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수] ‘개·망·신법’이란 무엇인가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신 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드립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립니다.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개망신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파는 한국 기업의 TV는 왜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쌀까요. 시장 규모의 차이 때문입니다. 12월 4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개·망·신법’이란 무엇인가

데이터 관련 3법(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법, 용정보법)이 빅데이터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비판적인 의미를 담아 ‘개망신법’이라는 줄임말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 법들이 화제가 된 건 2017년 초부터였습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었던 시점과 일치합니다. 빅데이터와 그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핀테크 등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을 받는 상황에서,  이 법들이 혁신을 막는다는 지적 이 나왔던 겁니다.

– 이 법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런 비판을 받나요?

이 법들은 이름, 주민번호, 신용정보 등 보호받아야 할 각종 개인정보의 범위와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방식 등을 정합니다. 다만 그 강도가 너무 높아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익명 정보라도 당사자에게 일일이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하고 보유 기간도 거래 종료 후 5년으로 제한했기 때문인데요. 3개 법을 담당하는 부처도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겹겹 규제를 받게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건 없나요?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2017년 말 ‘개망신법’을 혁파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고, 그 때부터 언론들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한 청와대와 정부도 ‘빅데이터의 금광’을 캐서 혁신을 이루려는 기업들을 위해 법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8월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산업의 원유가 바로 데이터”라면서 “데이터 경제 시대를 맞아 규제를 풀어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라고 했죠. 그에 발맞춰 11월에 정부와 여당이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였고, 그간 법안 소위에서 이를 검토해왔습니다.

– 개정안 내용은 어떻게 되나요?

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우선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개인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입니다. 또한 현재 여러 부처로 나뉘어있는 감독 업무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라는 기구에 일원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 그러면 어떤 변화가 생기죠?

 다양한 사업 모델이 가능해질 것 으로 학계와 업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들의 동의가 없어도 병원의 진료기록 중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들을 분석해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미 카카오, 네이버 등 IT기업들은 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병원들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EU에서 도입한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규범(GDPR)에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규범에 따르면 EU 소속국 국민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는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요. 각 기업별로 대응하기엔 비용이 커서 국가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기구를 설치하는 게 최선책으로 꼽힙니다. 야당까지도 ‘개망신법’의 개정에 긍정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국회가 패스트트랙 법안들과 관련한 여야의 벼랑 끝 대치로 인해 공전하면서, ‘개망신법’ 개정안이 일괄 처리될 것이라던 예상은 무참히 깨진 상황입니다. 만약 끝내 처리가 안 될 경우, 20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마저 제기됩니다. 언론이 연일 정치권을 비난하는 기사를 싣고 있는 이유입니다.

정리하자면
개인의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처리된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이 1년전부터 국회에서 발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야의 정치적 충돌로 이번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될 경우,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알뜰폰 사업은 어렵다

알뜰폰 시장에 요즘 큰 변화가 있습니다. 알뜰폰 시장 자체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별 영향력이 없던 시장이라 그런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 큰 관심사는 아닐 수 있습니다만 이들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이통통신 시장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알뜰폰 시장의 최근 뉴스는 가입자 70만명의 1위 알뜰폰 사업자 CJ헬로를 LG유플러스가 인수한 것입니다. 이통사와 경쟁하라고 만든 알뜰폰 사업자가 기존 이통사에 흡수된 것입니다. 알뜰폰 사업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수익을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줍니다.

알뜰폰은 기존 이통사들로부터 망을 빌려서 서비스를 하는 구조입니다. 이동통신망을 거액을 들여 구축하지 않더라도 휴대폰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서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기존 이통사와 경쟁을 하라는 의미였습니다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이통사들의 경쟁력은 가입자 수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전국 서비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10명이든 10만명이든 1000만명이든 원가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가입자가 10명이라도 콜센터를 운영해야 합니다. 가입자 수가 많을수록 원가가 저렴해집니다. 알뜰폰 역시 비즈니스를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가입자 수 규모를 가져가지 않으면 원가를 낮추기 어렵습니다.

알뜰폰 회사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는  가입자 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기존 이통사의 보이지 않는 방해(예를 들면 소액결제를 초기에 하기 어렵게 했다든가 하는)로 인해 알뜰폰은 불편하다는 인식이 생긴 탓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 가입자 수를 확보하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겠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은 그런 대규모 투자를 할 만한 업체가 아닙니다. 결국 이용자 수 부족 → 서비스 품질 악화 → 이용자 수 감소의 악순환을 깨지 못한 것이 원인입니다.

최근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알뜰폰 사업 하나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우니 시너지를 낼 만한 다른 사업이 있는 사업자가 뛰어들어서 승부를 걸어보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알뜰폰과 금융상품을 묶어서 팔아보겠다는 국민은행의 시도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관심거리입니다.

미국 삼성 TV가 한국 삼성 TV보다 싼 이유

왜 삼성전자의 TV는 국내 판매가격보다 미국 판매가격이 더(훨씬) 저렴할까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면 늘 나오는 질문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한국과 미국의 시장 규모가 다르기 때문 입니다. 삼성뿐 아니라 다양한 경쟁제품들이 있는 미국에서는 저렴하게 팔지 않으면 팔리지 않고, 한국에서는 저렴하게 팔지 않아도 팔리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산자는 제품을 판매할 때 고객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최고의 가격을 가격표에 붙이는 게 원칙입니다.

미국이 TV 유통업체들이 판매하는 TV의 양이 한국 유통사보다 훨씬 많으니 가격협상력이 높고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 받을 수 있습니다. (제조국도 미국 판매제품은 멕시코, 한국 유통제품은 베트남산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과 편리한 AS망을 더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고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부가가치세율의 차이도 최종 판매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결국 한국에서 파는 TV와 미국에서 파는 TV의 가격 차이가 나는 건 동네마다 휘발유 가격에 차이가 나는 것과 유사한 원인입니다.

이런 가격차이를 없앨 방법은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미국에서 저렴한 TV를 계속 직구로 구입하면 국내 판매가격은 서서히 낮아질 겁니다.  직구 T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아마 멕시코에서 제조한 TV를 쌓아놓고 소비자들이 직접 사서 들고 가는 창고형 매장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티몬이 롯데에 팔린다?

롯데가 온라인 쇼핑몰 티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구도입니다.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이 대형 마트를 방문하는 것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롯데는 온라인 쇼핑에서 별로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을 스카웃해서 기존 온라인 쇼핑몰을 키우는 것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쇼핑몰을 인수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는 판단입니다. 티몬 역시 쿠팡 등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계속 투자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에 롯데와 손을 잡는 게 필요합니다.

다만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 사업자들 간의 차별성이 별로 없어서 티몬이라는 쇼핑몰이 얼마나 매력을 가질 수 있을지, 롯데가 인수할 경우 기존 티몬 조직과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유지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데일리 체크

애플의 주가가 올 들어 70%가량 올라 시가총액이 1조2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보다 1000억원 적은 규모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잠깐 내준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 자리도 되찾았습니다.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 등 웨어러블 제품이 애플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지난 3분기 애플의 웨어러블 제품 매출은 1년 전보다 54.5%나 늘었습니다.

올해 10월까지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09조238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엔 11월에야 누적 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가장 거래액이 큰 상품군은 배달주문 등 음식 서비스(4057억원)이었으며, 음·식료품(2678억원), 화장품(2523억원), 가전·전자·통신기기(2281억원)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렌터카 이용자가 자동차에 조금만 흠집을 내도 수십만원씩 렌터카 업체에 물어줘야 하는 관행이 내년부터는 사라집니다. 정부는 렌터카 사업자가 수리비를 청구할 땐 차량 수리내역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또 내년부턴 항공사 마일리지를 현금과 합쳐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5G 이용자는 1인당 27GB의 데이터를 매달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TE 가입자의 사용량보다 약 2.8배 많습니다. 통신사들이 무제한 요금제를 주로 판매한 게 주효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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