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화] 대부업체가 힘들면 서민도 힘들다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에 대해 설명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대부업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져 대부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인데요. 대부업체의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도 있다는 점에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작년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재작년보다 4.6% 늘었다는 통계가 어제 화제가 됐는데요. 진짜 그렇게 늘어난게 맞을까요? 9월 24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대부업체가 힘들면 서민도 힘들다

직원이 말을 잘 안 들을 때는 사장님은 직원의 연봉을 깎아야 할까요, 아니면 오히려 올려줘야 할까요. 대부분은 연봉을 깎는 쪽으로 손이 먼저 가지만 연봉을 깎으면 그 직원은 말을 더 안 듣습니다. 지금 이 연봉을 받는 직원이 말을 잘 안듣는다는 건 ‘이 연봉은 다른 곳으로 가도 받을 수 있다’는 의미거든요. 오히려 연봉을 크게 올려서 다른 곳에서는 못 받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그날부터 말을 잘 듣습니다.

집주인들이 전월세값를 자꾸 올리면 집주인을 우대하는 법을 만들어서 집주인 숫자를 늘려야 전월세값이 내려가지, 집주인이 밉다고 집주인을 벌주는 제도를 만들면 집주인 숫자가 줄어들어서 전월세는 오히려 오릅니다.  비슷한 일이 대부업 업계에서도 요즘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대부업체들이 너무 비싼 이자를 받는다는 이유로 법정최고이자율을 계속 낮춰서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려주라고 압박하자 대부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덜 시달리게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 빌릴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 비싼 이자로 채무자를 착취하는 업체를 규제한 게 잘못인가요?

정부가 정한 법정금리 수준으로는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그 이자를 받고 빌려줬다가는 빌려준 돈을 떼이는 비율을 감안할 때 손해가 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게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는 이유로 해석됩니다.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는 것 자체는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그 불똥이 돈을 빌려야 할 소비자들에게 튀는 게 문제 입니다.

과거에는 신용도가 좋은 A와 신용도가 나쁜 B가 둘 다 연 29%에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법정최고금리를 24%로 낮춘 지금은 A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B는 받을 수 없습니다.

 B는 그래도 돈이 필요하므로 더 높은 이자에 불법 사채를 쓰고 있을 겁니다. (아니면 20%쯤의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정부지원금융상품을 쓰고 있을텐데 그 상품이 모든 서민금융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지원금 기금이 곧 떨어지거나 소수의 서민들만 이용이 가능하게 됩니다)

– 최고금리를 낮추기 전엔 A도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부작용이 있지 않았나요?

과거에 법정최고금리가 높을 때는 신용도가 높은 A도 불필요하게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했던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부업체들을 더 늘려서 그들의 경쟁으로 금리를 떨어뜨려야지, 법정최고금리를 내리는 식으로 대응하면 손쉽긴 하지만  B에게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막지 못합니다. 

서민들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그건 서민들의 경제수준을 높여야 되는 일 이라서(서민들이 돈을 빌렸다가도 돈을 잘 갚을 수 있는 상환능력을 갖춰야 하는 일이어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일을 법정최고이자율 숫자를 낮추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왜 많은 나라들이 서민들의 금융접근성 문제로 고민을 할까요.

법정최고금리를 2%로 낮추면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2% 이하의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는 게 아니라 아무도 돈을 빌리지 못하게 됩니다. 5%로 낮추면 신용도가 5%로 빌릴 수 있을 만한 이들에게만 대출이 돌아갑니다.  그건 그 숫자가 29나 24일 때도 똑같이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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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직장인 평균 연봉, 통계의 함정

작년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634만원으로 1년 전보다 4.6% 증가했고,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급여차이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소식은 어제 온라인에서 많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급여 통계를 보면 모든 근로자들의 평균이 1년 전보다 4.6% 올랐으니 내 연봉도 그 정도 오르면 보통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이 수치가 알게 모르게 연봉협상의 기준이 되곤 하는데) 한 가지 생각해볼 포인트가 있습니다.

4.6%라는 수치는 작년의 모든 근로자 평균급여보다 올해 모든 근로자 평균급여가 그만큼 올랐다는 뜻인데  문제는 작년의 모든 근로자와 올해의 모든 근로자가 서로 다른 집단이라는 데 있습니다. 

작년에 60세~65세 사이에 있던 고연봉의 정년을 1년 남겨둔 근로자들은 올해의 근로자 집단에서는 빠져나갔고 올해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그룹이 새로 편입됐습니다.  고연봉자들이 정년퇴임 등으로 빠져나가고 급여가 낮은 신입사원 그룹이 들어왔으니 평균 급여는 저절로 낮아집니다. 

그렇게 급여의 농도가 묽어졌음에도 전체 평균이 4.6% 상승했다면 들고 나지 않은 기존 근로자들의 급여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약 3%의 근로자가 빠져나가고 신입으로 충원됐다면 이들로 인한 평균 급여 하락 효과는 대략 4~5% 포인트쯤 됩니다.

(간단한 계산을 위해 근로자 100명이 있는 마을에서 97명의 연봉은 4000만원으로 동일하고 작년에 은퇴한 3명의 연봉은 8000만원, 올해 새로 들어온 3명의 연봉은 2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3명이 나가고 3명이 들어온 효과로만 평균연봉이 내려가는 게 4% 포인트쯤 됩니다. 나머지 근로자들의 월급이 8%가 올라야 4% 상승이 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 격차가 줄어든 것도 대기업 근로자 중에 은퇴자가 많으면 급여체계 자체는 변화하지 않아도 평균 급여의 차이는 줄어듭니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에 어디에 고령 근로자가 많은지는 통계에서 빠져있습니다.)

데일리 체크

휘발윳값이 한 달간 계속해 오르고 있습니다. 이달 둘째주부터 유류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 탓이 큽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529원을 기록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격 이후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휘발윳값에 반영되는 시기는 10월쯤으로 전망됩니다. 피격됐던 사우디 국영 석유사인 아람코는 다행히도 9월 말이면 생산량을 원상복구할 것이라고 합니다.

4대 사회보험(고용, 건강, 국민연금, 산재)의 보험료가 급등하면서 직장인의 월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에 가까워졌습니다. 보장성을 확대한 건강보험과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난 고용보험의 보험료 인상률이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의 CEO가 경영권을 박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상장을 앞두고 있던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폭락하자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는 CEO 축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소트프뱅크가 가진 지분은 29%가량이어서 CEO 교체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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