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수] 아시아나 인수한 HDC의큰 그림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소식을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지난주 건설회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한 것이 큰 화제였습니다. 이 건설회사는 왜 항공사를 인수했을까요?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뭘까요? 우리나라 다주택자 수가 역대 최대라는데, 이걸 ‘부자들이 늘어났네’라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11월20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아시아나 인수한 HDC의 큰 그림

사진 출처: 에어로모빌.

현대산업개발(HDC)그룹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국적 항공사의 매각이라서 큰 관심을 모았던 사안이었습니다. HDC그룹은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그룹보다 수천억원을 더 써내 최종 낙점을 받았습니다.

– 항공업 경험이 없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를 인수한 이유는 뭘까요?

많은 미디어들은 HDC그룹이 영위 중인 기존 사업들과의 시너지에 주목했습니다. 쇼핑몰과 면세점 등을 운영 중인 유통 부문과 오크밸리와 파크 하얏트 등을 운영 중인 레저 부문은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정몽규 회장은 “HDC그룹이 모빌리티 그룹으로서 도약하겠다”고 발언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모빌리티는 주로 자동차 회사나 IT 기업들이 콜택시, 승차공유, 자율주행, 킥보드공유, 주차장공유 등의 사업을 추진할 때 사용되던 단어입니다. 항공사를 인수하면서 모빌리티 그룹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것이 다소 당황스럽게 받아들여진 이유입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고도 궁금함이 남으셨다면?

어려운 경제. 리멤버 나우에서 쉽게 풀어드리고 있지만 그래도 궁금하신 점이 있으실 겁니다. 오늘의 리멤버 나우를 보고 이해가 안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들이 답변을 드립니다. 이 링크를 눌러서 지금 질문을 남겨보세요!

데일리 브리프

부자들만 점점 부자가 된다고?

우리나라의 다주택자가 1년 사이에 7만3000명이 늘어나서 역대 최대라는 소식은 해석에 주의를 해야 합니다. 일견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다주택자가 늘어나는 게 당연한 구조 입니다. 주택 소유의 양극화 여부를 진단하려면 다주택자의 증가폭이 어떤가를 봐야 합니다(증가폭은 둔화됐습니다). 다주택자 자체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의 주택은 현재 약 1763만채이며 매년 30~40만채씩 늘어납니다(인구가 아직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구 증가가 멈추더라도 소득향상 등의 이유로 독립해서 따로 사는 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가구 수가 늘어나서 필요한 주택 수가 많아집니다) 매년 낡아서 멸실되는 주택만큼 새 주택이 공급되고 나서도 추가로 매년 30~40만채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작년보다 늘어나지 않으면 새로 늘어나는 모든 주택을 오직 무주택자가 구입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1주택자나 다주택자들이 더 이상 추가로 집을 사기 어려워지거나 기존 주택을 매각해야 하는 불가피한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 현실화되기 어려운 그림입니다.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쏟아지면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무주택자도 집을 과감하게 구매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다주택자가 줄어드는 일은 우리나라의 가구 수가 줄고 주택 수 자체가 줄어서 다주택자와 무주택자가 모두 감소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는 현실화되기 어렵습니다.

한국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가운데 주택소유 가구가 감소했다는 통계 해석도 40대 인구와 가구 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40대 유주택자도 감소했지만 40대 무주택자도 감소했습니다.

눈여겨볼 만한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인 주택소유율 입니다. 55.9%에서 56.2%로 약간 늘었습니다. 유주택자도, 다주택자도, 무주택자도 모두 늘어났지만 무주택자였다가 유주택자가 된 사람들이 더 많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집값이 오르자 무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주택을 사들였다고 볼 수도 있고, 고령화 현상의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개 나이가 들어가면서 집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집을 소유할 만큼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꽤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강남 아파트 청약점수 커트라인 급상승

요즘 서울 강남 지역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청약 가점이 70점은 되어야 합니다. 커트라인이 최근에 10점 정도 올라간 겁니다.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이 대부분 ‘지원서 접수’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당첨만 되면 무조건 좋은 아파트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품질이나 입지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시세보다 현격하게 저렴한 분양가 때문입니다. 물론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현금이 많은 부자들이 어쩌다 무주택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부자들에게 왜 로또 아파트를 주느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을 이런 먹이(?)로 유혹하지 않으면 그 자금력으로 기존 아파트를 사들이게 되고 그러면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이런 부당한 차익(원래 재건축 조합이나 시행사가 가져갈 몫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받아가는 구조입니다)은 적어도 국가가 흡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럴 경우 분양가와 정부에 납부하는 돈을 합치면 시세와 비슷한 가격이 되고 그러면 로또 아파트가 아닌 게 되고  그러면 굳이 청약을 기다리지 않고 기존 아파트를 사게 됩니다. 

집값도 억누르면서 로또 아파트라는 말도 듣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데일리 체크

주말 장보기도 대형마트가 아닌 온라인몰에서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업체들끼리 경쟁하며 할인행사를 진행해 온라인 주문이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것보다 싸고 간편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형마트는 심야와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엔 영업을 할 수 없어 경쟁력도 뒤쳐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이마트는 각 점포가 아닌 김포 물류센터에서 새벽배송 상품을 출하하고 있습니다.

무디스가 내년엔 우리나라 경제가 2.1% 성장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습니다. 무디스는 그 이유로 2019년에 경제성장이 더뎌 기저효과가 있고,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국내 수요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반도체시장도 크게 축소되지 않을 걸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수출 주도 산업인 철강, 화학, 정유 등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가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에 인수됐습니다. 닥터자르트의 기업 가치는 약 2조원으로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에스티로더가 아시아 뷰티 브랜드를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가 미국과 아시아의 밀레니얼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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