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수] 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

기준금리가 인하되자 예금 금리도 1%대로 떨어졌습니다. 예금 금리가 왜 이렇게 빨리 떨어졌는지, 이후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설명 드립니다.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유독 더 떨어졌습니다. 그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7월 31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

요즘 은행 정기예금 이자는 1% 중반으로 떨어졌습니다. 간혹 만기가 긴 적금들은 2%대 이자를 주는 은행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조차 모두 사라졌습니다. 한국은행이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내린 영향입니다.

– 예금이자 내리는 게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예금이자를 내릴 때는 이렇게 재빠르게 내린다고 은행을 원망할 일은 아닙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변화를 반영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를 내리든 올리든 반영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1주일짜리 단기 금리입니다. 이건 시중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MMF나 MMDA, CMA 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MMF나 MMDA, CMA는 ‘단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꽤 쏠쏠하게 주는’ 금융상품인데요. 단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려면 그 돈을 어딘가에서 굴려야 하는데 은행이나 증권사는 손님들이 단 하루만 맡기겠다고 예금한 돈을 단기 금융시장에서 굴립니다.

그런데 단기 금융시장의 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은 이번에 기준 금리를 1.75%에서 1.50%로 내렸는데요. 증권사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75%일 때는 고객들에게 연 1.7% 쯤 되는 금리를 주다가 요즘은 1.4%로 내렸습니다. 단기 금융시장에서 굴려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고객에게 주면서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드린다’고 하려면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 예금 금리도 CMA 금리의 영향을 받나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또는 적금 이자는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MMF 또는 CMA 이자율에 영향을 받습니다.  증권사들이 CMA 이자로 연 1.7%를 주면 은행들은 정기예금 이자로 그 이상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만 맡겨도 1.7%를 주는데 1년을 반드시 맡기고 중간에 깨면 안되는 정기예금 이자가 1.7%보다 낮으면 사람들은 은행에 예금을 안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자는 기준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늘 결정됩니다. 은행들 입장에서야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그러면 MMF나 CMA로 돈이 이동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높게 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기준금리가 뚝 떨어지고 그에 맞춰서 MMF나 CMA 이자가 뚝 떨어지면 은행들도 정기예금 이자를 같은 폭으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예금금리는 하루 이틀만에 비슷한 폭으로 하락합니다.

– 예금 이자율이 낮아지면 달라지는 게 뭔가요?

이렇게 정기예금 이자율이 1%대로 내려가면 나타나는 현상은 두가지입니다.

1.  부동자금이 크게 늘어납니다.  부동자금은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넣어둔 돈을 의미하는데요. 정기예금 이자율이 1% 중반이면 그 이자를 포기하고 그냥 수시 입출금식 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그런 돈들은 모두 부동자금으로 분류되는데 그런 부동자금이 많다고 해서 과거처럼 돈들이 투자처를 애타게 찾으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판단하면 안됩니다. 그냥 아무곳에나 넣어둔 돈일 뿐입니다.

2.  조금이라도 정기적인 수익(yield)을 제공하는 투자처들의 인기가 높아집니다.  오피스텔처럼 월세가 나오는 자산의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집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도 그런 맥락입니다. 다소 위험한 채권들도 수익률이 괜찮다는 이유로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초단기 근로자가 늘었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상황을 파악하는 데 가장 큰 혼란을 주는 변수는 바로 초단기 근로자입니다. 일주일에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근로자들이 요즘 20~30만명씩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취업자수가 늘어나는 폭과 거의 비슷합니다.

초단기 일자리라고 꼭 나쁜 일자리는 아닙니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일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가정에서 활용하는 건 선진국형 파트타임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늘어나는 초단기 일자리는 다소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주휴수당이나 4대보험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단기 일자리만 찾는 고용주들이 늘어난 탓으로 해석되기 때문 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은 정규직 비정규직 여부와 무관하게 고용주가 4대보험을 가입해야 합니다. 또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씩 유급 휴일을 주는 주휴수당 제도도 있어서 한 사람을 풀타임으로 고용하기보다는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하루 3시간만) 일하게 하는 일자리를 여러명 고용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 초단기 일자리에는 노인들을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유도하면서 늘어나는 단기 일자리도 꽤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혼란스런 변수들 때문에 일자리 개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경기가 괜찮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요즘 발표되는 일자리 통계는 그 숫자만으로는 해석이 쉽지 않습니다.

추경 예산이 드디어 통과됐다

총 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서 곧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당초에 쓰려던 예산보다 7조원을 더 쓸 수 있게 된 겁니다만,  이미 8월에 접어든 시점이어서 그 돈이 경기를 살리는 데 활용되기에는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의 예산이라는 게 국회에서 OK사인이 떨어지면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도로를 포장하는 일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시켜 통과됐다면 그때부터 견적을 산출하고 입찰을 받고 사업자를 정해야 합니다. 실제 돈은 이런 과정을 끝낸 후에야 지출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추경 예산은 꽤 많은 부분이 사용되지 못하고 남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 증시가 더 떨어지는 이유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걱정은 주가가 내린다는 게 아니라 ‘한국 증시만 내린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연초 대비 -1% 정도 하락한 상황인데 미국 나스닥은 25%, 대만 증시는 12% 가량 올랐습니다.

원인은 다양하게 제시됩니다. 중국와 미국의 무역전쟁의 악영향이 가장 강한 나라가 한국(그리고 대만)이기도 하고 일본과의 분쟁 가능성도 한국 고유의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요즘 해외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 때 과거보다 큰 폭의 하락을 보이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어서 매물을 흡수하는 완충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대체로 요약하면  대외 악재들도 많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국 고유의 악재가 함께 겹쳐있기 때문 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 등 대외요인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거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해법 등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고유한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데일리 체크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를 드러내주는 BSI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7월 BSI는 6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73이었습니다. BSI가 100을 밑돌면 부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1차금속이 하락폭이 컸습니다. 한은은 자동차의 경우 부품 수출이 감소했고 휴가철이라 영업일수가 줄었으며, 1차금속은 비수기인 데다 건설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용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7.1% 줄었습니다. 카드사들은 영업 비용과 마케팅 비용 축소, 자산 매각 등으로 수익 감소를 피했습니다.

29일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가 전날보다 1.3% 추락했습니다. 이달 들어서는 3.4% 떨어졌습니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인데요. 최근 당선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존 브렉시트 방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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