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목] 초저금리 시대, 아직 덜 내렸다?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리멤버 나우의 저작권은 리멤버에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배포를 금합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더 내렸습니다. 사상 최저 금리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금리가 덜 내려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물가성장률이 0%대에 멈춰있기 때문인데요. 금리가 어디까지 내려갈지 살펴봤습니다. 10월 17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초저금리 시대, 아직 덜 내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계단 더 내렸습니다. 1.25%로 내려왔는데 단군 이래 가장 낮은 기준금리입니다. (단독 1위는 아니고 2016년 6월에도 이런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지금도 별로 높아보이지 않는 금리를 더 내린 이유는  사실은 금리가 높기 때문 입니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인 걸 저도 압니다.)

– 단군 이래 가장 낮은 금리를 두고 <사실은 높은 금리>라고 하는 이유가 뭔가요?

예를 들어 물가가 4%쯤 오르는 상황일 때는 기준금리가 3%라면 이 때의 금리는 낮은 금리입니다. 3%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려서 뭘 사면 4%는 오르니까 1%의 이익이 생기죠. 다들 돈을 빌리려고 합니다. 이럴 때는 금리가 낮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이 0%인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1%라면 그건 오히려 높은 금리입니다.  1%의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려서 뭘 사봐야 하나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니까 다들 돈을 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럴때는 금리가 높다고 표현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물가가 매우 안 오르는 상황이어서 1.5% 안팎의 거의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인식됩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 그래도 금리를 내리면 부작용이 있지 않나요?

물론 금리를 내린 부작용도 걱정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 금융회사들의 마진이 줄어드는 데 따른 위기 가능성,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 등은 조금씩 더 커졌습니다. 7명의 금통위원 중에 2명이나 ‘동결’의견을 제시했다는 소식도 약간은 의외였습니다.  시장에서는 그런 정황을 볼 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하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시장 금리는 오히려 약간 올랐습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금리를 얼마나 더 내릴 수 있겠냐는 이른바 ‘실효금리 하한선’ 논쟁도 다시 달궈지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야 0%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기준금리가 어느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내린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부작용만 커지기 시작하는 선이 존재할 것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백화점 세일을 90%를 하나 95%를 하나 손님이 몰리는 건 별 차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1.0% 정도가 마지노선이라는 주장부터 제로 금리도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 상황이 비슷한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우리나라와 금리 수준도 비슷하고 국가 신용도도 유사하면서 기축통화국은 아닌 호주는 올해 금리를 3번이나 내리면서 0.75%까지 기준금리를 낮췄습니다. 호주의 예를 참고하면 우리나라도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금리를 내리는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내리는 폭과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리를 찔끔찔끔 못 이기는 척 한 계단씩 내릴 게 아니라 두 계단, 세 계단씩 확 내리고 마이너스 금리라도 불사할 것처럼 강한 정책을 펴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먼저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경우 그걸 감당하면서까지 정부가 기다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도 더 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거리낌 없이 ‘더 내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금리를 더 내리겠다고 강하게 나가면 시장은 금리가 더 내려가는 쪽으로 베팅하지 않고 “가만있어보자, 이렇게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경기가 좋아지기도 하겠네, 경기가 좋아지면 오히려 금리는 오를 텐데 금리가 오르는 쪽으로 베팅을 하는 게 좋겠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생깁니다.

반대로 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하면 시장에서는 반대로 “금리를 저렇게 올리면 안그래도 불안한 경기가 더 나빠질테고 그러면 결국 금리는 내려오겠구나 금리가 내려가는 쪽으로 베팅을 하자”는 생각으로 시중금리가 낮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은 총재의 발언 그 자체보다는 그 발언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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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신도시에 철도가 늦게 깔린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만들어도 그 신도시와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교통망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지더라도 5년 이상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최초 계획보다 5년 이상 지연되는 곳에 전체의 64%를 차지합니다.

가장 큰(어쩌면 유일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입니다. 그래서 신도시를 개발하고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신도시 주민들에게 교통부담금을 함께 걷어서 도로나 철도를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만, 그렇게 걷는 돈이 신도시 주변의 교통망을 만드는 비용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정부 예산이 함께 투입되어야 하는데요.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어서 우선순위에서 늘 밀립니다.

신도시를 만드는 이유는 서울 등 대도시의 집값을 낮추고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도시에 도로와 철도가 제때 깔리지 않으면 신도시는 구도시를 대체하지 못하고 대도시의 집값 안정과 인구 분산은 불가능해집니다. 

집값을 잡자고 여기저기 도로와 철도를 깔자니 예산이 낭비되고(신도시 주변으로 도로와 철도를 깔아도 이용객이 충분하지 않아서 투입원가를 뽑지 못합니다) 예산 낭비를 막자니 서울 집값을 잡을 방법이 요원해집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늘 숙제이자 과제입니다.

소상공인 보호, 어떡해야 할까

생계형 적합업종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서점이나 두부, 자판기 운영, 부탄가스, 간장 고추장, 꽃가게 등은 대기업이 진출하지 말라는 겁니다. 영세한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중고차 매매업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묶어달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보호제도는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역시 장점과 단점,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 매매업을 아무나 할 수 있게 하면 대기업이 진출해서 시장을 꽤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중고차를 사고 팔 때 가격을 투명하게 하고 AS도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겠죠. 그 과정에서 영세한 중고차 상인들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대기업을 진출하지 못하게 막으면 중고차 매매시장에는 늘 고만고만한 영세업자들만 존재합니다. 그들은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멀리 내다보고 양심적으로 팔아도 다른 영세업자들이 물을 흐리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은 투명해지지 못하고 소비자들은 늘 불안하게 흥정해야 합니다. 그런 부작용은 중고차를 살 만한 소비자들이 아예 차를 사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도록 만듭니다. 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커졌다면 더 많은 고용과 매출이 생겼을 시장을 키우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대기업이 진출해서 잘할 수 있는 시장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묶는 게 경제 전체로 볼 때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어차피 대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이 적은 시장은 오히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묶어주는 게 효과적입니다. 어차피 대기업이 진출할 시장은 아니어서 그에 따른 손실은 없지만 혹시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선뜻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영세한 사업자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데일리 체크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와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아파트가 재건축 사업 시작 단계인 안전진단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습니다. 재건축이 어려워진 현상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서울시내에서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지난해엔 2곳, 올해는 아직 1곳도 없습니다. 매일경제는 수년 후 공급이 부족해져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중국 투자를 환영하며, 국외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얼어있던 한∙중 관계가 풀릴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과 자국의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삼성에 협력의 손짓을 보냈다는 비판적 분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탈락했던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주주 구성을 보완해 재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KEB하나은행∙한화투자증권∙SC제일은행∙웰컴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사와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그룹 등이 주주로 참여했습니다. 상반기엔 토스의 지분이 60%였지만, 이번엔 34%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자본 안정성을 높임으로써 토스뱅크가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될 확률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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