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목] 은행은 왜 혁신을 못할까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신 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드립니다.

송금 수수료는 여러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저렴해졌습니다. 반면 해외 송금수수료는 여전히 비쌉니다. 해외송금 업무는 사실상 은행만 할 수 있게 돼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에서 풀타임 근로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12월 5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 은행은 왜 혁신을 못할까

해외에 돈을 보내려면 은행 전산망을 거쳐야 합니다. 내가 미국에 사는 데이비드에게 돈을 보내는 과정을 뜯어보면, 내가 거래하는 A은행에 데이비드가 거래하는 B은행으로 돈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굳이 은행을 통해야 하는 이유는 국가 간에 돈이 이동할 때는 누구의 돈이 누구에게로 이동하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A은행과 B은행은 서로의 신원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알 수 있으므로 서로 믿고 돈을 보냅니다.

문제는 나와 데이비드의 신원 확인인데  A은행이 나의 신원과 때로는 자금의 출처까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B은행은 돈을 받아간 사람이 정말 데이비드인지 데이비드가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체크하는 식으로 송금과 자금거래의 투명성을 보증합니다. 

이 소식에 주목하셔야 할 이유

이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최근 비싼 송금 수수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를 혁신하겠다는 다양한 시도도 나오지만 그게 잘 안되는 이유를 설명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가끔 뉴스에서 “혁신이 꽉 막힌 은행들” 류의 소식을 접하실 때 “은행들은 왜 혁신을 못하는 거야” 식의 생각을 해 보셨을텐데, 그에 대한 설명을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 해외 송금 수수료는 왜 그렇게 비싸죠?

해외 송금 수수료가 비싼 이유는 송금 그 자체에 돈이 많이 들어서가 아니라(기왕 연결된 망이고 기왕 켜진 컴퓨터로 송금하기 때문에 키보드가 미세하게 마모되는 걸 제외하면 송금비용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 송금과정에서 고객의 정보를 확인하고 기록하고 송금 정보를 정부에 보고하는 일련에 업무에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은행들이 가져가는 송금 마진도 큽니다. 정부가 해외 송금 업무를 일부 금융기관에게만 한정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해외로 보내주는 일을 한정적인 곳에서만 하니 당연히 마진을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송금수수료 마진은 정부가 은행들에게 챙겨주는 돈 인 셈입니다.

– 다른 업체들도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해서 수수료를 낮추면 되지 않나요?

은행만 해외송금을 할 수 있으니 수수료가 비싸고, 고객들은 수수료가 높아 불만입니다. 이 문제를 정부가 <다른 금융회사들도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물꼬를 터주는 식으로 풀려고 했지만 잘 안 풀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송금 수수료를 싸게 하려면 송금 대행업체가 돈을 보내려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모아서 <한 사람의 이름으로 한꺼번에> 은행을 통해 돈을 보내는 풀링이라는 방식을 써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송금서비스를 <공동구매>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너희들이 모아온 그 고객 명단이 진짜 맞는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면서 그런 공동구매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돈을 보내는 사람의 실명 확인과 자금 출처 확인은 은행이 해야 하는데 여러 사람의 돈을 한 바구니에 모아서 가져와서는 한번에 보내달라고 하면  그 바구니에 들어있는 돈 주인들을 은행이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저렴한 송금서비스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별로 복잡하지도 않은 이 이야기를 길게 전해드리는 이유는 혁신적인 해외송금 서비스의 가치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점을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입니다. 해외 송금 서비스의 수수료는 <1.실제 송금 비용>과 <2.고객 확인 및 외환당국 보고 비용>과 <3.국내외 은행들이 가져가는 독점마진>의 합입니다. 송금 비용을 줄이려면 2번과 3번을 줄여야 하는데 2번을 줄이는 방법은 고객 확인이나 송금 결과 보고 및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물론 가능하긴 하겠지만  송금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관리 부실이나 돈세탁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비용을 줄일 수는 있겠으나 그 반대급부로 치러야 하는 손실을 생각하면 줄이는 게 옳은 일인지는 의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3번 비용을 줄이는 건데요. 이게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게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은행들은 해외송금을 하면 누가 누구에게 보냈는지 그 신원과 자금출처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외환당국에 보고합니다. 심지어는 제3의 업체가 수수료를 주겠다는데도 그 자금출처와 신원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업무를 하는 걸 거부합니다.

– 은행은 왜 그 일을 그렇게 스스로 엄격하게 할까요?

바로 3번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생겨서 해외 송금 업무 자격을 잃게 되면 3번에서 벌어들이는 비싼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그들은 2번 비용을 높이면서까지 송금 업무를 까다롭고 철저하게 합니다.

주류 유통업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정부는 주류도매상들에게 지역독점을 주면서 과잉 이익을 보장해주고 있는데요. 도매상들에게 주류 매출을 속이지 않을 인센티브를 줘야 주세가 잘 걷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시도하는 혁신적인 해외송금 서비스는 3번을 줄이려고 합니다. 만약 3번에서 얻는 수익이 줄어든다면 은행들은 굳이 고객확인과 외환당국의 보고를 철저하게 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그 일을 부실하게 했다가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잃게 되더라도 별로 아쉬운 게 없기 때문입니다. 혁신적인 해외 송금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해외송금 수수료가 매우 낮아지고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의 수익은 별로 없게 됩니다.(그게 우리가 원하는 미래입니다)

그럼 해외송금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은 송금자의 신원과 자금출처 확인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열심히 해서 해외송금서비스업자로서의 자격을 유지하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 입니다. 그렇다고 그 마진을 높여주면, 지금 은행들이 하는 송금처럼 다시 <비싼 송금>이 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까요.

데일리 브리프

단기 일자리의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에는 약 4만개가 조금 못되는 정도의 편의점들이 있습니다. 이 편의점에서 요즘 4만2000개 정도의 풀타임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소식입니다.

대개 편의점 한 곳에서는 5.8명(2017년 기준) 정도의 직원이 돌아가면서 일을 했는데 최근(2018년 기준)에는 5명으로 약 1명 정도가 감소했습니다. 인건비 부담 등으로 점주가 직접 일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일주일이 3~4일 정도 일을 하는  풀타임 일자리가 편의점 한 곳당 1.2명 정도가 감소한 것 입니다. 2년 전만 해도 대개 2.3명 정도의 풀타임 직원을 두고 편의점을 운영했으나 작년에는 그런 풀타임 직원이 평균 1.1명으로 감소했습니다.

풀타임 직원을 줄이는 이유는 풀타임 한 명 대신 파트타임 2명을 쓰면 인건비가 훨씬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은 시간당 급여 이외에 주휴수당을 따로 줘야 하기 때문에 점주들은 그 부담을 덜기 위해 풀타임 근로자 대신 1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근로자를 여럿 채용하는 쪽으로 바꿉니다.

요즘 청년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10개가 늘어나면 8~9개는 단기(주 17시간 이하 근로) 일자리입니다. 청년들이 필요에 따라 단기 일자리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단기 직원으로 직원들을 바꾸는 탓이기도 합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를 고용하면 주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고용주의 부담이 너무 커지는 데 따른 결과입니다. 주 15시간 월 6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4대보험도 가입해야 합니다. 풀타임 직원 한 명을 더 긴 시간 고용해 근로자 숫자를 줄이고 관리 부담을 줄이는 것보다 더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단기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와 고용주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한 요인입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 또는 단기 노동자의 증가,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발전 등으로 필요한 노동자를 그때그때 인스턴트 방식으로 채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고 수월해졌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국가가 제공해야 할 사회안전망을 고용주가 제공하도록 강제해오던 관행이 깨지는 과정 입니다.

데일리 체크

전 세계 은행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은행업계 일자리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7만5000개 이상 줄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중 83%의 일자리가 유럽에서 줄어들었을 정도로 유럽 은행들의 상황이 가장 심각합니다. 저금리가 큰 요인입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선 국고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정도로 저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IT가 발전해 사람들이 은행에 덜 방문하게 된 현상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친환경차 비율을 25%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줄여가고 있던 중국 정부가 방향을 선회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친환경차 비율은 현재 전체의 5% 수준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개인용 비행체와 여러 탈것을 통해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판매량을 늘려 세계 3대 전기차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21년에 첫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오피스텔의 가격이 오르면서 월세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을 멈췄는데요. 때문에 월세수익률도 13개월 만에 하락했습니다.

홍콩 시위가 길어지면서 싱가포르에 자금이 쏠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외환보유액은 홍콩 시위가 일어나기 전인 5월엔 71억싱가포르달러였지만, 9월에는 149억싱가포르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지난 3년간 싱가포르의 외환보유액은 70억~80억싱가포르달러 선에서 유지됐습니다. 다만 홍콩은 싱가포르와 교역을 활발히 했던 터라 싱가포르 입장에서도 무조건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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