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뒤늦게 금융시장이 요동칠까요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왜 뒤늦게 금융시장이 요동칠까요

열흘 전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신종플루 등 다른 전염병들이 경기에 짧은 영향만을 주고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V자’로 회복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좀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기에 깊은 상처를 주고 회복도 매우 느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왜 그런 전망으로 바뀌게 되었나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과거의 감염병들과 다른 점은 사람들이 느끼는 민감도와 두려움이 과거 다른 전염병 때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감염율과 치사율 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과거의 감염병에 비해 훨씬 더 위협적이라는 증거는 적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사람들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외출과 모임, 그에 따른 소비 활동의 중단 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의 두 축인 생산과 소비 가운데 생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예상됐던 일입니다. 발생 초기에는 중국 우한 근처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이 제때 만들어지지 않아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의 조업이 어렵다는 게 중요한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나 공급의 차질은 재고를 활용하면서 그 차질을 줄이거나 재고가 소진되더라도 소비자들이 대체재를 선택해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최악의 경우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상황이 나아지면 참아왔던 소비가 분출되면서 강한 회복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사태 초기에는 중국 정부의 강한 부양책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공급 차질로 인한 경제 충격은 금방 회복될 텐데 여기에 부양책을 끌어다 부으면 경기가 너무 뜨거워질지도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소비의 위축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게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듭니다.

소비가 위축되는 건 생산 차질보다 더 큰 문제인가요?

생산 차질은 재고의 활용, 또는 대체재의 선택, 상황 개선 이후의 이연소비 분출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소비의 위축은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감염이 두려워서 외출을 꺼리고 그에 따라 소비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기 전에는 그 어떤 정책도 통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돈을 쓰라고 나눠주더라도 먹히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서 소비가 안 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염자가 많아지면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과 의사도 부족해집니다. 평소라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던 환자가 병실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그런 상황은 코로나19의 통계적 치사율을 높입니다. 그런 신호는 사람들의 외출과 소비활동을 더욱 위축시킵니다. 그리고 소비활동을 진작시키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감염자 수를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책으로 충격을 완충하기가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바랄 것은 이런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고 더 이상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 경제활동의 위축에 따른 소득의 감소 폭이 커지고 그 자체가 향후의 소비 수준을 낮춘다는 겁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지나온 이유, 유럽이 불경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 이런 <우연히 찾아온 충격 이후 이상하게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소비심리>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런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이라는 가정이 늘 따라다닙니다. 다만 한국,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생각보다 병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점과 다른 나라에서도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환자들이 많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그런 걱정이 사실과 다르다는 확증이 나오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절성 독감처럼 일상적인 질병이 되면 현재의 병상과 의료진 숫자로는 당분간(의료진의 확충은 10년 이상 걸리는 일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중증과 경증 환자로 구분해서 중증 환자만 입원 치료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인 <어느 정도가 중증이냐>는 결정 역시 환자의 상태가 아닌 남아 있는 가용 병상의 숫자에 따라 결정됩니다. 치료를 절대 기준이 아닌 상대 기준에 따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건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는 신뢰의 추락으로 실제 상황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생깁니다.  이런 모든 상황이 금융시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인식됩니다. 

중앙은행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미국의 연준도 주가가 계속 급락하자 지난 주말 성명을 내고 연준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노골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선 것을 두고 중앙은행의 타락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오히려 그 개입의 효과가 크게 기대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타격을 받은 경제가 드디어 실제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각오했던 것보다 더 나쁘게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 50에서 2월에는 45로 추락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지만, 실제론 35.7을 기록했습니다.

단 한번도 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서비스업 PMI 지수는 무려 29.6을 기록했습니다. PMI 지수는 각 기업들의 구매 담당 책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앞으로의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을 묻는 통계자료입니다.

이런 지표의 충격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각오는 했으나 생각보다 더 나쁜 경제지표들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입니다.

데일리 브리프

경제가 어려운데 금값은 왜 내릴까

금값도 최근 며칠간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금값은 금리가 낮을수록 높게 오릅니다. 다른 자산에 비한 금의 가장 큰 약점이 이자나 배당이 없다는 것인데 그 상대적 약점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 금값은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다소 다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모든 자산을 현금화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금값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금값이 그동안 가파르게 뛰어 차익을 실현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달러 가치의 하락 전환에 따른 매물이 나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금은 달러로 표시되어 거래되므로 금값이 그대로라도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금 투자자는 손해를 입습니다.)

석유 가격은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세계 경제가 얼마나 추락할 걸로 시장이 보고 있는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33달러(5.0%) 폭락한 44.76달러에 장을 마감했고 한 주 동안 16% 넘게 폭락했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가장 큰 주간 낙폭을 보였습니다.

데일리 체크

증권업에 뛰어든 카카오가 공모펀드를 내놨습니다.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과 손잡고 만든 펀드들인데요. 상품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다만 접근성이 좋은 채널을 보유한 덕에 많은 투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페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한국경제의 보도입니다. 애플이 최근 국내 카드업계에 결제액의 1% 내외 수수료를 요구했지만, 카드업체들은 애플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마트가 사업목적에 ‘전기차충전사업’을 추가하려 나섰습니다. 마트에서 장보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탓에 대형마트들은 이렇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전기차 충전 거점이 되면 운전자들을 쇼핑이나 문화센터 이용으로 유인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국 90여개 매장에 완속 충전기 500기 이상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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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뒤늦게 금융시장이 요동칠까요”에 대한 15개의 댓글

  1. 부동산(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없네요. 자산을 처분하여 현금보유를 늘려야 한다면 그 첫번째는 최근 몇년간 급등한 부동산을 처분하는것 이라는 생각인데…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다른 변수가 많긴 하지만 이런 경제 상황에선 급매-투매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을듯합니다. 평론가님 생각은??

  2.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소비가 줄면 자영업자들의 소비 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가 위축 된다고 보는 것은 과장일까요?

  3. 정부가 돈을 쓰라고 줬다고요??
    난 금시초문 인데요!!
    오히려 대출좀 받으려 해도 이리막고 저리 막아 버리던데 뭔 근거로서 정부가 돈을 쓰라고 줬다라는 썰을 푸시는지요??!!
    이진우씨!!

    1. 사업하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상대로 운영자금대출,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대출 등 계속 공문날아옵니다. 본인이 모른다고 없는게 아니에요

  4. 기존 질병감염사태에 비하여 발생 진원지가 광범위가 아닌 우한 대구 경북 청도등에 집중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이 아닌 급진적인 확장과 더불어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 등 강력한 조치와 범야권과 언론 그리고 신천지가 훨씬 긴 기간의 외출 모임 금지를 야기시켜 소비위축을 불러 왔고 자영업과 소기업위주의 우리 체질에 막강한 피해가 발생한 바 이에 대한 보상과 부양책이지 내수부양은 아니며 더구나 하나 더 보태 생산 위축까지 몰고와서 현대차 삼성전자까지 일시 폐쇄로 공급차질이 왔다 할 것입니다. 즉 항상 소비위축은 동반현상이었지만 이번엔 공급생산중단까지 온 사실입니다. 곧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 되면 위기가 기회로 작용되어 우리의 방역체계 백신치료제 의약학 바이오산업이 세계적으로 우위와 선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금값하락은 화폐개혁 발언으로 현정부에서 더이상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이미 바꿀사람은 바꿨으므로 하락하는것은 아닐까요?

  5. 언론의 공포마케팅에 총선을 앞둔 정치적 목적의 여론이 호들갑떠니 군중도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 거기에 사이비 광신도들이 기름을 부은거죠. 미국독감처럼 치사율이 높은것도 아니고 그냥 독감일 뿐인데..

  6. 어느 나라든 가장 급한것이 백신과 치료제입니다
    개발이 타국에 비교 늦거나 안되면 모든것이 비관적입니다. 마스크산업처럼 경제가 활발하게 되려면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되야 할것입니다

  7. 경제 문제는 정치문제와 결부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는 하죠.

    하지만 댓글은 예의를 갖추어 쓰시거나
    본인의 생각과 맞지 않으시면 가려 읽으시거나 안 읽으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독감이라는 독감은 없습니다. 우라나라에서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A형, B형과 같죠.
    코로나19(Covid19)는 A형독감, B형 독감과는 다르게 백신도 없고, 정립된 치료가 아직 없기때문에 시장과 금융시장이 공포로 요동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우 평론가님 분석글 잘 읽고 있습니다.

    어느 댓글 분의 말씀 처럼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 백신, 치료제 모두 개발하였으면 좋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습니다. 약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인 대안은 지금껏 개발해와서 만들어지고 있던 항바이러스제제들 중에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이 있고 그 약들이 빨리 발견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8. 금은 달러로 표시되어 거래되므로 금값이 그대로라도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금투자자는 손해를 입는다는 부분이 잘 이해가 안갑니다. 가령 금 1온스가 1달라였다가 달러가치만 반토막이 나면, 1온스=2달러가 되어 표기될 것이고, 금투자자는 명목상 이익을 본 (실질상 중립? 현재 2달러는 예전의 1달라와 동일한 가치이므로) 상황은 아닌가요?

    1. 한국은 원화를 통화로 하기에
      1200원 = 1달러 = 1온스일때 금을 구매하면
      1온스가 1200원의 가치를 가지게 되지만

      달러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게 되면
      600원 = 1달러 = 1온스
      1온스가 600원의 가치를 갖게되어
      1200원 > 600원으로 600원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는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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