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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급을 떼서 노후를 보장해 준다는 퇴직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이 1%대라고 합니다. “그럴거면 차라리 적금을 들라고 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요즘 렌탈 구매가 대세인데, 정말 렌탈은 현명한 선택일까요. 4월 15일 ‘리멤버 나우’ 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내 월급 가져가놓고 수익률이 1%라고?
요즘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1%대(2018년 기준 1.01%) 에 불과합니다. ‘불과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눈높이는 그보다 높기 때문 입니다.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약 2% 수준인데 어떻게 금융회사에서 전문가들이 굴린다고 굴린 게 은행 정기예금에 맡긴 것보다 못하냐는 반발이 나올만도 합니다.
그러나 퇴직연금의 구조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래서 누가 이런 형편없는 수익률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범인이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기 어렵습니다. 퇴직연금의 이 형편없는 수익률은 가입자와 정부, 금융회사 등 이 퇴직연금을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합작품 입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다는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뾰족한 묘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퇴직연금은 근로자 연봉의 12분의 1을 지정한 금융회사에 차곡차곡 쌓아주고 그 금융회사에게 굴리라고 시키는 금융상품입니다. 과거에는 그 돈을 회사가 알아서 굴리고 보관하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으로 줬지만, 퇴직하기 전에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하면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외부에 빼놓고 굴리라”고 한 게 퇴직연금제도 입니다.
그렇게 외부로 빼놓은 퇴직금이 작년말 기준으로 190조원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약 600조원)의 3분의 1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이 돈을 지난 1년간 굴린 결과 수익률이 1.01%가 나왔습니다.
왜 수익률은 1% 밖에 안나오나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뒀으면 2%는 나왔을텐데 왜 그런 지경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형이 있고 원리금 비보장형(실적배당형)이 있는데 원리금보장형의 지난해 수익률은 1.56%가 나왔습니다. 퇴직연금을 굴리는 금융회사가 0.5% 정도의 수수료를 떼어가므로 그걸 떼어주고 남은 수익률이 1.56%이니 대략 2% 정도의 수익률은 올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에서 -3.8%를 기록했습니다. (작년에 주가가 많이 내려서 그렇습니다. 작년에 코스피지수는 무려 17% 하락했습니다). 그게 평균을 깎아먹어서 전체 수익률은 1.01% (수수료 공제후 수익률)가 된 겁니다.
2% 정도 수익률은 괜찮은 건가
원리금 비보장형은 주가가 안좋은 해에는 실적이 나쁠 수도 있으니 그렇다치더라도 원리금 보장형은 어디에 투자하길래 수익률이 2%(수수료 공제전)에 불과하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죠. 정기예금에만 넣어뒀어도 2%는 나왔을텐데 말이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정기예금에 넣어뒀다”입니다 . 실제로 퇴직연금의 40% 정도를 은행 정기예금이나 적금에 넣어두고 있고 30% 정도는 보험사의 확정금리 상품으로 굴렸습니다. 그런 곳에 돈을 굴리면 2% 정도의 수익률이 그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왜 그런 곳에 넣고 굴렸느냐고 야단치기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대로 원리금을 보장하면서 그보다 더 많은 수익률이 나오는 투자처는 없습니다. OECD 국가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4%에 이르는데 우리는 왜 이 모양이냐고 물으면 다른 나라 퇴직연금은 원금보장을 안한다고 답합니다 . 수익률을 높이든 원금을 보장하든 둘 중 하나만 요구해야지 둘 다 요구하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90%가 원리금 보장을 요구하는 상품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문제는 결국 원리금 보장을 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원리금 보장 옵션을 떼어내야 하는데 그걸 떼어내는 건 치열한 토론거리 입니다. 정부 내에서도 근로자의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을 위험하고 복잡한(그러다보면 수수료도 높아지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건 금융회사만 좋은 일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며 그 시각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회사 수수료는 왜 이렇게 많은가
퇴직연금에 쌓인 돈의 0.5% 정도를 매년 떼어가는 금융회사 수수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그걸 강제로 낮추는 것도 어렵습니다. 더 낮은 수수료로 관리하겠다는 금융회사가 안나타나서 생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낮춘다고 운용 수익률이 높아질 리 없으며 외부에서 직원들의 돈을 관리하고 필요할 때 돈을 내주려면 전산 투자와 인건비가 소요됩니다. 금융회사들의 치열한 가입 유도 경쟁을 볼 때 수수료를 낮출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쥐꼬리 수익률의 대안이 되긴 어렵습니다)
수익률이 일정 수준이상 나오지 않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 상품이나 금융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디폴트 옵션, 국민연금처럼 전문 운용조직을 따로 두고 굴리는 기금형 운용방식 등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손실이 날 경우 괜찮을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국민연금이나 군인연금 공무원 연금은 손실이 나든 어떻게 되든 정해진 연금을 받으므로 가입자 입장에서는 <원리금 보장형>이지만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처럼 기금운용본부를 만들고 굴리다가 혹시 손실이 나면 퇴직금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의 상당부분(64%)은 DB형이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나쁘면 근로자를 고용한 회사가 미래에 책임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당장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현재의 인사 재무 담당자가 굳이 리스크를 떠안고 위험한 고수익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도 관건입니다.
<1% 밖에 안되는 퇴직연금 수익률> 이라는 뉴스의 제목을 보면 몹시 답답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뭘 희생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려운 2중 3중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제도를 만든 이유가 근로자의 퇴직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회사도 믿지 못하니 외부 금융회사로 빼놓으라는 거였는데, 이제 그 원금의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허용하자니 그러면 이 제도가 과거의 퇴직금 제도보다 덜 위험한 게 맞느냐는 본질적인 의문과도 마주해야 합니다 .
그러면 근로자의 최선의 선택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건 이유가 있으며 그걸 높이려면 위험이 따라야 합니다. 다만 자기책임의 원칙하에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DC형을 선택한 근로자는 투자 결과가 그대로 본인의 수익으로 귀결되므로 어디서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챙겨봐야 합니다. (회사에 물어보면 어느 금융회사에 문의하라고 알려줍니다.)
그러나 챙겨본들 다른 금융회사로 옮겨가는 게 불가능하므로 그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다른 상품으로 옮겨가는 게 최선이긴 합니다. 그걸 막으려면 내가 퇴직연금을 가입한 회사가 내 계좌를 관리는 하더라도 그 돈으로 가입하는 상품은 “모든 금융회사의 모든 퇴직연금 상품”으로 범위를 넓혀달라고 정부에 제도 변경을 요구해야 합니다.
데일리 브리프
유류세 인하 4개월 연장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유류세를 15%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영원히가 아니라 6개월간이었는데, 4개월만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세금을 깎아주는 건 경기 부양책의 일환이므로 세금 할인 연장 결정은 경기 방어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만, 하필이면 유가가 요즘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질 때는 세금을 깎아주다가 정작 오르기 시작하니까 세일을 끝내느냐’는 핀잔을 듣기 거북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할인폭은 15%에서 7%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할인폭이 낮아지면 리터당 50원 안팎의 기름값 인상 효과가 생깁니다. 이 조치는 5월 7일부터 적용합니다.
유류세 인하의 가장 큰 논쟁거리는 그게 고소득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일 수 있다는 점 입니다. 경제를 살리는 데 감세가 유리하냐 증세가 도움이 되느냐는 여전히 토론중인 이슈이지만, 증세로 방향을 잡고 고소득자의 돈을 서민들에게 돌리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가 내놓은 유류세 인하는 그 취지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는 누구나 같은 세금 할인 혜택을 받는 바람에(심지어 기름을 많이 먹는 차를 타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습니다) 정책의 혜택이 분산되거나 심지어는 역진적인 방향으로 정책이 선택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대다수의 상대적 고소득층들이 스스로를 ‘서민들’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단지내 미분양 아파트는 몇개일까
그 지역에 미분양 아파트가 몇채쯤 있는지는 그 지역의 아파트 수요를 짐작하는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그러나 몇채가 팔리고 몇채가 남았는지는 그 아파트를 분양하는 회사만 압니다 . 가능하면 미분양 수치를 낮게 발표해서 한채라도 더 팔고 싶은 입장이다보니 고의적으로 미분양 규모를 줄여서 발표하기도 합니다.
회사보유분 급매, 동호수선택 가능 등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경우가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이렇게 회사의 발표만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아파트가 완공되고 소유자가 등기를 하기 전에는 그 분양권이 팔렸는지 아닌지를 알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양을 받고 계약만 체결해도 그 사실을 신고하도록 제도가 바뀌어서 정부가 미분양 여부를 직접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정부가 그런 실거래 통계를 통해 미분양 물량을 보다 정확하게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렌탈 구매는 현명한 선택일까
가전제품 렌털 시장에 삼성전자까지 뛰어들 조짐이라는 소식 입니다.
정수기 안마의자 침대매트리스 공기청정기 등 고가 제품들은 대부분 렌털로 판매하거나 이들 제품을 사들여 다시 렌털 방식으로 판매하는 전문 렌털업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유의 시대에서 빌려쓰는 시대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그럴듯한 설명을 곁들이긴 하지만, 항상 새 제품만 빌려주고 한번 빌려쓰기 시작하면 그 제품을 중간에 반품할 수 없다는 점에서 렌털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구조 입니다. 아직은 고가의 가전제품을 현금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소비자층에게 ‘합리적인 소비’라는 명분을 주는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소모품 관리 서비스까지 유료로 패키지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판매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정수기를 36개월 렌탈로 매월 4만원을 받으면 144만원을 내는 셈이지만 거기엔 방문 점검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과 판단이 모호해집니다. (일부 제품들은 렌털 방식으로만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그런 갈등을 없애주기도 합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관리서비스가 필요 없다면(필터 등을 따로 구매해서 교체할 수 있다면) 렌털보다는 신용카드 할부 구매가 조금 더 유리합니다. 그러나 36개월 정도의 장기할부를 신용카드로 진행하기는 어렵거나 카드 한도의 문제 등이 있을때는 렌털이 유용한 선택 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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