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월] 전세 사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에 대해 설명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요즘 전세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못 받았다는 소식이 종종 들립니다. 서울시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몇몇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인지 짚어봤습니다. 세계 제조업 성장이 멈췄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 입장에서는 답답한 소식입니다. 10월14일 ‘리멤버 나우’ 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전세 사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서울시가 전세 세입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요즘 전세 세입자 들이 전세금을 못 돌려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 세입자들이 겪고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숙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 어떤 내용인가요?

전세금이 내려가서 같은 금액으로 다음 세입자를 찾지 못하게 되면 집주인이 여윳돈으로 앞선 세입자의 전세금을 내줘야 하는데,  여윳돈이 없어서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케이스 1)가 대표적 이면서도 사실상 유일한 문제 입니다.

서울시가 추진할 것을 고려하는 대책은,  그럴 경우 보험사가 전세금을 대신 내줄 수 있도록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을 집주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하는 방법 입니다.(이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일이라 서울시가 맘대로 결정하지는 못합니다).

사실 전세 세입자가 피해를 입는 또 하나의 꽤 전형적인 케이스(케이스2)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원룸 7개가 있는 시가 7억 정도의 다가구주택인데 집 주인은 1명이고 은행 대출은 2억원을 받았고, 세입자들에게는 전세금을 1억 씩 받고 있다고 치죠.  이 집에는 전세로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만약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시가보다 비싼 8억에 낙찰된다 하더라도, 은행대출 2억원과 세입자에게 1억원씩(총 7억원)을 돌려주려면 돈이 모자라거든요 . 결국 <한지붕 아래에 사는 또 다른 세입자 가구가 집주인에게 지불한 전세금>은 새로 들어가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 주인이 은행에서 받은 대출과 똑같은 리스크 입니다. 그런데 그건 등기부등본을 떼 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다가구 주택에 전세로 들어갈 때 한지붕에 사는 또다른 세입자 가구가 얼마에 전세로 들어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한 경우도 자칫하면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체납한 세금을 전세금보다 먼저 받아갑니다) 이 정보 역시 세입자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공인중개사가 그런 정보를 집주인에게 요구하고 집주인이 응하지 않으면 중개를 거절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건의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 입니다. (이 역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일이라 서울시는 건의하는 입장일 뿐입니다)

– 문제네요. 그러면 법을 바꿔서 세입자가 피해 없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서울시가 잘 하는 거네요.

두 가지 방식 모두 서울시의 대책이라기보다는 서울시가 생각하는 아이디어 정도인 셈인데요. 중요한 것은  그런 아이디어의 입법화 가능성과 입법이 될 경우 실효성 입니다.

전세 세입자가 피해를 입는 케이스 1의 경우는 크게 보면 두가지 경우입니다. 첫번째는 집값이 얼마인지 가늠이 안되는 외곽지역의 빌라나 단독주택에 전세로 들어갈 때 어수룩한 세입자들이 집값보다 오히려 더 많은 전세금을 내고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그 집을 경매로 넘겨도 회수를 못하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도 못받습니다(보험회사가 바보는 아니니까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집주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하면 세입자 대신 보험회사가 그 전세금의 적정성을 판단하므로 세입자는 이런 사기는 안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결국 그런 일부의 나쁜 집주인과 어리숙한 세입자가 만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국의 모든 세입자들이 조금씩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방식 입니다. 임대보증금반환보증보험의 보험료(2년간 전세금액의 0.3~0.4%)는 결국 세입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되기 때문입니다.

종부세 같은 보유세는 모든 집주인이 아닌 다주택 고가 주택 집주인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부과되므로 그걸 세입자들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지만(전가하면 종부세 안내는 집주인이 내놓은 전세로 가면 되므로)  이 보험료는 전국의 모든 집주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비용이라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기가 더 용이 합니다. (아마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매월 얼마씩 전세 세입자에게 요구하게 될 겁니다.)

두번째 경우는 첫번째 케이스같은 위험한 집은 아니지만 전세금이 하락했는데 내려간 전세금만큼 집주인이 여유자금이 없을 경우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경매로 넘기기 전에 그 집주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전세금을 내주면 됐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빌려주는 대출금이 전세금보다 대부분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대출 규제가 생기면서 이런 해결법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

이런 문제를 임대보증금반환보증보험 의무화로 해결하는 것은  대출규제에 따른 비용을 역시 전국의 괜찮은 전셋집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는 정책 이 됩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규제가 필요하더라고 전세금 하락에 따른 전세금 반환용도로는 추가 대출을 허용해 주는 게 좀 더 나은 방식으로 보입니다.

– 그러면 공인중개사들에게 그런 정보를 미리 잘 수집해서 세입자에게 전달하게 의무화 하면 안되나요?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의 여러 상황에 대한 조사를 해서 세입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건 필요한 규제로 보입니다만,  이 문제 역시 집값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모호한 다가구 다세대 주택에서 주로 전세금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공인중개사에게 맡기기엔 어려운 문제 입니다.

보기에 따라서 나쁘게 보면 5억일수도 있고 좋게 보면 10억일수도 있어보이는 다가구 주택들은 매우 많습니다. (시세 판단이 잘 안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주택에 세입자들이 내고 있는 전세금 총합이 6억원이면 이 집은 안전한 집인지 위험한 집인지는 아무도 판단을 못합니다 . 조금이라도 위험한 집은 전세로 들어가지 말라는 충고도 허무하긴 마찬가집니다. 그런 약간 위험해보이는 집이 세입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갖고 있는 여유자금으로 전세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상태 좋은 집인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 그럼 세입자는 계속 피해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인가요?

사실 이런 문제들은 전세라는 제도 때문에 파생되는 고민들입니다. 원래 전세는 이렇게 위험한 제도입니다.

다만 집값이 계속 오르는 시기에는 전세금도 따라 오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로 불거질 일이 거의 없었지만  지역에 따라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하고 전세금도 내려가는 경우에는 많은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대출 규제로 집주인들도 현금 조달이 용이하지 않으니 피해사례는 더 늘어납니다 . 그러나 전세의 다른 대안은 월세 뿐이니 세입자들도 위험한 걸 알면서(또는 잘 모르면서) 전세를 선택하는 중입니다.

세입자는 큰 비용없이 집을 구하고 집주인도 높은 은행 문턱에도 불구하고 주택에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였던 전세제도가 품고 있던 다양한 부작용들이 요즘 나타나는 중입니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를 하고 있음에도 인기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건 전세라는 민간 무이자 대출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전세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한 늘 어느정도 안고 있어야 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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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제조업이 성장 안하면, 경제는 어쩌지?

과거에는 경제가 발전하거나 잘 살게 되는 걸 집에 없던 TV나 세탁기, 자가용을 새로 구입하게 되는 일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휴일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는 것, 가족들끼리 여행을 자주 떠나는 것, 퇴근 후에 원하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 등을 경제가 발전한 증거 또는 내 삶이 나아지는 증표로 해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그런 모양입니다. 제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이 과거에 비해 별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을 유혹해서 지갑을 열게 할만한 제품들이 과거처럼 쏟아지지 않는다는 말도 되고 소비자들이 이제 웬만한 뭔가를 구입하기 위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말도 됩니다. 생산방식과 기술의 발전으로 똑같은 세탁기와 TV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제조업이 별로 성장하지 않는 것을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것과 사실상 동의어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산업이 농업 뿐일 때는 농사가 잘 되는게 경제가 잘 되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농사가 잘 되는지 여부가 경제성장률과 별 관계가 없죠.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제조업 생산이 활발한 게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증거였지만  이제는 제조업 생산이나 제조업 부가가치가 별로 성장하지 않아도 경제가 잘 돌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제조업이 활발해도 다른 영역(여행 레저 외식 취미활동 건강 등의 서비스)이 부진하면 경제는 둔화될 수도 있습니 다.

 미국의 제조업이 계속 둔화되고 있는데 미국 경기는 나쁘지 않아보이고 실업률도 낮아지는 게 미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원활하게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도 그래서 나옵니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표 종목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에는 유쾌하지 않은 소식 입니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주식 포트폴리오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시가총액이 높은 순서대로 그 비율에 맞춰 사들이고 있다면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시대적 흐름에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왜 디지털화폐를 내려고 할까?

중국이 중앙집중형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기로 하고 일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언제부터 내놓겠다는 발표는 없지만 언제라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내놓는 디지털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와는 성격이나 목적이 전혀 다른 화폐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폐에 적혀있는 발행 일련번호를 추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사람들은 지폐를 사용하면서 어떤 지폐를 누구에게 또는 어떤 상점에게 줬다는 걸 기록하거나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알 수 없지만,  앞으로는 현금 대신 전자화폐를 발행하고 발행하는 전자화폐에는 현금처럼 일련번호를 부과하며 그걸 사용할 때도 전자방식으로 거래의 흔적이 남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

이런 정책의  단점은 프라이버시의 침해로 인한 ‘어두운 소비’의 감소 입니다.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소비는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인데 그게 경제에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런 디지털 화폐 정책의 장점은 돈의 흐름을 명확히 알 수 있어서 사람들이 뭘 선호하고 소비하는지 더 잘 알 수 있고 검은 돈의 흐름에 따른 부정과 비리도 줄일 수 있습니다.

 가장 기대되든 장점은 마이너스 금리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 모든 돈은 일련번호를 달고 전자지갑에 들어있기 때문에 어느날 일련번호가 15와 67로 끝나는 화폐를 삭제한다고 발표하면 전체 화폐의 2%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화폐를 들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2%의 금리가 적용된 것이죠. 사람들은 그렇게 되면 어차피 사라질 돈이니 1% 수익률이 나오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돈을 소비하고 투자할지도 모른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상상입니다.

데일리 체크

마이너스 통장에 의한 대출이 5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일반 신용 대출 대비 비싼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늘어난 이유를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돈은 필요한데, 집을 담보로 빌릴 수가 없으니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댄다는 설명입니다.

오는 16일 한국은행 금통위가 열립니다. 현재 연 1.50%인 금리를 연 1.25%까지 낮출 것 같다는게 시장의 전망입니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28%에 거래되는 등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 입니다. 설사 이번이 아니더라도 11월에는 거의 100%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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