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화] 고위험 고수익 상품, 은행에선 못 산다?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앞으론 원금의 20% 이상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상품은 은행에서 팔지 말라는 정부의 정책이 발표됐습니다. DLF 사태가 재발하진 않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적자 공기업들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얼핏 생각했을 때 납득이 안 가지만, 공기업의 목표는 이익 추구가 아니라는 점을 살펴야 합니다. 11월 19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고위험 고수익 상품, 은행에선 못 산다?

외국 국채 금리의 변화에 따라 내 수익률이 좌우되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원금이 대부분 사라지는 손실을 겪으면서 정부가 재발방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그 재발방지책의 요지가 사실상 <앞으로 그런 위험한 상품은 판매하지 말라>는 것이어서 논란이 꽤 있습니다. (원금의 20% 이상 손실 가능성을 포함한 상품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하고 그런 사모펀드는 은행에서 팔지 말라는 게 대책의 핵심입니다.)

– 어떤 논란이 있죠?

은행권에서는 이 대책을 두고 뒷말이 많습니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교통사고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아예 도로에서 자동차는 달리지 말라고 하는 격이라고 불만입니다.

은행들은 앞으로 장사를 못하게 됐으니 은행들의 불만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해당사자들의 편협한 반발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생각할 지점이 좀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요약하면 1)원금을 대부분 날릴 수도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그런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것이기도 하고 2)원금을 대부분 날릴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 금융상품인데 그 위험을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고 그 상품에 가입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1)번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예 그런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한 것도 대책이 될 수 있지만 2)번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들이 더 조심하도록 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늘 2번의 대책은 꺼내들지 못하는 것일까 가 고민의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아파트를 파는 건설회사가 “이 아파트는 사두시면 큰 돈이 될 겁니다”라고 했다고 나중에 그 아파트값이 내렸을 때 그 건설회사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걸 대부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독일국채금리에 연동하는 금융상품을 팔 때 ‘여기에 투자하시면 꽤 짭잘할 겁니다”라고 했다가 소비자가 손해를 보면 그 비난은 이번처럼 금융회사로 쏠리고 대책을 요구합니다.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독일 국채금리가 내려갈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은행원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텐데 “설마 독일 국채 금리가 그렇게 내려가겠습니까 아무 일 없을 겁니다”라고 덧붙여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 것이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에게 질문해서 답을 얻는 건 아파트 값이 오를지 아닐지 아파트 분양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 위험한 상품을 못 팔게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나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1)그런 상품은 팔지 못하게 막는 것과 2)위험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경험을 계속 쌓아가는 것 두 가지입니다. (물론 불완전 판매를 하는 금융회사도 피해를 본다는 경험을 함께 쌓아가야 합니다만, 판매를 못하게 하면 그런 경험도 쌓지 못합니다)

1번의 대책은 강력해보이고 당장은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팔아야 할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을 늘 정부가 정해줘야 합니다.  2번의 선택은 늘 소음을 유발하고 때로는 정부가 무능해보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대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금융위원회도 이번 대책을 “은행들에게 위험한 바다에서 수영하지 말고 일단 실내에서 수영하라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바다 수영은 바다에서 자주 수영을 해봐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실내에서 계속 수영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바다에서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바다 수영을 배워야 하는 게 은행일까요. 아니면 소비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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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공기업은 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공기업이 꽤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성과급을 많이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정부로부터 받은 평가가 우수했다는 게 성과급을 준 배경인데요. 이 지적이 설득력이 있든 아니든, 이런 지적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우리가 공기업을 평가할 잣대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사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면 그에 비례해서 주가가 오르고 좋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전자가 좋은 기업이라고 한다면 그게 유일한 이유입니다. 물론 ‘존경 받는 기업’과 좋은 기업은 좀 다를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익을 많이 내서 배당도 많이 하고 투자도 적재적소에 잘하는, 그래서 앞으로도 더 많이 이익을 낼 것 같은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공기업은 이익을 많이 냈다고 좋은 기업이거나 부채가 많다고 나쁜 기업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공기업은 LH공사인데요. 시중에서 자금을 빌려와서 토지를 개발하고 그 토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짓거나 그 땅을 다시 민간 건설업체에 매각하는 일을 합니다.  일을 열심히 많이 할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 입니다. 만약 부채를 줄이고 싶으면 그날부터 일을 안 하면 됩니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서 매우 비싼 값에 팔거나 월세를 많이 받으면 쉽게 ‘흑자’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채가 적고 이익이 많이 난다고 좋은 공기업, 그 반대라고 나쁜 공기업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부채가 많고 적자가 많은 게 좋은 공기업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가 적자재정 정책을 펴면서 재정을 많이 쓰는 게 좋으냐 나쁘냐의 논란과 비슷합니다. 이것도 정답이 없는 논쟁입니다. 그러니 공기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공기업 직원에 성과급을 주느냐는 문제는 각자의 의견이 일치하기 어려운 기준입니다.

집값에 바람 넣는 아파트 선분양제

요즘 서울에서 새로 분양해서 입주하는 아파트들은 입주 무렵의 거래 가격이 분양가보다 평균 3억7000만원 정도 비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분양은 대체로 3년쯤 전에 했을 테니 요즘 서울 새 아파트 값이 최근에 계속 올라서 3년쯤 전보다는 약 3억7000만원 정도 올랐다는 말과 거의 같은 이야깁니다. 일견 당연해보이기도 합니다만  아파트 분양을 선분양으로 할 때와 후분양으로 할 때 아파트값 변동의 차익을 누가 가져가는가를 알 수 있는 수치 이기도 합니다.

만약 아파트를 후분양으로 팔았다면 3년 전에 분양된 아파트는 그때 분양되지 않고 요즘 ‘판매’됐을 겁니다. 그리고 그 가격은 3년 전 분양가보다 3억7000만원 정도 비쌌을 겁니다.  선분양은 그 3억7000만원이 분양 받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 것이고 후분양이었다면 그 3억7000만원이 아파트 건설(시행)회사나 재건축∙재개발 조합에게 돌아갔을 것입니다. 

선분양과 후분양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아파트 불패신화가 생긴 이면에는 선분양 제도로 인해 입주 무렵에는 늘 분양가보다 비싼 가격이 형성되고(분양이후 입주까지 약 2~3년간 물가가 상승하므로 아파트값도 웬만하면 더 오릅니다)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가 손해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경험칙이 작동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택배∙배달기사는 자영업자? 아니면 근로자?

‘특수고용직 근로자’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근로자인 듯 아닌 듯 이렇게 보면 근로자 같고 저렇게 보면 프리랜서 자영업자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면 정수기 점검원,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배달기사 등입니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 상품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지만(그래서 그 회사 직원인가? 싶은 생각이 자주 들지만) 그 회사에서는 ‘우리 회사 직원은 아니다’라고 하는 이들입니다.

그 회사 직원이 아닌 이유는 출근이나 퇴근을 그 회사로 하지 않고 아무 때나 정해진 일만 하면 되고 그 회사 일 말고 다른 회사 일을 같이 하더라도(그게 쉽진 않지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회사가 정해놓은 일을 그 회사의 스케줄과 지시에 따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직원’이 아니냐는 논란이 늘 있습니다.  직원이라면 4대보험과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혜택을 회사가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은 논란이 있지만 직원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4대보험은 아니라도 산재보험은 제공되어야 한다는 규제가 있어서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퀵서비스 기사 등은 산재보험에 이미 가입되어 있었습니다(현실적으로는 본인이 거절할 경우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 때문에 상당수가 가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1인 자영업자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산재보험의 보험료는 가입자와 기업이 반반씩 내게 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오전에는 학습지 교사 오후에는 보험설계사로 일하거나, 오전에는 정수기 점검 오후에는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경우는 누가 이 노동자의 산재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기준을 정하면 그 부담주체를 정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부담주체가 정해지면 곧 4대보험까지 부담하라는 압박이 생길까봐 기업들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데일리 체크

저성장 시대가 다가오면서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특히 서울 부동산)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 엇갈립니다. 그만큼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방증일 텐데요. 집값이 앞으로처럼 오를 거라고 예상하는 쪽은 저금리 시대에는 안전자산인 부동산의 인기가 올라가고, 그래서 집값도 오를 거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수요가 줄고, 집값도 더는 오르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변동폭이 크진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의 고용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질 낮은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럽 지역에서 일자리는 1000만개 이상 증가했지만, 상당수가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시간 일자리나 임시직, 자영업 일자리였습니다. 일례로 유로존의 임시직 노동자 비율은 지난해에 14.2%에 이르렀으며, 가난에 빠질 위험이 있는 노동자 비율도 지난 10년간 7.9%에서 9.2%로 증가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47%가 단시간 노동자일 정도로 단시간 노동자의 비율도 높았습니다.

95년 전 진로가 출시한 첫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35도였습니다. 지금 소주 시장에선 16도가 대세입니다. 음주 문화가 변하면서 순한 술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고, 소주의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소주 판매량이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변화를 부채질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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