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독서] 왜 IT 플랫폼들은 콘텐츠에 열광할까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의 오후 1시엔 이동우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10분 독서 나우]가 발행됩니다. 전문 북 큐레이터인 이 교수가 직접 직장인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엄선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해 드립니다.

이용자들을 더 자주 방문하게 하고, 더 오래 체류시키고 싶은 플랫폼들은 콘텐츠를 통해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합니다. 세계의 대표적인 콘텐츠 플랫폼들이 어떻게 경쟁하고 있는지 신간 <콘텐츠가 전부다>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본 리뷰는 어떠한 상업적 지원도 받지 않고 작성됩니다)

이동우의 10분 독서 나우

왜 IT 플랫폼들은 콘텐츠에 열광할까

콘텐츠가 전부다

콘텐츠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뜻으로 콘텐츠란 스토리가 있는 모든 무형의 내용물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동영상, 음악, 게임, 소셜미디어 상의 텍스트와 사진 등의 디지털 콘텐츠로 뜻을 국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콘텐츠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세 가지 패턴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미디어플랫폼 외에도 음악, 게임, 소셜미디어 사업자들까지 양질의 콘텐츠를 독점으로 제공하는 나만의 콘텐츠, 즉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 하고 있습니다. 둘째, 다수의 미디어 공룡 기업들은  몸값 높은 콘텐츠 전문가들 을 기꺼이 모셔가고 있습니다. 셋째, 고객의 가치 이동에 발맞춰 미디어플랫폼, 소셜미디어, 자동차, 금융, 스마트홈 등 여러 분야 사업자들이 ‘나만이 실어나르는 콘텐츠’를 담아내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콘텐츠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OTT 사업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고, 유튜브, 소셜미디어, 게임과 음원 스트리밍 분야는 간단하게 짚어보겠습니다.

OTT(Over The Top) 사업

먼저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이 하고 있는 OTT 사업이 있습니다. 우선 넷플릭스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넷플릭스는 지난 몇 년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와 시리즈물에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우선 넷플릭스에 올라와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은 전체의 8%에 불과하지만  시청 시간으로는 전체의 37%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사전 예고 없이 시리즈가 중단되거나 추천 시스템에서도 사라지는 콘텐츠의 숫자가 적지 않습니다. 대략 전체 오리지널 콘텐츠의 40% 정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기존 이용자의 이탈을 방지해  주가를 올리고 콘텐츠 제작 비용 회수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둘째, 넷플릭스의 로컬화 전략도 짚어봐야 합니다. 넷플릭스는 최근 일본, 인도 등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로컬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지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9년 넷플릭스가 CJ ENM, JTBC와 콘텐츠 제작∙유통 계약을 3년으로 확장하여 체결한 것도 그런 측면에서 이루어진 계약이라고 하죠.

다만  과감한 투자는 넷플릭스의 현금 흐름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습니다.  2018년 넷플릭스의 부채는 84억달러, 장기부채는 166억달러였습니다. 문제는 신규 가입자인데요. 2019년까지는 매 분기 신규 가입자가 늘었지만, 2019년 2분기를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책은 말합니다. 왜 그럴까? 이제 이 문제를 따져봐야 합니다.
(넷플릭스의 공시를 보면 북미 구독자 수는 2019년 3분기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차이가 발생한 것은 책이 쓰인 시점은 넷플릭스가 3분기 공시를 발표하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자의 주장처럼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가입자가 다시 늘어난 것도 투자 덕분이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 편집자 주)

넷플릭스가 점령하고 있던 OTT 사업에는 2019년 들어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디즈니가 등장했습니다. 디즈니는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 그리고 21세기폭스사까지 인수합병해 거대한 미디어그룹이 되었죠. 이 모든 콘텐츠를 가지고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 서비스를 시작한 것입니다. 디즈니 플러스가 출시한 첫날 가입자는 1000만명이었고, 디즈니는 2024년까지 9000만명을 유료 가입자로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빼기 시작했습니다.

디즈니와 관련해서는 ‘디즈니 레시피(Disney Recipe)’라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월트 디즈니가 1957년에 그렸던 메모인데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콘텐츠로 인한 수직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장용 영화의 캐릭터 자산이 음악, 출판, TV, 머천다이징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부가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이제 디즈니는 이 전략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만 생각해봐도,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 마블’, ‘토이 스토리4’, ‘알라딘’과 ‘라이온 킹’ 그리고 ‘겨울왕국2’까지 모두 디즈니의 영화들이었습니다.

디즈니 레시피.

문제는 넷플릭스의 경쟁사가 더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2019년 11월 ‘애플TV플러스’라는 자체 OTT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워너미디어는 ‘HBO 맥스’라는 OTT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발표했고, NBC유니버설도 2020년 OTT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따져보겠습니다. 넷플릭스 콘텐츠 중 디즈니,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의 콘텐츠 비중은 약 19.6%, 그러나 이 콘텐츠들의 시청 시간 비중은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빼고 있는 중입니다. 넷플릭스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유튜브 세상

이 책은 별도의 사업 분야 하나로 ‘유튜브’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부분에 대한 시장 경쟁은 끝났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유튜브 세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의 95%가 유튜브에 접속하고 있고, 1분마다 500시간이 넘는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됩니다. 개설된 채널은 2400만개, 우리나라만 봐도 하루에 100개의 채널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하루 10억시간 이상이 유튜브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습니다. 바로  검색 엔진 인데요. 우리나라에서만 월 검색은 30억건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금은 구글에 이어 세계 2위의 검색엔진 자리를 차지했다는 분석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유튜브만의 전략이 있습니다. 유튜브는 기본적인 텍스트 검색을 넘어 클라우드 ‘비디오 인텔리전스’라고 불리는 동영상 분석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업로드될 때 입력된 정보 그 이상의 의미까지 추출하여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부합하는지 맞춰보는 것입니다. 콘텐츠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는 플랫폼은 검색 포털로서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튜브는 검색 포털로도 기능하고 있다는 겁니다.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명암이 명확히 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페이스북은 여전히 대중적이기는 하나 사용자들은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아재들이 메모장처럼 사용하는 스크랩북’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유행에 민감한 소셜 미디어 본연의 변덕스러움 때문이고, 둘째는 글자에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변화되어가는 모바일 소통의 격변기에 페이스북의 잡다한 기능이 오히려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게 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사용자의 90%가 35세 이하로 확실히 젊은 층에 특화된 소셜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셀스타그램’ 그리고 ‘서칭스타그램’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파워 인스타그래머들이 전달하는 콘텐츠가 스토리텔링이 되면서 팬덤을 만들고, 이는 상품 판매로 이어지고 있으며 , 일상생활과 관련한 검색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게임 스트리밍 분야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닌자’라는 스트리머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2019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닌자는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는 게임 스트리머입니다. 그는 트위치에서는 1500만 명, 유튜브에서는 2200만 명이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닌자는 이름마저 생소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믹서’와 독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금만 600만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요. 믹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빔이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플랫폼입니다. 구글 게이밍과 트위치에 맞서기 위해 생각해낸 전략이 바로 닌자를 독점적으로 모셔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닌자를 활용해 경쟁 판도를 가져오겠다는 것이죠.  닌자를 영입한 믹서는 2019년에 앱 스토어의 무료 앱 다운로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당신의 시간을 나의 공간에서 소비해주기만 하면 모든 것을 제공해준다.” 이것은 2015년 이후 유튜브를 비롯한 모바일 미디어들이 갖고 있는 신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용자가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에서 시간을 소비할수록 광고를 팔 수 있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시청만 해주면 왕처럼 대접해주는 플랫폼들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서문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더군요.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는 끝났다. 콘텐츠가 전부인 지금 살아남아라.”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이동우의 북박스클럽‘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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