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목] 보험회사들이 위험하다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소식을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금리가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의 재정이 나빠졌습니다. 금리가 높던 시절에 고객에게 고수익을 약속해뒀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보험사가 망했을 때를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의 아람코가 곧 상장합니다만, 예상외로 흥행이 저조합니다. 11월 21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보험회사들이 위험하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가장 큰 고민은 보험회사들입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면 보험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 저금리랑 보험회사 수익이 무슨 관계인가요?

위기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객에게 고수익을 약속하고 받아놓은 돈은 많은데  실제로 돈을 굴리면 그 정도 수익이 나오지 않으니 손실이 계속 쌓입니다.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돈을 받아서 구멍을 메울 수밖에 없는데 그조차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보험사들이 고객들에게 받은 돈을 굴릴 때 ‘시중 이자율과 비슷하게(조금 더 높은 수익률로) 굴려드립니다’라고 하면서 저축성 보험을 팔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확정금리 XX%’로 굴려준다고 홍보하면서 팔았던 보험이 꽤 많습니다.

실제로 보험업계가 고객에게 미래에 줘야 할, 주기로 약속한 돈의 규모는 약 527조원인데  이 중 220조원 정도가 확정금리를 약속하고 받은 보험계약이고 약속한 금리는 평균 6.1% 입니다. 이 돈을 요즘 아무리 열심히 굴려도 손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럼 보험회사가 망하면 소비자는 어떡하죠?

만약, 보험회사가 망하면 대개는 다른 보험회사가 그 망한 회사의 고객과 보험계약을 떠안고 가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만, 요즘은 삼성, 한화, 교보 등 빅3도 어렵습니다. 보험회사가 그냥 망하면 고객들이 받을 돈 가운데 5000만원까지만 보장이 되고 다행히(?)  다른 회사로 계약이 이전되더라도 과거에 약속받았던 고금리는 받지 못하게 됩니다. (고금리를 계속 줘야 하는 고객을 떠안을 보험사는 없으니까요)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보험산업이 시작된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이미 그걸 대비한 물밑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원칙적으로는 금융당국이 보험회사의 상황을 점검해서 약속한 돈을 고객에게 돌려줄 만한가를 확인하고 모자라는 돈은 주주들에게 투입하라고 하며 그게 안 되면 문을 닫게 하는 게 옳습니다. 다만 그 일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는 걸 금융당국은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축은행이나 시중은행이 이런 불안한 상황이면 얼른 예금을 깨서 우체국 같이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답이지만 보험회사는 불안하다고 보험을 깰 수는 없습니다(깨는 순간 손해이니까요). 소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답도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시중 금리가 다시 올라서 보험회사가 수익을 내기를 바라는 방법 뿐입니다).

– 다른 나라에선 이런 일에 어떻게 대처했나요?

이런 고민은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벨기에도 보험회사들이 고금리를 약속하고 판매한 보험이 많았는데 (2016년말 평균 보증이율이 3.46%) 그런 보험상품을 약간의 웃돈을 얹어서 해지했습니다. 그냥 해지하라고 하면 하지 않을 테니 웃돈을 얹어줘야 했는데 그 웃돈은 그 계약이 계속 유지될 경우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돈보다는 적었습니다. 주로 집을 산다거나 하는 목돈이 필요하거나 대출이 필요한 가입자가 그렇게 해지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재무구조 문제가 꽤 심각합니다. 금융당국이 손을 대기 시작하면 큰 뉴스가 될 겁니다. 그러나 개인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안전벨트를 잘 매고 있는 수밖에요.

리멤버 나우를 보고도 궁금함이 남으셨다면?

어려운 경제. 쉽게 풀어드리고 있지만 그래도 궁금한 점이 있으실 겁니다. 오늘의 리멤버 나우를 보고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아래 글처럼 답해 드립니다. 이 링크를 눌러서 궁금증을 해소해보세요!

박O희님, 답해 드립니다

시중금리가 올랐는데, 대출금리는 왜 내리죠?

얼마 전엔 요즘 시중 금리가 점점 오르고 있다는 글을 쓰셨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 봤던 내용에서는 금리가 낮아져서 집주인에게 유리해지고 있다고 하셔서요. 둘 중 어느 게 맞는 내용일까요? 두 금리가 상관관계가 적고,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예, 정확히 말씀드리면  <장기금리는 오르는데 단기금리는 내린다> 가 정확합니다. 네이버에서 ‘국고채 3년’을 검색하시면 만기가 3년짜리 국채의 최근 금리 흐름을 보실 수 있습니다. 3개월 전엔 1.2%에도 못 미치던 국고채 금리가 최근에는 1.5% 근처까지 올라왔습니다. 장기금리는 오르고 있다고 말씀드린 건 그 이야깁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금리가 <코픽스>라는 지수에 연동하는 변동금리대출인데요. 이  <코픽스>는 은행의 예금금리에 따라 움직이고, 은행의 예금금리는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 같은 단기금리에 연동해서 움직입니다.  네이버에서 ‘코픽스’를 검색해보시면 최근 1년간 그 코픽스가 계속 내려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는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내릴 때 같이 내리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꽤 많은 경우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최근 몇 개월 사이의 금리 움직임이 그런 사례입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있어서 미래엔 경기가 괜찮아질 기대에 장기금리는 올랐지만, 얼마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탓에 단기금리는 떨어졌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세계 최대 석유회사의 주식이 인기가 없는 이유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석유업체 아람코는 사우디 아라비아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한 큰 회사입니다. 사우디 석유 생산은 이 회사가 모두 맡아서 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10%이고, 우리나라의 원유소비량의 3배가 넘습니다.

이런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서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사우디에 석유 아닌 다른 산업을 키워보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시장의 투자자들이 그 아람코의 주식에 별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람코는 최근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서 벌일 예정이던 투자설명회도 취소했습니다. 자국의 부호들에게 아람코 주식을 사실상 할당해서 처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람코 상장의 흥행이 실패한 것은 당연해보이기도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석유의 미래는 없다(친환경 에너지가 보급되면서 10년쯤 후가 되면 석유 소비량은 피크를 칠 것이고 아무도 석유를 사려고 하지 않는 때가 곧 올 것이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아람코 주식을 팔겠다는 것인데요.  스스로도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석유를 생산하는 회사의 주식을 다른 투자자들은 귀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우디가 생각하는 아람코의 기업가치와 시장의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아람코의 가치가 서로 달라서 생긴 일입니다.

데일리 체크

지난해 4분기부터 줄어들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다시 커졌습니다. 올해 3분기 글로벌 D램 제조업체들의 매출은 2분기보다 4.1%가량 늘어났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증가폭이 3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보다 컸습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는 4분기에 서버와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늘어 D램 출하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e커머스 금융에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그동안 일부 캐피털업체가 이끌고 있었지만, 시중은행과 개인 간(P2P) 대출 중개 플랫폼도 뛰어들었습니다. 은행들은 대형 쇼핑몰과 제휴를 맺고 쇼핑몰 대신 소상공인들에게 대금을 정산해주는 상품을 내놨습니다. 소상공인은 은행에 이자를 내야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의 입장에선 개인 신용대출을 받는 것보단 이득입니다. 금융회사도 부실 위험이 적은 새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어 이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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