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금]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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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길 때면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가 항상 언급됩니다. 일본의 거품이 커지던 시기와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이 비슷한 게 아니냐는 걱정인데요. 정말 그런지 따져봤습니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12월 20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가 주는 교훈

일본은 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습니다. 그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6대 도시의 땅값은 76퍼센트가 하락합니다.

우리는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길 때마다 일본의 거품이 커지던 80년대 말과 그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90년대 초가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과 비슷한 게 아니냐는 걱정을 늘 하면서 시장을 들여다봅니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의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이 만들었던 <일본 부동산 버블 경험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당시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긴급하게 만들어진 보고서로 요즘에도 다시 꺼내볼 만한 내용이 들어 있어서 잠시 소개할까 합니다.

우리와 일본은 얼마나 비슷한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시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이유는 거품을 너무 키웠고, 너무 키운 거품을 단번에 잡으라고 너무 강한 대책을 썼다는 거였습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거품을 너무 키워도 안 되고 그 대책이 시장을 강하게 위축시키지 않도록 살피는 일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의 상황은 당시의 일본처럼 전국의 대도시들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아니고 당시 일본 중앙은행처럼 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린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신화를 바탕으로 한 강한 상승세와 그 불길을 대출한도 제한이라는 금융규제로 막고 있다는 점은 일본의 당시 상황과 유사한 측면도 있습니다.

일본의 거품은 어떻게 생겼나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생기기 전인 1970년대에는 물가상승률이 연 평균 10% 수준이었음에도 땅값은 3~6% 정도밖에 안 올랐습니다. 그러다가  83년 무렵부터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5년간 연 평균 20~30%의 땅값(주택지와 상업지 포함) 상승이 있었습니다.  상업지 땅값이 특히 많이 올랐는데 5년 만에 3배가 뛰었습니다.

일본의 80년대는 한 국가가 누릴 수 있는 경제의 폭발적인 전성기였습니다. 미국이 ‘일본의 독주를 막기 위해 플라자합의로 환율을 조정해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강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2~6% 수준으로 과거와 유사했습니다. 주가도 연 평균 25%씩 올랐습니다(대도시 중심으로 집값이 오른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나머지 상황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좀 다릅니다).

그러던 일본이 플라자합의로 달러에 비해 엔화가 급격히 비싸지자 그 충격을 막기 위해 일본 은행은 1년간 5차례나 금리를 내렸습니다.  경기가 뜨겁게 좋을 때 금리를 내린 게 패착이었습니다.  플라자합의의 충격을 너무 과대평가했고, 부동산 버블의 가능성을 너무 과소평가한 결과였습니다(물론 미국이 일본 내수를 부양해서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 금리 인하 압력을 넣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물가가 안정되어 있던 것이 일본은행이 금리를 계속 낮출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습니다(이건 한국의 현재와 비슷합니다).

일본의 은행들이 대출경쟁(집값의 120%까지 대출을 해줬습니다)으로 계속 대출을 해준 것,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고 다른 주택을 살 경우는 양도세 면제 등의 부동산 부양정책을 쓴 것은 우리와 다르기도 하고 유사하기도 한 부분입니다.

일본의 거품은 어떻게 무너졌나

그렇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부동산 버블이 문제가 되자 양도세를 인상합니다(양도차익의 60%까지 세금으로 징수). 그게 매물 부족으로 이어진 것은 우리나라와 동일합니다.

그 다음부터 일본 정부가 쓴 정책은 나중에 너무 강한 정책이었던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당시에는 버블을 잡기 위한 정책으로 쓴 것이었으나  이미 꺾이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에 더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종부세와 유사한 토지보유세를 92년부터 도입하고 시가의 50%에 불과하던 상속세 과표를 감정가격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도 우리나라의 정책과 비슷했습니다.

다만 정책의 타이밍은 우리와 다소 달랐습니다. 우리는 부동산 규제책을 계속 쏟아내면서도 가격을 잡지 못했지만 일본은 이미 가격이 꺾인 상황에서 대출총량제 등 강한 대책을 계속 규제를 쏟아냈습니다. 그 이유는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가격이 꺾인 상황에서 더 빠른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억제 정책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해서 부동산 시장 자체를 얼어붙게 만든다는 걸 알게 해줍니다.

일본의 부동산 부침에서 배울 것

2006년 참여정부의 부동산 관련 보고서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시 경제적 충격이 매우 크며 대응하기가 쉽지않으므로, 정책 운용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버블이 형성되어 있을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급격히 터트리지 말고 서서히 둔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적혀있습니다. 그걸 감안해서 충격을 덜 주도록 배려했기 때문인지 당시의 부동산 가격은 꽤 많이 올랐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전환은 글로벌 금융위기 덕분(?)이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버블이 급격히 꺼지면 경제의 충격이 오는 건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제어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뒷일을 걱정하기보다는 강한 정책으로 상승을 일단 멈추게 하는 게 필요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품이 더 커질 수 있어서 위험합니다. 그러나 그 뒤에 해야 할 일은 급격한 하락을 막는 완충 정책을 함께 준비하는 일입니다. 부동산 규제 정책은 너무 강할 경우에도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강한 정책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거품의 크기가 작을 때 미리 대응하는 것도 좋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거품인지 아닌지를 그 당시에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개는 전세가에 비해 거래가가 얼마나 비싼지(장기 평균치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 근로자소득에 비해 아파트 가격이 몇 배나 되는지 이 비율은 과거 장기 평균치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 등을 통해 추정합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지역이 매우 국지적이라는 점에서 일본과 다르기도 하고 정책의 선택지가 크지 않기도 합니다. 자칫하면 다른 지역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버블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그게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서가 아니라 그게 깨질때 고통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때 충격을 받으면 불경기가 오래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품을 깨뜨릴 때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품을 약하게 깨뜨리는 건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거품을 안 만드는 게 중요하고, 불가피하게 거품이 생겼다면 거품이 깨지는 과정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정책은 거품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게 1번, 생겼으면 조심스럽게 끄는 게 2번, 강하게 꺼야 한다면 끄고 나서 AS를 잘해야 하는 게 3번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강한 규제책이 오히려 거품을 만들기도 하고 완화부양책이 오히려 가격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책이 어렵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경제정책방향에 드러난 정부의 고민

정부가 내년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의례적으로 하던 일이고 대체로는 모든 분야를 열심히 잘해보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중점을 두는 부분이나 포인트가 있습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습니다. 외국인들의 관광수요, 내국인들의 소비수요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한 정책과제로 정해졌습니다. 그만큼 부동산 규제책은 정부 입장에서도 아쉽습니다.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들 대부분이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부동산 거래 위축과 이사 수요 감소는 내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보유세의 강화도 소비 진작과는 상충되는 정책입니다.

경제정책방향에는 구조개혁이나 포용성장보다는 투자와 일자리가 더 부각됐습니다. 부정적이던 SOC투자도 꽤 늘렸습니다. 최근의 경제성장률 악화는 건설투자의 부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낭비가 될 수 있는  SOC 투자지만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그 부분에 정부의 고민이 있습니다. 

데일리 체크

내년이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듭니다.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72.7%에서 2025년 69.1%, 2030년 65.4%로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2024년이면 산술적으로 전국 대학 4곳 중 1곳은 신입생을 한 명도 못 뽑게 될 예정입니다. 현재 시스템을 유지한단 가정 하에 2030년엔 초등 교사 5만명의 일감이 없어집니다. 반대로 노인 비중은 늘어나기 때문에 실버산업은 성장할 걸로 보입니다.

졸업 조건을 다 채웠지만, 취업을 하지 못해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이 많아졌습니다. 올해 졸업유예생은 2년 전보다 3000명 가까이 늘어난 1만6000명 정도였습니다.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취업난이 심해졌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학교 시설을 이용하기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졸업한 후에 취직을 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면 입사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학생들의 불안감도 큰 요인입니다.

자동차보험료가 내년에 3.8% 정도 오를 걸로 전망됩니다. 수입차가 늘어나고, 자동차 부품값이 꽤 많이 올라서 영업 수지가 나빠진 자동차 보험업계는 보험료를 그것보다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음주운전 사고부담금을 올리고,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 제도를 개선해서 보험회사의 영업 수지가 올해보다 나아질 거라 보험료를 더 올릴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해 만든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프랑스 회사 푸조시트로엥이 합병합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공룡그룹이 탄생했습니다. 두 기업은 합병을 통해 비용을 아껴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스템 등 신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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