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월] 미국과 중국, 합의는 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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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일부분 합의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초강대국들의 분쟁이 잦아들었다는 점은 희망적이지만, 완전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12월 16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미국과 중국, 합의는 했다지만…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벌여온 무역분쟁에서 일부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합의를 도출한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그게 일부에 그친 것은 여전히 불안한 대목입니다. 합의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명확하거나 개운한 합의는 아닌 듯합니다.

– 이 소식이 왜 중요한가요?

요즘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무기력한 것은 상당부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기인합니다. 물론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경제가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이 궁하긴 하지만 불경기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현상’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위축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나 기업들은 중국과 미국의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라고 답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경제가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비와 투자는 계속 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나라가 언제 어떻게 충돌해서 무역이 마비될지 모르는데 아무 일 없을 것이라는 기대와 전제로 투자를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나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는 매우 관심이 가는 소식입니다.

– 두 나라가 이번에 합의한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서로 관세를 올려가면서 무역전쟁을 벌여왔습니다. 차라리 한꺼번에 <모든 제품에 대해 몇 퍼센트>라고 했으면 이해하기가 편했을 텐데 단계적으로 조금씩 관세를 높여오는 바람에 아주 복잡해졌습니다. 2018년 7월에 미국이 800여개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 말에는 미국이 3805개(3250억 달러)의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 25%의 관계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두 나라의 관세전쟁은 피크를 찍었습니다. (중국도 미국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때마다 유사한 규모의 보복관세를 발표하면서 응수했습니다)

미국은 마지막에 발표한 3805개 품목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관세를 당장 부과하지는 않고 12월 15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미뤄뒀었는데요. 이번에 이 12월 15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계속 갈등의 수위를 계속 높여오다가 처음으로 그 수위가 낮아진 겁니다. 

관세 철회에 합의한 것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더 늘리고 미국이 요구했던 몇 가지에 대해 성의표시를 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양국이 어떤 것에 합의했는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번역과 검토를 거쳐서 내년 1월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 그럼 남은 숙제는 뭔가요?

남은 숙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번에 해결한 숙제에서조차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동안 간간이 알려지던 합의안에 비해 막판에 미국이 관세를 다소 높인 부분도 있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얼마나 더 사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7년(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기 전) 현재 240억달러어치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500억달러 수준으로 높이길 바라고 있고, 미국 협상대표는 400억달러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중국에서는 320억달러 정도로 높이는 데 그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옵니다.

농산물 수입보다 더 중요하지만 중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나 금융시장 개방 문제 등은 앞으로 합의해나가야 할 사안들입니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다시 관세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합의가 그동안 파국으로만 치닫던 두 나라의 협상에 쉼표가 찍혔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두 나라의 관계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거나 더 악화될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농산물 수입 확대의 의미

중국은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입니다.특히 돼지를 기르는 데 필수적인 콩(사료의 원료)은 80%를 해외에서 수입합니다. 어차피 사와야 할 콩이면 미국에서 사오나 브라질에서 사오나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중국은 미국에 식량을 의존하게 되는 걸 대단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미국산 콩의 비중을 줄이려고 합니다. 어느 날 미국이 중국에 콩 수출을 중단하면(농가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콩밭을 갈아엎게 하면) 중국은 식량부족으로 정권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이런 구도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합의대로 계속 영원히 늘려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데일리 브리프

영국과 유럽연합의 험난한 이혼 과정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한 후에도 내부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1. 얼른 탈퇴하자. 2. 없던 일로 하고 유럽연합에 잔류하자 3. 국민투표를 다시 한 번 해보자.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번을 주장하던 정치인이었습니다만, 그동안 2번 또는 3번을 주장하는 정당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아서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총선을 해서 의회의 정당 구도를 바꿔보자는 카드를 던졌고, 보리스 존슨이 이끄는 보수당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바로 시행되는 건 아닙니다. 이번 총선으로 결정한 건 <정말 EU에서 나가기는 하는 거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답을 이끌어낸 것뿐이고  <나가고 난 다음에는 그럼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사안들에 대한 협상이 남아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유럽의 모든 바다에서 물고기를 얼마나 잡을지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합의한 규칙이 있었고, 그래서 영국 어부들은 영국 앞바다에서도 물고기를 마음껏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브렉시트 이후에는 영국의 바다는 오로지 영국만의 바다여서 물고기를 마음껏 잡게 됩니다(독일 어부들은 쫒겨납니다). 문제는 그럴 경우 유럽 국가들이 영국산 어류를 수입하지 않고 관세장벽을 칠 수 있습니다. 영국 어부들은 잡아도 팔지 못하는 물고기를 잡는 셈입니다. 뭔가 합의를 해야 합니다.

부부도 이혼을 하려면 이혼 의사를 명확히 한 후에도 세세하게 해결할 문제가 많습니다. 재산분할, 육아 등등 이런 남은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아 이혼 자체가 취소되기도 합니다. 영국과 유럽연합의 사황은 이와 비슷합니다. 벌써부터 스코틀랜드는 우리는 영국과 의견이 다르다면서 분리독립을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퇴 못하는 한국 노년층

45세부터 49세 사이의 인구중에 일자리가 있는 인구의 비율(고용률)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중에 거의 꼴찌에 가까운 28위입니다. 고용률이 80%나 되는데도(집에서 노는 40대는 20%도 안되는데도) 그렇습니다. 집안일만 하는 주부들이 우리나라에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여성들도 대부분 일자리를 가집니다.

그런데 65세 이상 인구로 초점을 옮겨가면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2위로 뛰어오릅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의 30%가 일자리가 있지만 OECD 국가들 대부분은 국민들이 65세가 넘으면 일을 하지 않습니다. 약 15% 정도만 일자리를 가집니다(우리보다 고령층 고용률이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37.4%) 뿐이었습니다).

이런 차이는 연금제도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노후의 소득을 보장해줄 연금제도가 충분하지 않으니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OECD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세금도 적고 사회보장도 적은 ‘각자도생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이게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경제발전과 창의력은 절박함에서 나오는 경향도 강하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이 된 건 연금제도를 미처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빠른 변화를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노인들이 젊었던 시절은 노후의 생계 뿐 아니라 당장의 생계도 만만치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가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60세에도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자영업 창업을 해야 합니다.

뾰족한 대안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여유자금을 분배할 때 이들에게 우선순위를 두는 수 밖에 없습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R&D 지원 예산은 20조원이 넘는데 기초연금 예산은 10조원 남짓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R&D 예산을 줄이거나 기초연금을 하위 30%에게만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기초연금도 소득 재산과 무관하게 전원에게 모두 주자는 의견도 있고R&D 예산도 더 늘리자는 주장도 계속 나옵니다.

데일리 체크

2000년대까지 외식산업을 이끌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파인다이닝과 지역 맛집에 밀려 쇠락하고 있습니다. 베니건스는 2016년 국내 사업을 철수했으며, 빕스는 최근 2년간 매장 16개를 줄이며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빕스는 한 지점에 쌀국수와 마라탕을 만드는 로봇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웃백은 여전히 매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된 메뉴인 스테이크에 집중해 스테이크 전문점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라는 한국경제의 분석입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와츠앱, 인스타그램 등 자회사들과 분할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페이스북은 현재 자사 앱들을 더 긴밀하게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거대 IT 기업의 반독점 혐의를 조사 중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 작업을 중단시키는 예비 명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기업 분할을 명령하기 위한 예비 단계로 관측되는데요. FTC는 페이스북이 자사 앱들을 통합하면 소셜미디어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잇따른 투자 실패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103억달러를 투자한 위워크는 상장을 앞두고 1/6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3억달러를 투자한 반려견 산책업체 왜그의 지분은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상장을 앞둔 원커넥트금융기술이라는 중국 기업은 기업가치가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했을 당시의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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