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수] 트럼프는 왜 무역협상 판을 엎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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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잘돼가던 무역협상은 다시 미궁에 빠졌습니다. 중국의 ‘기술도둑질’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을 보이자 원화 가치도 하락했습니다. 5월 8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

트럼프는 왜 무역협상 판을 엎었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서 “중국과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이 재협상을 시도함에 따라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어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5%로 10일부터 인상하겠다고 밝혀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대 타격을 가했습니다. 

– 양국은 왜 계속 싸우나요?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의 대미무역흑자 해소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지만  지적재산권 문제는 여전히 타결에 어려움을 겪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강경책을 제시한 게 아니냐고 관측 합니다.

표면적인 미·중 무역분쟁의 발단은 대규모 무역흑자 때문입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4192억달러로 종전 최고치였던 2017년 3755억달러에 비해 11.6%나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는 미국 경제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제조업체가 이전하면서 이른바 러스트 벨트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더 나아가 값싼 수입상품에 밀린 미국 기업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습니다.

이코노미스트입니다. 경제연구소와 금융기관, 그리고 연기금에서 경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무역전쟁에 몸값 떨어진 원화

달러∙원 환율은 어제 장중에 1174원까지 올랐습니다. 장 마감 무렵엔 전일보다 3.5원 내린 1166원에 마감했습니다만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 가능성에 따라 불안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게 되면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서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의 관세 장벽을 넘을 단기적 수단은 그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외환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 경우 원화 가치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입니다. 한국 경제와 중국 경제는 좋을 때는 같이 좋고 나쁠 때는 같이 나쁘기 때문에 위안화와 원화는 사실상 쌍둥이 통화처럼 움직여왔습니다.

위안화 움직임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움직임이 거의 비슷하니 위안화보다 거래가 편하고 쉬운 원화에 투자를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 경우에는 중국으로의 달러 유입량이 줄어서 위안화는 저절로 약세가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중국과 협력관계가 강한 한국 기업들의 매출도 함께 줄어들고 이런 움직임은 원화 약세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저런 불안요인들이 모두 반영된 결과가 현재의 환율이긴 하지만 그 강도가 더 강해질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주세법 개정이 늦어지는 이유

술에 세금을 붙이는 방식을 바꾸자는 주세법 개정 논의가 생각보다 난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부는 업계의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세법 개정은 쉽게 말하면 모든 술에 붙는 세금을 <리터당 얼마>로 바꾸자는 겁니다. <지금은 출고가격의 **%>로 매겨지고 있어서 가격이 비싼 술에는 세금도 더 많이 붙는 구조입니다. 주세를 <리터당 얼마> 방식으로 바꾸면 가격이 싸든 비싸든 같은 금액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생수에 붙는 세금을 리터당 100원이라고 정해놓으면 에비앙이든 삼다수든 세금이 동일하게 붙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비싼 술에는 비싼 세금을 붙이는 방식이 달라지면 결과적으로는 비싼 술에 붙던 세금은 저렴해지고 반대로 싼 술에 붙던 세금은 비싸집니다. 그래서 싼 술은 비싸지고 비싼 술은 싸집니다. 외국산 맥주보다 비싸게 팔리는 국산 맥주가 세금도 더 내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 때문에 시작된 개편안이지만, 그렇다고 주세 부과 방식을 <리터당 얼마> 식으로 바꾸면 다양한 부작용도 같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싼 위스키에 붙는 세금이나 비싼 위스키에 붙는 세금이나 세금은 동일하게 됩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비싼 위스키와 싼 위스키의 가격차이가 줄어듭니다. 싼 위스키 소비자들에게는 나쁜 소식이고 비싼 위스키를 마시던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됩니다.

 술을 만드는 과정을 혁신하고 개발해서 가성비가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줄어듭니다.  그냥 비싼 술로 팔든 원가를 더 낮춘 술을 만들든 세금은 동일하기 때문이고, 술에는 원래 세금이 많이 붙어있어서 원가를 낮춘 보람이 별로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술에 붙는 세금을 가격에 비례해서 매기는 것과 용량에 따라 동일하게 매기는 것은 어느 한 쪽이 좋은 제도가 아니라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이 논란은 외국산 수입맥주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낮은 국내 맥주업체들이 제조원가도 비싼데 그러면 세금도 비싸지니 장사 못해먹겠다고 불평을 하면서 시작됐습니다만, 바꿔 생각하면 그게 힘들면 스스로 노력해서 제조원가나 마케팅 비용을 낮추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자 세법을 바꿔서 균형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고 주세 개편을 시작했던 게 문제의 시발점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정부의 선택은 두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논란과 부작용을 그냥 떠안고 모든 주종에 대해 <리터당 얼마>식으로 바꾸는 겁니다. 두번째 대안은 소주와 위스키까지 손을 대면 소주값은 오르고 위스키값은 내리게 되니 맥주의 세금만 <리터당 얼마>식으로 바꾸는 겁니다. 후자가 부작용은 적겠지만 왜 맥주만 그런 식으로 세금을 매기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어렵고 세법이 누더기가 됩니다. 소주와 위스키를 별도의 주종으로 간주하고 세율을 달리 적용하면 왜 똑같은 증류주인데 위스키만 비싼 세금을 물리느냐는 위스키 수출국의 항의에 할말이 없어집니다. 주세법 개편이 계속 늦어지는 속사정입니다.

데일리 체크

정부가 고양 창릉동, 부천 대장동에 5만8000호 규모의 3기 신도시를 짓기로 했습니다. 이들 지구에는 지하철과 BRT(간선급행버스체계)가 신설됩니다. 서울 사당역∙왕십리역, 경기 안산 장상∙안양 인덕원역 등에도 주택 5만2000호를 짓습니다. 이로써 수도권에 주택 30만호를 새로 공급하는 3기 신도시 계획도 확정이 됐습니다. 지난해 9월 첫 발표부터 이번 발표까지는 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정부가 보여준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OECD 국가 중 가장 늦은 나이에 은퇴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만 73세에 은퇴하는데, OECD 평균 은퇴 시기는 만 65세가량입니다. 노년에도 일하지만, 지갑은 얇습니다. 소득이 중위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면, ‘상대적 빈곤’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비율이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45%로 나타나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세기 중후반 고도성장기를 이끈 노인층이 가족을 부양하느라 돈을 모으지 못했고, 퇴직 후에도 일용직으로 일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보단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금액은 총 64억4349만달러(7조5324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개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 규모는 줄었습니다. 미국 증시 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국내 인스타그램 이용자들 10명 중 9명은 인스타그램에서 물건을 발견하면 구매와 관련한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인스타그램은 자체 결제 기능을 도입하려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마켓이 개인 간 거래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불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점은 한계로 꼽힙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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