수식어처럼 수 체계의 단위는 여러가지일 때 더 명료하고 또렷하게 계산과 산술적인 값을 보이니 그 여러 나라 언어의 말과 글 가령 숫자 표현, 마치 단위를 나타내는 체계 역시 단일 구조이거나 단독으로만 존재할 수 없어서 그 연관되는 여러 표현형(피노타입, phenotype)과 유전형(genotype)이 상이하게 또는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처럼 말이지요.

    고마워요. 앞으로도 화이팅하시고 힘내세요.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ㅇㅇㅇ에게 댓글 남기기 댓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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