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7.화] 정부 vs. 한은, 경제는 누가 살리나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에 대해 설명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불경기가 닥치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이 경기 부양을 정부가 돈을 풀어서 해야 할지 한국은행이 통화를 완화해서 해야 할지가 논란거립니다. 또 그만큼 중요한 문제가 어디에 돈을 풀어야 하는지입니다. 이 논란을 설명 드립니다. 9월 17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정부 vs. 한은, 경제는 누가 살리나

경기나 나쁘면 금리를 낮추거나 정부가 돈을 더 쓰는 게 일반적인 불황 탈출법입니다. 아, 정부가 돈을 더 쓴다는 건 민간으로 돈을 뿌린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 굳이 뿌릴 것 없이 민간이 쓸 돈을 민간의 지갑에 그냥 더 남겨두자는 의미의 ‘감세’도 경기를 살리는 정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저런 경기 살리는 방법들 중에 뭘 좀 더 강하게 사용해야 경기가 살아날 것이냐를 놓고 요즘 논쟁이 뜨겁습니다. 정부는 중앙은행보고 금리를 더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고(트럼프의 요즘 트위터 단골 주제이기도 합니다) 중앙은행들은 ‘더 이상 금리를 낮출 여지가 없으니 정부가 재정을 풀어라’라고 반박합니다. 유럽이 요즘 재정적자를 좀 더 많이 허용하는 쪽으로 룰을 바꾸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게 그 사례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기는 중앙은행 혼자 살리는 게 아니니 정부도 재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혀왔습니다.

-한은이 구체적으로 정부에 어떤 요구를 하나요?

오늘은 한국은행이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정부가 돈을 1조원 더 풀면 국내총생산(GDP)이 1.27조원 늘어난다> 는 겁니다. 정부가 1조원의 돈을 풀면 국내 총생산이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는 학자마다 계산이 다르고 상황마다 결과가 다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가 새로운 사실을 찾아냈다고 보긴 힘듭니다. 다만  정부가 돈을 쓴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국내총생산 증가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가 돈을 풀면 경기가 얼마나 살아날 수 있느냐는 앞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논란거리가 될 주제인 것은 확실합니다.

-정부가 돈을 쓰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나요?

일반적으로 정부가 돈을 쓰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긴 합니다. 정부가 재정을 1조원 풀어서 아파트를 지으면 1조원어치 아파트만 생산되는 게 아니라 그 아파트를 짓기 위해 각종 중장비도 새로 생산될 겁니다. 건설노동자들은 아파트를 짓느라고 받은 임금 덕분에 그 돈으로 음식이나 옷을 사는 횟수를 늘릴 것이고 그에 따라서 음식이나 옷, 또는 각종 생활용품의 생산이 더 늘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처럼 정부가 1조원을 풀 때 국내총생산(GDP)은 2조원 넘게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1조원어치 아파트를 지으면  <정부가 짓지 않았다면 지으려고 했으나 정부가 짓는 바람에 수요가 겹쳐서 짓기를 포기하는 민간아파트>도 생깁니다.  정부가 재정을 푸는 바람에 민간의 투자가 줄어들어서 생기는 마이너스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국의 아파트 수요가 1조원어치 뿐이라면 정부가 1조원어치 아파트를 지으면 민간 건설회사는 1조원어치 아파트를 지을 뻔 하다가 안짓게 되니 전체적으로는 효과가 0입니다.

(심지어는 민간이 지었으면 좋은 주방가구를 들였을 텐데 정부가 짓는 바람에 싼 가구를 넣게 되어서 오히려 그냥 민간이 지을 때보다 국내총생산 증가효과가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정부 지출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정부가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건가요? 말아야 한다는 건가요?

결국 정부가 재정을 풀면 경기가 얼마나 좋아지는가에 대한 답은  “정부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쓰는 예산 중에는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도로 건설, 보도블럭 교체 등) 경우도 있고 국민들에게 돈을 쓰라고 나눠주는 경우(기초연금 등을 비롯한 각종 복지수당)도 있습니다. 전자는 앞서서 아파트 1조원어치의 사례와 비슷하게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꽤 많은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어떤 사람에게 50만원의 복지 수당을 나눠줬는데 그 사람이 그 돈을 안쓰고 그냥 통장에 넣어뒀다면 그 재정지출의 효과는 제로입니다. 단순히 납세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수혜자의 주머니로 옮기기만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 돈을 모아서 도로를 건설하면 당장 도로를 건설하는 비용만큼의 경제성장 효과가 나타납니다. (정부가 경기가 나빠질 때 건설 투자를 늘리는 것은 건설업자들을 배불리기 위한 음모가 아니라 그게 그나마 즉각적인 경기 부양효과가 나타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는 복지수당보다 SOC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 것도 그게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똑같은 50만원의 복지수당을 주더라도 그 수당을 받은 사람이 그 돈을 효과적으로 지출하면 그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더 많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그 돈으로 예정에 없던 외식을 한다면 그 식당의 매출만큼 GDP가 올라가고 또 그 식당은 나무젓가락이나 수저나 간판을 새로 구입하게 되고 수저 제조업체는 기계를 또 구입하게 되는 선순환이 생깁니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기 위해서는 외식을 하는 그 식당의 메뉴가 돈을 쓸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맛없는 식당, 외면받는 식당은 빨리 문을 닫고 그보다 더 맛있는 새로운 식당들이 계속 나와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라면 임대료가 올라가는 곳은 임대료를 낮추라고 할 게 아니라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 손님이 많은 좋은 식당이 들어오도록 해야 하고, 손님이 없어서 어려운 식당은 빨리 문을 닫을 수 있게 재취업 등의 통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 자리에 더 맛있는 식당이 생기고 그 식당에 돈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경제가 살아납니다.

그런 빠른 순환을 우리는 구조개혁, 또는 구조조정이라고 하는데요. 가끔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가 살아나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다만 그 고통스런 과정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늘 우리를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복잡하면 한은이 계속 금리를 인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금리인하보다 재정지출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금리인하의 혜택은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신용∙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데 이들이 불경기 탓에 그 돈을 비즈니스에 투자하지 않고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는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게 현재의 고민거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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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의 본질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최근 우버 기사들에게도 우버가 4대보험 등을 제공하라는 AB5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버는 1인당 400만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생깁니다. 당연히 우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버의 반발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법안의 본질은 우버 기사들이 독립적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우버 기사를 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라는 것일 뿐이라고요. 즉 우버 기사가 본업인 사람들만 우버 정규직으로 채용하게끔 할 뿐, 꼭 4대보험 같은 복지망을 모든 우버 기사에게 제공하라고 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고민의 본질은 이 법안이 우버를 어떻게 규제하느냐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1. 플랫폼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사회복지망의 결손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와 2. 우버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의 경쟁력이라는 게 결국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면서 생기는 사회복지망 부담을 벗어던진 것 그 자체에서 나오는 비용절감효과가 전부인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고민의 본질입니다.

기업이 근로자를 꼭 필요로 하고 다른 대안이 없을 때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근로자들의 복지를 상당부분 기업이 떠안게 강제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플랫폼을 통해 근로자들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게 가능해진 상황에서는 기업들에게 그런 사회적 비용을 전가하기 어려워집니다. 근본적으로는  그런 사회적 비용을 납세자가 아닌 기업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게 정당했는가의 의문도 함께 제기됩니다. 

플랫폼 경제의 회의론도 깊은 고민거리입니다. 우버 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면 지불해야 했을 각종 비용을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보다 저렴한 요금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 이외에 우버가 창조하는 가치가 뭐냐는 질문입니다. 우버라는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그게 없었다면 놓쳤을 승객을 찾아내어 요금을 지불하게 만든 것이 우버 플랫폼이 제공하는 부가가치라는 반론은 있겠습니다만, 그 역시 앱으로 부르는 콜택시와의 차이까지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데일리 체크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피격된 직후 열린 어제 원유시장에서 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2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사우디가 피격 이전 생산량 수준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유가 상승이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며, 이들 주요 경제국들의 성장 침체가 결국 미국 등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유가는 이날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소식이 알려진 후 다소 안정됐습니다.

일본의 고령 인구 비율이 더 높아졌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이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요. 전체 인구의 28.4%가 노인입니다. 2위 이탈리아보다 5%포인트 높습니다. 일본 국책연구기관은 2025년엔 이 비율이 30%에 달할 걸로 예측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하는 고령자’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주가 ‘줄’과 같은 전자담배의 지역 내 생산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뉴욕주 고등학생 들의 27%가 전자담배를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률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앞으로 관련 규제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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