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어려운데 고용률은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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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나라의 고용률이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괜찮은 일자리는 줄고, 노인 일자리는 늘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금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어떤 상황인 건지 살펴봤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1월 16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는 어려운데 고용률은 역대급?

unemployment

지난해(2019년)의 일자리 성적표가 집계됐습니다. 일자리는 꽤(30만개 정도) 늘었는데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노인일자리 여서 일자리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일자리와 관련한 논란을 제외한 나머지 일자리만 놓고 보더라도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노인이 아닌 60세 미만 젊은이들 가운데 일자리를 가진 젊은이의 비율은 1년 전과 비교해서 비슷하기 때문 입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일자리 통계는 요즘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가장 일반적인 신호입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조건 개선 정책이 현장에서 경기침체와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꽤 있어서 그 정책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잣대로도 활용되고 있어서 더욱 예민한 통계입니다.

– 그래서 우리나라 일자리 상황은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요?

우리나라의 일자리 상황을 파악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일자리가 몇 개가 늘어나야 괜찮은 수준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30만개가 늘어나면 괜찮은 건지 10만개가 늘어났으면 안좋은 건지 그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그러니 몇 개가 늘었다는 수치가 발표돼도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근 2년간 일자리 통계를 두고 벌인 논란의 본질은 거기에 있습니다. 정부도 앞으로는 일자리수가 아닌 고용률이라는 통계를 중심으로 일자리 상황을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른 방향이지만 좀 때늦은 변화입니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요즘 1년에 32만명 정도 늘어납니다. 그럼 32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라고 5000만개의 일자리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나라는 인구 10명당 일자리는 6개 정도 있으므로 늘어나는 인구의 60% 정도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늘어나주면 보통 수준의 고용상황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늘어나는 인구가 어떤 연령대의 인구냐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30대 인구가 32만명이 늘어난다면 일자리는 25만개정도 필요합니다. 30대는 10명중에 8명 정도가 일자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70대 이상 인구가 32만명이 늘어난다면 일자리는 거의 안 늘어도 무방합니다. 일자리가 필요한 70대 이상 인구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일자리 증가분이 몇 명이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고 모호한 문제입니다. 그래도 계산을 한 번 해볼까요.

우리나라 인구는 매년 전체적으론 32만명이 늘어나지만 일자리가 많이 필요한 20세~60세 인구는 10만명 정도 오히려 감소하고 있고, 60세 이상의 인구는 55만명이나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60세 이상에서는 대략 10명 중 3명 정도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보면 늘어난 60대 인구 55만명을 위해 17만개 정도 일자리가 필요할 텐데 20~60세 인구는 10만명이 줄어드니 일자리도 8만개 정도는 불필요할 것이고 그러면 대략 9만개(17만-8만)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면 괜찮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실제론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나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작년 일자리 상황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30만개가 더 생겼습니다. 반가운 일이죠. 그런데 60세 이상 일자리(38만개 증가)와 20세 미만 일자리(4만개 증가)가 합해서 42만개가 늘었고 젊은층의 일자리는 8만개가 줄었습니다. 아까 젊은 층 일자리는 8만개 정도 줄어들면 그냥 보통인 수준이라고 계산했었죠? 그러니 우리나라의 일자리 상황은  젊은 층 일자리는 보통인 상황이고 노인일자리는 필요보다 더 많이 생겼다 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인일자리 중에 50만개가량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제공한 일자리이니 실제로는 노인층 일자리도 12만개 정도는 줄어든 것입니다. 물론 이게 나쁜 건 아닙니다. 정부가 제공한 일자리가 더 맘에 들어서 다른 일자리를 버리고 정부표 일자리를 찾은 노인들이 그만큼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 그럼 일자리 상황은 뭘로 판단해야 하나요?

일자리 상황은 일자리 개수로 판단해서는 판단이 잘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경기가 나빠지거나 전쟁이 나면 전 국민이 취업자가 됩니다. 나와서 구걸이든 노점상이든 뭐든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취업자가 늘었다고 또는 유지된다고 상황이 좋다고 하기도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일자리 상황은 일자리의 품질과 거기서 나오는 소득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그 통계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일자리의 품질을 유추해보기 위한 숫자가 몇 개 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건  1주일에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취업자가 48만명 증가했다 는 점입니다.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일자리는 파트타임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전체 일자리가 30만개 늘어나는 동안 36시간 미만 일자리가 48만개 늘어났다면 36시간 이상 일하던 1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젊은층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젊은층에서 줄어들어도 되는 일자리를 약 10만개라고 보더라도 8만개 이상의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뜻입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상황은 길게 일하는 일자리들이 줄어들고 짧게 일하는 덜 좋은 일자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제조업, 금융업 등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가만히 있어도 정년퇴임하는 직원들도 많은데 새로 뽑는 직원은 적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답해 드립니다

“소득세 79%를 내는 상위 10%의 소득은 얼마인가요?”

저소득층의 소득세에 젊은 남성의 군역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비교 대상 그룹이 아닐 뿐더러 여성의 경우 국방의 의무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고, 저소득층에는 중장년층도 포함되는데 젊은 남성이 대체하는 소득세의 비중이 유의미한 수준인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많이 오르긴 했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현역 군인들의 월급은 매우 낮았습니다. 세금으로 월급을 제대로 주고 ‘고용’했다면 군복무기간동안 약 5천만원 정도는 더 지급했어야 할 겁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한 남성은 그가 중장년이든 노년이든 청년이든 그래서 사실상 5000만원 정도의 세금을 정부에 내고 군 복무를 한 셈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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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일자리 줄어드는 자동차 산업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업종들이 있는데 금융 보험업에서 약 5%가 줄었고, 그 다음이 제조업으로 지난해에 1.6%가 감소했습니다. 제조업 일자리는 2018년에 451만개였는데 지난해에서 8만개가 줄어든 443만개에 그쳤습니다.

제조업 일자리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소득도 높은 편이라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점입니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일자리의 1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데 요즘 이 업종에서 세계적인 구조조정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가장 어려운 시절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구매 수요 부족과 전기차의 등장입니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고용이 줄어드는 이유는  전기차가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부품이 적게 필요하고 조립이 쉽기 때문 입니다. 휘발유차의 부품 수는 약 3만개인데 비해 전기차는 1만9000개, 수소차는 2만4000개 수준입니다. 특히 휘발유차의 부품은 크고 무겁고 조립이 복잡하지만 전기차 부품의 대부분은 간소하고 가볍습니다.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의 4분의 1을 전기차가 차지한다면 자동차 부문의 일자리 가운데 10%가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줄어든다

요즘 금리의 흐름이 어떤지에 가장 관심이 많은 분들은 아마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은 소비자들일 것입니다. 매달 변하는 금리가 시중금리(코픽스 지수)에 연동해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코픽스 금리는 지난 11월보다 조금(0.05% 포인트 정도) 내렸습니다. 큰 변화는 아닙니다.

코픽스 지수는 은행들의 예금금리와 은행채 금리에 따라 변하는데 대체로는 시중금리와 유사하게 움직입니다. 전체적인 시중금리 흐름은 국고채 3년물의 금리 흐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데일리 체크

신세계백화점이 베이커리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매일 하나씩 빵을 제공 받는 서비스입니다. 요즘엔 여러 생필품, 커피, 막걸리, 차 등에도 구독 경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에어팟과 에어팟프로 등을 내놓은 애플이 무선이어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작년 전 세계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애플은 출하량 기준으로 전체의 54%를 점유했습니다. 2위인 샤오미는 8.5%, 3위인 삼성전자는 6.9%를 점유해서 경쟁업체와 거리를 크게 벌렸습니다. 수익 기준으론 전체 시장 수익의 71%를 애플이 차지했습니다.

글로벌 결제서비스회사 비자(VISA)가 미국의 핀테크 스타트업 플레이드를 53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합니다. 플레이드는 금융 앱들이 사용자 은행 계좌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플레이드는 미국과 캐나다의 1만개 은행과 연결돼 있습니다. 비자는 이외에도 여러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며 모바일 금융 시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면서 7년 연속으로 역성장하던 PC 시장이 작년엔 2.8% 성장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7에 대한 기술 지원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PC를 교체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분석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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