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던 이유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던 이유

얼마 전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재활용품 수집창고에는 폐지가 가득 쌓인 채로 수거되지 않는 일이 있었습니다. 폐지 가격이 계속 하락해 폐지 수거 마진이 줄어들면서 생긴 일입니다. 기존에는 자체적으로 폐지의 품질을 개선해온 수거 업체들은 이제 아파트 주민들에게 그 작업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품질 개선 작업이란 폐지 공장으로 바로 보낼 수 있게 코팅된 폐지나 영수증 용지 등은 따로 분류하고 골판지용 폐지만 따로 묶는 작업입니다.

폐지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기에 이런 일이 생겼나요?

2년 전에 kg당 120원가량이었던 폐지 가격은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폐지 가격은 경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불경기에는 폐지 가격도 낮은 게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최근의 폐지 가격 하락은 중국의 영향이 더 큽니다.  중국이 2018년에 자국에서 나오는 폐지를 재활용하기 위해 수입산 폐지의 수입 금지 조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해외에서 폐지를 수입해서 골판지를 만들어 쓰고 자국에서 배출되는 폐지는 그냥 땅에 묻거나 태웠습니다. 자국에서 배출되는 폐지가 분리수거가 잘 안 되다 보니 차라리 수입산 폐지를 사다 쓰는 게 저렴했던 겁니다. 그러나 그런 관행이 지속되면 중국에서 배출되는 폐지는 계속 버려지고 중국의 환경오염이 계속될 우려가 있어서 중국 정부는 외국산 폐지 수입을 금지시켰고 그 때문에 중국으로 가던 폐지들이 갈 곳이 없어지면서 폐지 가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

그럼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요?

폐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우리나라의 폐지 수거 시스템에도 계속 불협화음이 생겼습니다. 우선 폐지를 수거하는 일을 하던 노인들의 폐지 수거 소득이 반토막이 됐습니다. 폐지 수거를 포기하는 노인들도 많아졌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지 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인들로부터 폐지를 사들이는 업체에 지원금을 주기도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이를 중단하고, 아예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한 달에 며칠 이상 폐지를 주워오면 2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을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이기도 하지만 그대로 두면  폐지 수거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 입니다.

반면 골판지를 만드는 제지 회사들은 폐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익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폐지는 모두 골판지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최근 골판지 수요는 늘었으나 원료인 폐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제지 회사들이 그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과거에는 폐지를 모아주기만 해도 가져가서 알아서 처리하는 업체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그러기 어렵습니다. 폐지를 버릴 때도 추가비용이 드는 시대로 접어든 것입니다.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수년 전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집니다. 제지회사는 아파트나 가정에서 수거된 폐지는 가져가지 않고(수거비용이 많으므로) 해외에서 수입한 저렴한 폐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중국 정부도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폐지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도 그것뿐입니다.

각 가정이 노력과 수고를 들여 재활용 폐지를 깔끔하게 묶어서 배출해도(그래서 국산폐지를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도)  다시 수요처가 줄어든 수입폐지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들어옵니다.  수입되는 폐지는 자국에서 한국으로 싣고 오는 운송비를 스스로 부담하더라도 한국에 저렴하게 파는 게 유리할 만큼 가격경쟁력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폐지를 수거하는 업체에 지자체가 지원금을 줍니다. 한국에서 수입폐지를 사지 않으면 해당국 정부는 지원금을 올려서 폐지 수거업체가 한국에 그냥 폐지를 버리고 오기만 해도 수지가 맞게끔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국에 폐지 쓰레기가 쌓이고 수거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폐지 수입 금지 조치는 제지회사들이 반대합니다. 원료를 싸게 조달할 루트가 막히니까요.

폐지의 배출량은 많은데 골판지 수요는 그보다 적습니다. 나머지는 태우거나 파묻어야 하는데 그 환경비용이 커지면 남아도는 폐지의 가격은 깊은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집니다(폐지를 받아주는 제지 회사에 돈을 주고 폐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데일리 브리프

기초연금에 중앙정부 예산 지출 늘린 배경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한 달에 20~3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받는 분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괜찮지만 주는 쪽에서는 매우 중요한 게 “그 기초연금을 누구 주머니에서 꺼내줄 것이냐”입니다. 그걸 놓고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계속 갈등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갈등의 이유는 요약하면 딱 하나입니다. 모든 지자체장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돈을 쓰고 싶지,  온 나라가 다 하는 일에 돈을 쓰고 싶진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자체의 예산이 100인데 이 가운데 40을 그 지자체의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데 사용하면 그 지자체장이 하고 싶은 예를 들면 구민회관 설립이나 청년수당 지급 같은 일에는 60밖에 쓰지 못합니다. 실제로는 그 60도 해당 지자체 운영비 등 고정 비용이 대부분이어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거의 없기도 합니다.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일도 중요한 복지지만 그 어떤 국민도 기초연금을 받으면서 “우리 지자체장 일 참 잘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나라가 주는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돈은 쓰면서 생색이 안 나는 매우 비효율적인 지출입니다.

심지어 어떤 지자체는 기초연금을 주고 나면 정말 돈이 없기도 합니다. 이유는  우리나라의 지자체들은 주머니 사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지자체는 그 지역에 좋은 기업들이 많아서 그 기업들이 내는 세금으로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그 지자체장은 인기가 높아서 대선에도 나갑니다. 그런데 어떤 지자체는 돈이 없어서 필수적인 일만 간신히 하고 그런 지자체는 지자체장이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기초연금을 지급할 때 특정 지자체에 중앙정부 지원을 늘릴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는 소식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정책입니다.

데일리 체크

정부가 기업 규모와 업종, 학력 등에 따른 임금 분포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은 30인 미만 기업의 경우 평균 2852만원, 500인 이상 기업은 3975만원이었습니다. 10년차 이상으로 가면 30인 미만 6116만원, 500인 이상 9540만원으로 차이는 더 벌어졌습니다.

중고차 구독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한 차량을 1년 동안 타고, 이후 다른 차량을 선택해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차량을 자주 바꿀 수 있으면서도 취∙등록세와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동아시아 상공의 미세먼지 이동을 관측할 수 있는 ‘천리안위성 2B호’가 발사됐습니다. 세계 최초 대기환경 감시용 정지궤도 위성입니다. 이 위성은 2주일 후부터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한반도 주변 13개국의 대기와 해양 관측 임무를 수행합니다.

GE가 공동생산한 제트엔진을 중국에 수출하는 걸 미국 정부가 중단시키려 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 의사가 없다고 트위터에서 밝혔습니다. 중국 견제와 대중 무역적자 축소 중 후자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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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던 이유”에 대한 11개의 댓글

  1. 중소기업과 중견 대기업의 임금차이는 기본금, 또는 순수연봉 (성과급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받는 돈)을 기준으로 측정해야하지 않나요? 연봉이 높울 수록 세금이나 의료보험료가 많아져서 실제 받는 돈은 예상보다 많지 않은데 이러한 기사들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1. 성과급을 왜 빼야 하나요? 솔직히 성과급도 급여의 일부이지 순수한 성과의 대가는 아니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사람을 고용할때 성과급 까지 고려해서 연봉계약을 하지, 기본급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성과급은 진짜 성과를 나눠준다고 생각 안하죠. 피고용인도 마찬가지고요. 심지어 대기업은 의료비 복지 등 돈으로 보이지않는 혜택이 훨씬 많구요

  2. 대기업은 카페나 구내식당 등 복지 수준도 높기 때문에 급여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급여 이상의 차이가 존재할 것입니다. 하다 못해 은행 대출금도 규모니 이자도 다릅니다.

  3. 오타 수정이요. ‘투르’ – ‘루트’
    요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재활용 공지가 올라왔던게 이 이유 때문이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4. 더욱늘어가는 노령화시대에 삶에겨워하는 노인들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하는데ᆢ
    그러지 못한 실정에 안타까울 뿐이네여ᆢ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5. 임금 관련 정보는 매우 왜곡되었네요
    조사를 의도적으로 차이가 나도록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대기업에 다녔지만 저만큼 절대 안 주는데
    근로자간 감정만 상하게 하는 나쁜 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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