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4.0 시대가 온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이동우의 북박스클럽‘을 운영합니다.

이동우의 10분 독서 나우

금융 4.0 시대가 온다

금융 4.0 시대라고 합니다. 대면형이었던 초기 방식이 금융 1.0, 인터넷이 도입된 금융이 금융 2.0, 스마트폰이 중심이 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방식이 금융 3.0입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금융을 ‘금융 4.0’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현재 금융 4.0 시대의 발아기에 와 있습니다.

금융 4.0 시대에는 금융 산업의 거의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합니다. 우선 금융의 정의가 바뀝니다. 대상 자산의 정의가 바뀌며, 데이터의 정의도 바뀝니다. 또 위험과 위험 분석의 정의가 바뀌며 금융 상품의 정의도 바뀝니다. 소비자들이 경험할 금융 환경도 당연히 바뀝니다.  기존 금융 기관들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금융 산업의 3가지 경쟁 포인트

차세대 금융 산업의 패권 대결은 세 가지 측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기존 금융 기관은 이제 IT 기업과도 싸워야 합니다.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죠. 이 기업들은 독자적인 플랫폼과 빅데이터, AI로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금융 산업을 파괴할 정도의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물론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기존 금융기관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고객과의 관계를 둘러싼 대결이 있습니다.  사실 기존 금융 산업은 딱히 고객 친화적이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능력이 강합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고객 경험을 개선해왔기 때문에 서비스 전략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금융 산업에 들어온다면 기존 금융 기관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모든 산업의 질서와 영역이 재정의되면서 생기는 대결입니다 . 금융은 모든 소비재와 서비스에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습니다. 금융이 바뀌면 모든 산업은 일정 부분 바뀌어야 하죠. 차세대 금융 산업은 모든 산업의 질서와 영역을 재정의할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새로운 경쟁이 생겨나게 될 것이고요.

차세대 금융 산업의 도전자들

먼저 아마존이 있습니다. 아마존은 금융 사업 자체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마존에게 금융 사업은 고객이 서비스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아마존이 이미 보유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강화해주는 수단입니다. 아마존은 법인 대상 융자 서비스인 아마존 렌딩이나 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페이,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도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아마존 캐시와 아마존 기프트 카드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마존이 이처럼 결제, 융자, 예금 등 주요 금융 업무를 모두 하고 있기 때문에  ‘뱅크 오브 아마존’의 탄생은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음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있습니다. 알리페이는 결제 앱입니다.  특히 알라바바는 이미 금융에서만큼은 이미 아마존을 능가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알리바바는 금융기관이 놓친 금융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기도 하죠.  위챗페이는 위챗과 연동되기 때문에 친구나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고객 접점이 생겨납니다. 모두 기존의 금융 기관이 견제해야할 대상입니다.

일본의 도전자들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라인이 있습니다. 라인의 포지션은 텐센트와 비슷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앱에 금융을 더하면서 사용자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스마트 포털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라인페이를 출시했고, 라인 증권과 라인 은행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라쿠텐이 있습니다. 라쿠텐은 아마 일본의 금융 디스럽터 강운데 가장 종합적인 참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일본 신용카드 사용액 중 거래액 1위가 라쿠텐 카드라고 합니다. 그래서 라쿠텐은 라쿠텐 페이, 라쿠텐 에디, 라쿠텐 포인트 카드, 라쿠텐 은행, 라쿠텐 증권, 라쿠텐 생명, 라쿠텐 생명보험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SBI홀딩스가 있습니다. 슬로건은 ‘금융을 핵심으로 하여 금융을 뛰어넘는다’인데요.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기존 금융기관의 반격 – 골드만삭스와 JP모건

기존 금융기관들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사업 구조부터 인력 구조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2006년 골드만삭스는 트레이딩 업무 비율이 68%를 차지했지만 2017년에는 37%까지 줄였습니다. 핵심업무를 축소하면서 AI로 바꾼 덕분인데요. 주식 트레이딩의 경우 담당자가 500명이었지만, 이제는 3명뿐입니다. 하지만 IT와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연간 35억달러에 이릅니다. 참고로 그룹 전체 인원은 3만7000명인데 이중에서 1만1000명이 엔지니어라고 하니까요,  그룹의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고 봐야 합니다. 

골드만삭스의 디지털 전략은 3가지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레이크(Data Lake)와 마키(Marquee), 그리고 마커스(Marcus)입니다. 데이터 레이크는 시장 조사 정보, 메일, SNS, 블로그 작성 기록 등을 통해 얻은 통찰을 모아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는 분석툴을 말합니다. 마키는 골드만삭스 사내에서 이용하던 위험 관리 및 분석 도구였는데요. 이 또한 법인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가장 흥미로운 서비스는 바로 2016년 10월에 시작한 마커스인데요. 일반인 대상의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16년부터 소매 디지털 은행인 GS은행을 출범시켰습니다. 이것을 더 강력한 모바일 전략으로 재편성한 것이 마커스입니다. 골드만삭스가 개인 대상 금융 서비스를 시작한 것입니다. 또 애플과 제휴하면서 애플카드 발행사로 지정되기도 했죠.

다음은 JP모건이 있습니다. JP모건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보유한 유일한 금융기관으로 포지셔닝하고 있고 데이터 사이언스, 로보틱스,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인재를 모아 전문 집단을 만들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새로운 금융 상품의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또 가상화폐 JPM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무엇보다 개인 대상 디지털 서비스에도 나섰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겹치는 부분이지만, 중국의 서비스들은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위해 제공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JP모건은 가장 확실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세대 금융의 고객별 대응 전략

대기업 거래는 디지털화된 새로운 은행을 통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기업 거래는 기업 금융을 대표하듯 전문성이 높은 분야이고 거래 관계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은행이 이 부분을 여전히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 자체가 기존 은행 이상으로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수준 높은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가 요구됩니다. 

다음은 중소기업 거래인데요. 이 분야는 새로운 은행이 우후죽순 늘어날 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도 활약하게 될 분야입니다. 많은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인데요. 기존 은행과 핀테크 기업 양쪽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한편,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업무의 생산성과 전문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날 전망 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개인 대상 거래인데요. 이 분야는 기존 금융이 가장 큰 위협을 받을 분야입니다. IT 기업은 이미 금융 전반에 걸쳐 다양한 비즈니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은행은 IT 기업이 구축한 플랫폼에 은행 인프라나 단발적인 금융 서비스만 제공하는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거대 은행들은 개인 금융에서도 차별화를 두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일반 개인 거래를 디지털화하면서 담당 인원을 축소해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부유층 거래에도 상당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새로운 금융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거대한 금융기관들이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배워야합니다. 구글이 어떻게 고객 정보를 정리하고 이를 수익화하는지, 애플이 어떻게 생활 스타일과 존재 가치를 제안하는지, 페이스북이 어떻게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지, 알리바바가 어떻게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금융 사업을 기점으로 전체 사업을 확대했는지, 텐센트가 어떻게 생활 서비스를 향상시키는지, 바이두가 어떻게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풀었는지, 화웨이가 차세대 통신인 5G로 무엇을 실현하고자 하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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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Replies to “금융 4.0 시대가 온다”

  1. 감명깊게읽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어떻게 금융산업이 변화할 것인 지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이 기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점점 경쟁이심화되는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때문에 우울하네요… 우리나라가 걱정입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관련해서 제대로되는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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