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노인이 많아지면 생기는 일들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서울 지하철은 만성 적자입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주요인으로 꼽히는데요. 다만 이 제도를 폐지한다고 꼭 그만큼 적자가 줄진 않습니다. 한 해 동안 이사를 간 사람들의 비율이 지난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1월 30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지하철에 노인이 많아지면 생기는 일들

서울 지하철은 매년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비롯한 무임승차자를 무료로 태워주는 비용이 3700억원이 넘는다면서 이 비용을 왜 서울시가 떠안아야 하느냐는 항의를 수년 전부터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 이슈는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줍니다. 1. 무임승차 제도를 없애고 노인들을 돈을 받고 태우면 3700억원을 더 벌 수 있고 그것이 서울 지하철의 적자를 줄일 수 있는가 2.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3.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같은 공기업들은 흑자를 내는 게 필요한가 등입니다.

– 무임승차자들이 적자의 원인인가요?

이 문제의 핵심은 무임승차자들 때문에 서울 지하철이 부담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느냐를 계산하는 것입니다만, 이 문제는 대단히 복잡합니다.  무임승차자들에게 요금을 받기 시작하면 과연 지금 무임승차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한 3700억원의 요금수입이 추가로 생길 것이냐 하는 질문에 답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2시부터 2시까지 짜장면을 공짜로 주는 중국음식점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한달에 그렇게 공짜로 나가는 짜장면이 1000그릇이고 짜장면 정상가격이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중국음식점은 공짜 짜장면 때문에 한달에 1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공짜 이벤트를 없애고 나면 그 다음 달부터 한 달에 추가 수입 1000만원이 들어오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공짜이기 때문에 먹었을 뿐 1만원을 내야 한다면 그걸 사 먹지는 않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하철도 무임승차를 없앨 경우 현재 탑승하는 무임 승객들이 모두 제값을 내고 다 탈 것이냐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정확한 계산을 하려면 유료로 전환할 때 그래도 유료탑승을 할 승객의 규모와 무임승차 승객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운영비용의 감소분을 추산해야 하는데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 무임승차 손실분은 누가 부담하는 게 맞나요?

보건복지부 등의 부처에서는 오히려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인해 노인들이 부담 없이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 오히려 노인들이 건강해져서 건강보험 지출액은 줄어든다는 설명도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돈만 따지고 본다면 그로 인해 길어진 노인들의 수명만큼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지급액은 더 늘어나니 그로 인한 비용도 늘어납니다.

서울지하철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식으로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있을 것입니다. 유료로 운행할 때 현재의 모든 무임 승차자들이 모두 지하철 이용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손실이 얼마든 그 금액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도 논란거리입니다. 서울시는 국가가 부담하라는 주장입니다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서울시도 정부도 국가도 정부여서 결국은 한주머니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렇게 정부가 부담하는 부분만큼 서울시 예산의 잉여분이 생기고 그걸 서울시가 서울시의 자의에 따라 지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서울시에 무임승차 손실분을 지원하게 되면 그 지원금액만큼 예산이 줄어듭니다. 결국 이 논쟁의 본질은 각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기관들의 논리 싸움입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 돈이 얼마든 그 돈을 서울시의 의지대로 쓰게 하느냐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반영해서 사용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서울시 이외의 지역에 사는 분들은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서울시에 무료승차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게 이해관계에 더 부합합니다.

–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문제는 해결하지 않아도 되나요?

이 문제는 무임승차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얼만지는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습니다만)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가르는 이슈여서 국민들에게 어느 쪽이든 별 차이는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에게는 누구의 장부에 적자가 기록될지가 결정되는 아주 민감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서울교통공사 등의 공기업은 ‘적자를 기록 중이다’라는 꼬리표가 붙느냐 마느냐가 아주 민감합니다. 

생각해보면 이 적자는 그냥 교통공사가 계속 떠안을 수도 있지만(그 규모만큼 매년 서울시가 구멍을 메워줘야 합니다) 그 적자폭만큼 국가가 지원하면 교통공사는 적자에서 해방되지만 같은 금액만큼의 구멍이 국가부채에 추가됩니다.

서울 지하철의 적자가 국가부채라는 장부에 기록되느냐 아니면 교통공사라는 공기업의 장부에 기록되느냐의 차이일 뿐 국가 전체로는 물론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국가부채비율이 달라지기도 하고 교통공사가 골치 아픈 적자 공기업이 되느냐 아니면 건전한 흑자 공기업이 되느냐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국가부채비율이 높으냐 낮으냐의 문제 또는 공기업이 적자냐 흑자냐 하는 문제는 장부의 칸막이를 어떻게 가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 본질적으로는 아무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공기업이 적자이니 문제라는 지적이나, 국가부채가 많아서 걱정이다 혹은 줄어서 다행이라는 해석이 별로 의미 없는 해석이라는 뜻입니다(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서울교통공사가 채권을 발행해서 조달한 자금으로 메우면 본질은 다르지 않지만 국가부채나 서울시 예산 변동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 공기업은 왜 적자나 부채에 민감할까요?

우리는 공기업을 평가할 때 적자냐 흑자냐 부채가 많으냐 아니냐로 그 방만함을 판단합니다만, 공기업은 지원금을 받느냐 아니냐로 손익계산서가 달라지고  일을 열심히 할수록 적자와 부채가 커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부채가 많기로 유명한 LH공사는 부채를 줄이라는 여론 때문에 임대주택 공급 사업의 규모도 축소하고 택지 개발 사업도 줄였습니다. 극단적으로 일을 모두 중단하면 부채는 제로가 됩니다. 어떤 공기업에 대한 평가의 잣대를 손익계산서와 재무장부로 하는 건 그만큼 위험하고 때로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이 남으셨나요?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아래처럼 답해 드립니다.

답해 드립니다

“P2P 대출 금리가 왜 낮아질 수 있죠?”

박O철님:

9억원 이상 아파트만 관리한다면 9억원 이하 모든 아파트가 과열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대출규제를 하면 9억원 이하 아파트로만 투자자금이 몰려서 11억원 하던 A아파트는 10억원이 되고 7억원 하던 B아파트는 9억원이 될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품질이나 위치와 무관하게 가격 차이가 줄어들게 되는 건데요.  나중에 대출규제가 풀리면 이 간격이 용수철처럼 튀어서 확대될 수 있습니다.  4억원 차이 나던 A, B 아파트가 1억원 차이로 압축되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B의 가격이 그대로라면 A가 많이 오르게 되고 A가 그대로라면 B가 많이 내리게 되는데 어느 쪽이든 문제가 생길 겁니다. 급격한 가격 변동은 어느 쪽이든 문제가 되니까요.

정O해님:

P2P로 흘러들어가는 주택담보대출 내용에서 “금리도 낮아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수요자도 늘어나서 이런 그림자 대출의 규모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라고 하이라이트된 부분이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P2P대출(=그림자대출)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얘기인가요?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 p2p 대출 금리도 낮아지나요? 어차피 P2P인데 별개로 가진 않나요.

저희 레터에 오해의 여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P2P 대출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지금은 금리가 꽤 높습니다. 10% 안팎입니다. 그러나 이 이자율은 자금 공급이 늘어나면 더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P2P 투자자들만 P2P 금융의 자금을 공급하니 그 눈높이에 맞춰서 금리가 형성됩니다(연 4~5%라면 투자를 안합니다).

하지만 은행 정기예금에 자금을 묻어두던 자금 공급자들이 이 시장으로 들어와서 돈을 빌려주기 시작하면 5% 안팎의 금리로도 돈을 빌려줄 수 있고 그러면 수요도 늘어나서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이런 겁니다. A는 여유자금 5억원이 있어서 연 2%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있고 B는 7억원짜리 집을 사고 싶은데 대출규제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면 A의 여유자금 5억원을 연 4% 금리로 B에게 빌려주고 B가 사는 집에 A는 1순위로 근저당 설정을 하는 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데일리 브리프

이사 다닌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전체 인구 중에 작년 한 해 동안 이사를 다닌 사람들의 비율이 47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예년에 비해 이사를 잘 안 다녔다는 의미입니다. 이유는 이사를 다니기 어려운 정책 상황과 이사를 다닐 이유가 줄어드는 연령대인 고령층이 늘어난 것이 꼽힙니다. 최근의 주택 정책이 집을 사거나 팔거나 셋집을 옮기거나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출을 억제하는 쪽인 것도 이사 인구를 줄이는 요인입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나 새로 지은 주택의 숫자가 감소한 것도 이사 인구를 감소시킨 요인입니다.

사람들이 이사를 활발하게 다니는 게 좋은 것이냐 아니면 가능하면 이사를 덜 다니는 게 좋은 것이냐는 그 통계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거주지에 만족하고 이사를 다닐 이유 자체가 적다면 이사 인구가 적은 것이 좋은 일이지만 이사를 가고 싶은 이유는 많은데 다른 이유로 이사를 못 다닌 결과라면 이사 인구가 적은 것은 나쁜 결과입니다.  지난해의 결과가 어느 쪽인지는 이사 인구의 비율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서울은 지난해에도 인구 순유출지역이었습니다. 서울에 주택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것은 서울의 주택 한 채가 수용하는 인원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마도 서울의 집 한 채에 거주하는 사람이 과거보다 줄어들었고 1~2인 가구가 서울의 주택을 차지하고 3~5인 가구는 좀 더 넓은 주택을 찾아 경기도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가정이 합리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데일리 체크

현대차가 지난해 전반적으론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중국에선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2016년엔 중국에서 114만대를 팔았던 현대차가 작년엔 68만여대밖에 팔지 못했습니다. 기아차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고급 브랜드와 저가 중국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현대차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브라질 경제가 침체되면서 헤알화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3년 전 370원까지 갔던 1헤알화는 이제 280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브라질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작년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환손실을 만회했지만, 올해엔 금리가 추가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애플이 작년 4분기에 100조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사상 최대치인데요. 아이폰 매출은 2018년 4분기보다 7% 이상 늘었고, 에어팟 프로 등 웨어러블 매출은 37%나 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구조조정을 감행하던 GM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생산에 3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GM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햄트래믹 공장을 회사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말부턴 전기차 픽업트럭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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