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금고에 구멍이 뚫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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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증권사 금고에 구멍이 뚫린 이유

South Korean won money graph finance crisis

한국은행이 증권사들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한국은행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담보로 잡고 증권사에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긴급하게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것은 증권사들이 현금 부족 현상을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 때문에 생긴 손실 규모가 생각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요즘 주가가 하락하고 채권가격이 떨어지며(금리 상승) 자금 시장의 경색이 발생하는 이유는 증권사들의 돈가뭄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그 꼬인 고리를 풀어보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증권사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게 왜 뉴스인가요

한국은행은 원래 신용도가 좋은 은행들과 거래할 뿐 증권사들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증권사들은 은행보다 신용도가 떨어져서 자칫 부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은 언제든지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돈을 안정적인 곳에만 써야 합니다. 즉 중앙은행의 돈은 언제나 보존되어야 하는데 중앙은행이 손실을 입는다는 건 그 거래상대방이 이익을 본다는 뜻이어서 증권사 같은  특정 금융회사들이 중앙은행과의 거래에서 이익을 보도록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증권사가 보유한 우량한 채권을 담보로 잡고 빌려줄 경우 손실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지만 은행 이외에는 그런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에게 그런 식으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하면 기업이 보유한 빌딩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관행을 깨고 증권사들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증권사들이 돈이 부족해서 갖고 있는 주식과 채권을 시장에 마구 내던지고 있기 때문 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가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이 추락한 이유는 이런 증권사들의 급전 조달 필요에 따른 매도 물량 탓도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왜 돈이 갑자기 필요하게 됐나요?

증권사들이 고객들에게 판 ELS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판 ELS는 해외주식시장의 지수가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시중금리보다 꽤 많은 이자를 주는 상품입니다. 고객은 그 이자를 받기 위해 ELS에 가입합니다.

예를 들어 유로스톡스 지수(유럽 주식시장 대표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가 30%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고객에게 6%의 이자를 주기로 한 ELS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 상품은 사실은 보험상품과 비슷합니다. 어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로스톡스 지수가 30% 이상 하락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30% 이상 하락하면 투자 손실을 보험금으로 주는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하는데요. 이때 보험회사 역할을 해주는 게 유로스톡스 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을 구입한 투자자들입니다. 유로스톡스 지수가 30% 이상 하락하는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주고(그러면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 6%라는 이자를 보험료로 받는 것입니다. 증권사들은 이런 상품을 약 40조원어치를 팔았습니다.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 한 투자자도 그렇게 많았던 건가요?

문제는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유로스톡스 투자자와 기꺼이 보험회사가 되어주겠다고 하는 국내의 ELS 투자자를 단순히 연결만 하는 것이면 괜찮은데 증권사들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유로스톡스 투자자가 없어도 이런 ELS를 만들어서 팝니다. 그리고 증권사가 스스로 6%의 추가 수익을 만들어냅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약 80%정도는 채권을 사고 20% 정도를 유로스톡스 주식(지수선물)을 삽니다. 유로스톡스가 생각보다 많이 오르면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6%를 만들어냅니다. 유로스톡스가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증권사는 6% 수익을 만들 곳이 없어 손실을 봅니다만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유로스톡스가 하락하면 계속 유로스톡스를 사들입니다. 이때는 고객에게 받은 돈보다 유로스톡스를 <더 많이> 사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더 많이> 사야 나중에 혹시 유로스톡스가 반등하면 수익이 커지고 6%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더 많은 돈을 빌려와서 물을 타는 전략입니다. 

그렇게 해서 반등을 하면 좋은데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계속 더 많은 돈을 가져와서 물을 타야 합니다. 요즘 증권사들은 그런 상황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물을 타는 걸 포기하면 나중에 유로스톡스 주가가 올라도 6% 수익을 못만들고 손실을 봅니다. 증권사들이 그렇게 물을 타는 데 필요한 자금이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들은 이 돈을 마련하려고 요즘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을 마구 내다 팔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계속 물을 타다가 유로스톡스 주가가 30%보다 더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고객이 손실을 보면 되므로 증권사들은 열심히 사들인 유로스톡스 주식을 팔고 손을 털면 됩니다. 물을 타다 생긴 손실은 고객이 보는 손실금으로 벌충이 됩니다. 그러나 주가가 30%보다 더 떨어지지 않으면서 계속 이런 상황이면 물을 타기 위한 자금을 계속 끌어와야 하고 자칫하면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이슈입니다.

데일리 브리프

무제한 양적완화 시작하겠다는 연준

미국 중앙은행 연준이 간밤에 무제한 양적완화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을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사들이고 시장의 우려가 컸던 회사채도 최대 300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금융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 연준이 돈을 찍어서 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갑자기 돈이 말라서 기업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연준의 정책은 미국 상원에서 막혔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놓고 공화, 민주 양당이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증시는 다시 한번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주식 가격 떨어졌으니 배당수익률 높아졌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배당수익률이 10%가 넘는 종목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수준의 배당을 한다고 가정할 때 SK이노베이션 우선주는 지금 가격에 매입할 경우 배당 수익률이 16%, 롯데하이마트는 13.7%의 배당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회사들이 올해도 작년만큼 배당을 계속할 수 있느냐입니다. 미국에서는 에어버스가 현금확보를 위해 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도 배당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 과거 수준의 배당을 한다면>이라는 가정이 모두 흔들릴 수 있습니다. 

데일리 체크

독일이 코로나19발 경제 침체에 대응하고자 7500억유로(약 1002조원) 규모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독일은 1990년대 재정위기를 겪은 이래 적자 재정을 극도로 꺼려왔습니다. 독일은 신용 경색에 빠진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경영 위기에 처한 회사 지분을 직접 매입할 계획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기업들이 각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의료 물품 생산에 나섰습니다. GM과 포드, 테슬라는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생산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페라리와 피아트크라이슬러 등도 의료장비를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루이비통의 모기업은 향수·화장품 제조시설에서 손세정제를 생산합니다.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업장 중지, 이동 제한 명령 등을 내렸습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인도 공장도 생산을 멈췄습니다.

이달 보름 동안의 국내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이 약 18조원에 그쳤다는 헤럴드경제의 보도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급감했습니다. 2월에는 오프라인 업종 사용액만 줄고 오히려 온라인 사용액은 31% 늘어났습니다만, 이달에는 소비 심리가 더 나빠진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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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plies to “증권사 금고에 구멍이 뚫린 이유”

  1. 중앙은행이 즐권시에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정도로 주식경기가 좋지 않은 수준이라면 아직 주가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 인가요? 중앙은행도 계속 자금을 투입하긴 어려울텐데요.

  2. ELS때문만은 아닐겁니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니 많은 증권사들이 매입약정 해놓은 것들이 3개월내 엄창나게 돌아올텐데 그 대부분의 약정이 실행된다면 그게 다 큰 문제겠지요. 가득이나 돈도 없는데 약정을 이행할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자금 조달이 힘든상황이지 않을까 싶네요.

  3. 증권사 망하면, CMA 계좌에 넣어둔 돈도 날라가나요?

    주식같은건 유가증권이라서 증권사 망하든 상관없을 것 같은데, 증권이나 CMA 계좌에 넣어둔 현금은 걱정될 수 있네요.

    1. 종금이 아니면 날라간다고 볼 수 있으나 증권사가 쉽게 망하지는 않고 망하더라도 인수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4. 한은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증권사도 투자자도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상품을 팔고 투자를 한 것 아닌가요?
    경기가 좋을땐 마구자비로 거품을 키우고,
    불황이 오면 증권사를 보호하려고 중앙은행이 자금을
    푼다?? 답답함을 넘어서, 화가 납니다…

  5. 이진우 기자님 요새 논조가 너무 강해진거 같아서 눈살이 찌푸려지네요
    증권사가 악인 것 마냥 써져있는데 구조화상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네요

  6. 유동성 위기에 가장 취약한 곳이 은행업 아닌가요? 그래서 중앙은행이 은행들을 상대로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거고 예금자보호제도도 운영되는거라고 봅니다만….게다가 바젤3 자기자본 규제도 결국 은행업의 유동성과 지불능력에 관한 감독체계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은행(업)들 자체가 신용도가 높은게 아니라 여러 규제나 정책들의 지원으로 높아진게 아닌가요.

  7. 주식시장이 힘들고 증권사들이 상황이 안좋은데, 퇴직금 및 위로금까지 퇴직연금(IRP)을 은행에서 증권사로 변경 가입하려고 합니다.
    문제가 될까요? 조언 부탁 드립니다.

  8. 주식시장이 힘들고 증권사들이 상황이 안좋은데, 퇴직금 및 퇴지위로금까지 퇴직연금(IRP)을 은행에서 증권사로 변경 가입하려고 합니다.
    문제가 될까요? 조언 부탁 드립니다.

  9. 월스트릿은 과연 악인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군가의 돈을 긁는게 아니라, 남의 돈을 이용해서 남의 돈을 긁는 것이 금융업인데 이들은 분명 악이 맞다.
    다만 그 악이 세력을 넓힐 수 있게 어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대중들의 욕심이라는거..
    악을 정당화할 순 없지만 누굴 탓할 수는 더더욱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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