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치솟는 환율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코로나 때문에 치솟는 환율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후 사람들은 ‘테러를 미리 대비해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나온 아이디어 중에 하나가 바로 ‘테러가 발생하면 큰 돈을 버는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거래하게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러면 테러의 조짐이나 가능성이 생기기 시작할 때 시장의 참가자들은 그걸 귀신 같이 포착해서 가격에 반영할 것이고 정부는 그 파생상품 가격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테러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해서 테러 가능성을 줄이면 된다는 거죠. (현실화되진 못했습니다)

같은 아이디어를 코로나19에 적용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언제 잠잠해질지 알고 싶을 때 요즘 참고할 만한 가장 민감한 경제지표는 바로 환율입니다. 바꿔 말하면 요즘  달러∙원 환율이 오르는 건 거의 100% 가까이가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 때문 이라는 뜻입니다.

환율이 왜 이렇게 오르나요

어제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달러=1216.9원에 거래됐습니다. 하루 전보다 6.6원이 더 오른 수치입니다. 달러∙원 환율은 한국에서 거래되는 1달러짜리 지폐의 가격입니다. 그 환율이 오르는 건 달러의 가격이 비싸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왜 오르느냐는 질문은 어찌보면 좀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환율이 오르는 건 사람들이 환율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베팅하기 때문인데 사람들이 왜 환율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지는 그 역시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 마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게 환율이 오르는 1번 이유입니다) 원화의 금리가 내려오면 원화를 보유할 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줄어들므로 이자를 조금밖에 안주는 화폐인 원화의 가치가 과거보다 더 하락합니다. 환율이 오르는(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유럽(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유로화 약세 → 달러 강세 → 환율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탈리아의 경기가 나빠지면 그 영향을 받아 유럽 전체의 경기도 나빠지고, 그러면 유로화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달러의 가치는 오릅니다. 이게 환율이 오르는 2번 이유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관광객도 줄어들고 내국인들도 활동이 위축되니 내수 경기가 나빠질 것입니다. 경기가 나쁜 나라의 화폐 가치는 대개 하락합니다. 경기가 나쁘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그러면 이자를 적게 주는 화폐가 되므로 그 나라 돈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나라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 나라에 투자하길 꺼리거나 탈출하게 되고 그래서 환율은 오릅니다.  (환율이 오르는 3번째 이유입니다)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중국의 생산 활동을 멈추게 하고 한국이 중국으로 보내는 수출품의 수요를 줄입니다.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양이 줄어들면서 한국에서 달러가 귀해집니다. (환율이 오르는 4번째 이유입니다)

환율이 오르는 다양한 이유들이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잦아들고 사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면 금융시장에서는 환율의 하락이라는 신호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잘 잡히지 않고 더 강하게 확산되면 환율이 더 오르고 오르는 기간도 더 길어질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환율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영향으로 오르내리는 중입니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잦아들 거라는 신호도 확산될 거라는 우려도 환율에서 제일 먼저 포착되고 환율을 통해 제일 먼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환율을 잘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환율은 상황의 변화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상황의 변화를 일찍 포착한 투자자들이 미리 행동한 흔적이기도 해서 상황 변화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요즘 외환시장의 투자자들은 환율 전망을 종전보다 올려잡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영향이 길고 강하게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데일리 브리프

예금 금리 더 내려갔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슬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지난해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을 때 예금 금리도 따라 내렸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예금금리를 별로 내리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오픈뱅킹 경쟁 때문이었습니다. 오픈뱅킹은 어느 한 은행의 앱만 깔면 다른 은행 계좌의 거래도 그 앱에서 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앤 겁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자기 은행이 고객에게 바로 그 <어느 한 은행의 앱>이 이 되기 위해 예금 금리를 낮추지 않고 경쟁을 해왔습니다.  요즘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는 건 그 경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은행의 수익원인 예대마진을 더 이상 희생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은행들이 이렇게 예금 금리를 내리면 가장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입니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은행의 예금 금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리면 예금 금리는 또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돈 잘 버는 프랜차이즈는 치킨집?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연간 매출은 약 2억4000만원, 제과점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연간 매출은 약 4억5000만원 정도로 조사됐습니다. 피자는 2억7000만원, 편의점은 5억7000만원이 평균 매출이었습니다.

이 통계를 보고 평균 매출이 가장 높은 편의점을 하는 게 제일 유리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통계의 잘못된 해석입니다. 각 가맹점마다 임대면적도 다르고 초기 인테리이비용도 다르고 투입되는 인건비도 다르고 마진율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하므로 매출이 많지만 그에 따른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고 24시간 영업을 감안해서 임대료가 비싼 곳에서 점포를 운영하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임대료가 좀 비싸도 단위 시간당 매출이 많은 곳이 24시간 영업점에서는 더 유리합니다).

커피숍 프랜차이즈는 전체의 27%가 연매출 1억원 이하의 점포라는 통계도 눈길을 끕니다만 영업시간이 짧고 마진율이 높고 월세가 낮은 점포에서도 가능한 업종이라는 점에서 수익성이 낮은 업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정 업종이나 업태가 수익성이 유독 높거나 낮다면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그쪽으로 몰려들 텐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건 점포당 평균 매출과 해당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관계가 별로 없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데일리 체크

코로나19 탓에 병원 방문을 최소화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고객으로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줄고 있습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9개 손해보험사의 1월 손해율은 평균 91.7%였는데요. 한 달 전인 작년 12월엔 111.6%였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출 거라는 무디스 산하 분석기관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것뿐 아니라 중국이 1차 미∙중 무역합의를 실천에 옮기지 못할 위험도 생겼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의 수요가 타격을 입으면서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외출을 삼가면서 한동안 배달 수요가 늘었습니다만, 이제는 즉석조리식품이나 밀 키트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이달 19~23일 이마트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 판매된 즉석밥·레토르트·가정간편식(HMR)은 직전 주 대비 168% 늘었으며, 통조림 반찬과 라면의 판매량도 급증했습니다. 다른 오픈마켓에서도 비슷한 추이가 나타났습니다.

올해 초 열릴 예정이었던 통신전시회 MWC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면서 화웨이가 온라인으로 새 폴더블폰을 공개했습니다. 화웨이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만 판매했던 폴더블폰에 비해 성능은 좋아졌지만, 디자인은 같습니다.

중국 전역 매장을 폐점했던 애플이 중국 매장 42곳 중 29곳을 다시 열었습니다. 애플은 아직 개장하지 않은 나머지 매장도 이번 주말까지 정상 영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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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치솟는 환율”에 대한 24개의 댓글

  1. 늘 감사합니다. 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은 이해하였습니다. 그런데 엔화가 달러와 동반상승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은 코로나 감염국가인데 왜 엔 환율은 떨어지지 않는건가요

    1. 엔화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안정적인 통화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서 원화와 기타 국가의 화폐들은 신흥국 통화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달러, 엔, 옌, 유로 등이 안정적인 통화로 여겨지고 있고 그 중에 달러가 제일 안정적이지요. 그렇지만 일본에 나쁜 이슈가 계속되면 엔 가치가 떨어지겠지요. 환율은 정말 복잡합니다 …

    1. 하루를 시작하면서 유익한 내용들을 알기쉽게 요약 정리해서 보내
      주심에 항상 감사드리고 정독하고있읍니다! 감사합니다!

  2. 아침마다 리멤버나우 보면서 회사가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돼요
    우선 글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서 읽고 이해하기 너무좋아욤ㅠㅠ!

  3. 리멤버나우로 균형있는 시각으로 경제상황과 현실을 보는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데 혹시 RSS형식으로 구독이 가능한가요?

  4. 점심 내기 지셨나봐요. 금리 동결된다는 기사 방금 읽었습니다.
    오전 출근하면서 손에잡히는 경제도 애청하고 있습니다.
    항상 유익한 정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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