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목] 일자리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신 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드립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예전만큼 안 생기고 있습니다. 걱정되는 일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자원이 그만큼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경제성장이 느려지면서 각국 정부는 금리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게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11월 28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일자리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설비를 갖고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농부들이 똑같은 땅 한 평에서 쌀을 10킬로그램 생산하다가 11킬로그램을 생산하면 경제는 10% 성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뒤집어 말하면 쌀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람의 숫자가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쌀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쌀농사를 하는 농부들 가운데 10%는 일자리를 잃어야 합니다. 

– 그럼 일자리를 잃은 농부는 어떡하죠?

쌀을 과거보다 풍족하게 먹는 바람에 살이 자꾸 찌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헬스클럽을 운영하면 됩니다. 과거에는 없던 헬스클럽이 생겼으니 사람들은 더 행복합니다. 행복해진 농부들은 쌀농사를 더 잘 짓고 이듬해에는 한 평에서 쌀 12킬로그램이 생산됩니다. 또 한 명의 농부가 불필요해졌지만 그 농부가 다행히 노래를 잘하면 이번에는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면서 돈을 받으면 됩니다. 과거에는 그냥 일을 했는데 이제는 옆에서 누가 노래를 불러주니 흥이 더 납니다.

– 그 농부가 농사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요?

그 농부가 헬스클럽을 만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하거나 그럴 자본이 없거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헬스클럽이 망하거나 노래도 잘못 부르면 그 잉여 농부는 사회의 고민거리가 됩니다.

다시 요약하면  경제가 발전한다는 건 1) 한 사람이 생산하는 수확물의 양이 늘어난다는 뜻도 되고, 2)일정한 수확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람 숫자가 줄어든다는 뜻도 됩니다.  하나는 좋은 소식 같고 하나는 나쁜 소식 같지만 결국 같은 이야깁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죠.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4% 늘어날 동안 일자리는 0.1%밖에 늘지 않았다는 이 안타까운(?) 소식은 바꿔말하면 사람을 0.1%만 더 투입하고도 부가가치가 4%나 늘었다는(경제가 아주 효율적으로 성장했다는) 좋은 소식이기도 합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고 반가워하는 건 바로 이런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겁니다. 이런 구조가 걱정되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멈추면 됩니다.

– 인력도 4% 더 투입하면서 부가가치도 4% 높이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그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 인력을 늘리는 만큼만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기계 설비 사용 금지법> 같은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계 대신 인력을 4% 더 투입해서 제품을 만들면 높아진 원가 때문에 부가가치가 1%밖에 생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기계 말고 사람을 더 쓰라고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걱정은 들지만, 그게 경제성장의 본질이니 그걸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진 농부가 헬스클럽을 열듯  새로운 일자리가 끊임없이 계속 생기는 방법 말고는 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일자리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고민이 요즘 자주 등장합니다만, 그 문제의 본질을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일자리를 늘리지 않으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 현재의 성장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면 당연히 생겨나기 마련인 유휴인력이 과거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잘 찾았는데 요즘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야 해결되는 문제를 우리는 ‘사람을 좀 더 써서 생산하면 안 되겠느냐’고 질문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문제가 잘 안 풀리는 원인입니다.

 
정리하자면
경제는 성장하는데 고용유발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건 이상한 형태의 경제성장이 되고 있는 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고용이 부족한 건 그런 방식의 성장을 하는 탓이 아니라(그게 문제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성장의 결과물인 잉여인력을 다른 곳에서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처방도 정확하게 나옵니다.

데일리 브리프

경제 허약체질 만드는 저금리

저금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대부분 ‘그럴 것이다’라는 답을 많이 내놓습니다. 그 이유는 금리가 다시 높아지더라도 세상이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려면 세상에 그렇게 많이 쌓여있는 부채의 원금과 높아진 이자를 갚고도 남을 만큼 고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분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짧게 요약하면  경제가 성장할 여지가 크지 않으니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낮다 는 겁니다.

저금리는 그럼 계속되어도 괜찮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는 답을 많이들 내놓습니다. 이 소식은 장기간 계속되는 저금리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그리고 그 저금리를 피할 수 없다면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라도 열심히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금리의 부작용으로는 흔히 유동자금이 많아지고 그 자금이 유동성이 좋은 자산(예를 들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몰려서  자산 거품이 생긴다는 점 을 거론합니다. 또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보니 신용이 높지 않은 기업에도 자금이 공급되고 그래서 언제 빚을 못갚겠다고 손을 들 회사들이 튀어나올지 걱정스러운 상황이 생깁니다.

그러나 자산 거품이 생기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일 뿐 그 자체가 경제의 문제는 아닙니다. 거품이 다 꺼져서 아무것도 없는 게 불경기이니 거품이라도 일으켜서 불경기를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품을 걱정하는 건 사치스런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자산 거품은 갑자기 꺼질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경제의 충격이 또 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걸 걱정합니다. 

저금리의 부작용중에 우리가 잘 떠올리지 않는 것은 경제가 성장하기 어려운 나쁜 구조로 계속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저금리가 계속되면 신용이 나쁘거나 경영을 잘못하거나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기업이 계속 생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낮으니 계속 어딘가에서 돈을 빌리고 그러면 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망해야 할 기업이 망하지 않으면 그 기업에 고용된 사람들도 계속 그 기업에 묶여 있고 토지와 설비도 계속 그 기업이 사용합니다.  뭔가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고 싶은 새로운 기업은 사람을 뽑기도 어렵고(그 기업에 계속 사람들이 묶여 있으니)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도입하기도 어렵습니다 (좀비기업들이 토지와 설비를 계속 보유하면서 진입장벽을 높입니다).

저금리가 경쟁을 저해하고 독점을 심화시킨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금리가 낮으면 자금이 늘 넘치고 우량한 기업은 매우 낮은 이자로도 돈을 많이 조달할 수 있어서 경쟁기업들을 인수합병하기 쉽습니다.

금리가 낮으면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의 소득 부족 문제도 부작용으로 떠오릅니다. 이런 모든 부작용들이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현상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현상들이니 저금리가 하루 이틀만에 사라질 현상이 아니라면 부작용을 대비한 정책들이 계속 필요하게 될 겁니다.

문제는 우리의 눈에 노인들의 생활비 부족 같은 건 쉽게 발견되지만, 망해야 할 기업이 망하지 않고 유지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건 쉽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도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창업자들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앞뒤가 잘 안 맞는 정책이 자꾸 등장하게 됩니다. 

데일리 체크

국고채 금리가 다시 내려가고(채권값 상승) 있습니다. 안전자산인 채권의 값은 경기가 좋을 때 떨어지고, 경기가 나쁠 땐 올라갑니다. 최근 채권 금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해 올라가고 있었는데요. 채권값이 다시 비싸졌단 건 경기 전망을 나쁘게 보는 투자자들이 늘었단 걸 의미합니다.

핀테크 업체들이 보험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보험업계가 고전하고 있습니다.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업체들은 보험사와 손잡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험 가입을 받고 있는데요. 덕분에 국내 10대 손해보험사의 사이버마케팅 부문 보험료는 2016부터 2018년까지 연 평균 50%씩 성장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대면영업은 4.3% 늘었고, 텔레마케팅은 오히려 2.7% 줄었습니다.

지난 3분기 전국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8.3% 줄었습니다. 7만3793명이 태어났는데, 역대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0.8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전체 출생아가 30만명도 안 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넷플릭스가 오프라인에 본격적으로 진출합니다. 넷플릭스는 뉴욕의 마지막 단일 스크린 영화관인 파리 극장(The Paris Theater)을 장기 임대했는데요. 넷플릭스는 다른 극장을 통해서도 자체 제작한 영화를 상영한 적이 있긴 하지만, 개봉 후 짧은 시간 안에 온라인에도 영화를 공개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주요 영화관 브랜드에는 작품을 걸지 못했는데요. 이번 계약은 이런 문제점과 ‘관객들의 영화 관람 경험을 훼손한다’는 전통 영화 업계의 비난을 상쇄할 만한 계약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극장도 인수하려고 준비 중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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