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월] 소득 3만 달러 시대에도 불행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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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는데요. 그런데도 삶은 여전히 팍팍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 드립니다. 유럽이 다시 양적완화를 재개했습니다. 3월 11일 ‘리멤버 나우’ 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소득 3만 달러 시대에도 불행한 이유

지난해(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4인 가족이라면 그 가족의 연간 소득은 약 12만 달러라는 뜻일텐데 주변에는 그렇게 많은 소득을 올리는 집들이 많지 않아보입니다. 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인데 그게 피부와 와닿지 않을까요. 그걸 설명하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한 해 전인 2017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745달러였습니다. 지난해에는 3만1349달러로 5.4% 늘었습니다. 원래 소득은 이렇게 조금씩 늘어납니다. 소득의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었다고 갑자기 피부에 확 와닿는 변화가 생길리 없습니다.

국민소득은 매년 비슷한 정도로 올라가고 그 정도의 소득 증가는 늘 피부에 와닿지 않아왔습니다.  지난해의 국민소득의 앞자리가 ‘3만’으로 바뀌었다고 그 변화는 유독 피부에 와닿아야 한다는 것은 전제가 잘못된 문제 제기 입니다.

데일리 브리프

왜 고용보험 가입자가 급증할까

우리나라는 요즘 일자리가 1년에 10만개 정도 늘어납니다. 60세 이상 노인들도 사실상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연간 30~40만개의 일자리는 생겨야 되는데 10만개 안팎의 일자리 창출로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요즘 새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근로자들은 1년에 50만명 정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1년에 10만개씩 늘어나는 일자리 중에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자영업자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1년에 50만명씩 늘어나는 고용보험 가입자의 상당수는 새로 일자리가 생겨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게 아니라 ‘ 이미 일자리가 있었는데 고용보험에는 가입하고 있지 않다가 뒤늦게 가입하는 사람들 ‘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4대보험 정도는 당연히 가입하는 게 근로자의 권리이자 고용관계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바람직한 인식이 왜 요즘 갑자기 생기고 있는지는 들여다봐야 합니다.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자리 안정자금 등 정부가 영세한 사업주에게  “직원 1인당 얼마”식으로 지원하는 고용보조금이 많아지면서(4대보험에 가입된 직원에게만 지원금을 줍니다) 4대보험에 가입해서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고용보조금을 받는 게 낫다는 계산을 하게 되는 사업주들이 많아지기 때문 으로 보입니다.

이런 지원금 혜택이 있을 때만 한시적으로 가입하는 고용보험이라면 혜택이 중단되면 과거의 계산으로 돌아가서 가입도 중단할텐데 그때가 되면 출근은 계속 하는데 나라에서 실업급여도 받는 이상한 근로자들도 꽤 늘어날 것입니다. (고용보험 납부를 중단하려면 서류상 실직을 해야 하니까요)

‘남는 시간’ 채워주는 사업 뜬다

요즘 사람들의 여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트렌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52시간 근무제 등이 안그래도 줄어들어온 근로시간의 감소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고령자들이 늘어난 것, 일자리 환경이 좋지 않아서 실업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람들의 여가가 많아진 원인입니다. 이런 현상은 여가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지출하는 금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통계에 나타납니다.

가계의 교육비 지출액은 지난해에 3.2% 늘었는데 사교육비 지출 때문이라기보다는  직장인들이 남는 여가시간을 뭔가 배우는 데 쓰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 됩니다.

문화생활 등 남는 시간을 채우는 데 소비되는 지출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나 새로 각광받는 상품들도 이 분야에서 더 많아질 것입니다.

유럽 경제가 부진해지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유럽 중앙은행도 경기 부양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 유럽은 여전히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부양을 더 강화할 방법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미국 중앙은행의 뒤를 이어서 금리 인상을 시도하리라던 분위기는 확 바뀌었습니다.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이라고 불리는 유럽식 양적완화도 올 가을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요즘 유럽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OECD는 최근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지난해 11월)에서 무려 0.8%포인트나 낮춘 1.0%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유럽의 유일한 기둥이었던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6%에서 0.7%로 내려앉았고, 영국(1.4%→0.8%), 이탈리아(0.9%→-0.2%), 터키(-0.4%→-1.8%) 등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연간 성장률이 1% 안팎인 나라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0% 포인트 가까이 갑자기 하락한다는 건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인은 중국과 미국의 충돌에 따른 두 나라의 소비 침체입니다. 세계 경제가 하나로 엮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는 아시아 지역에서 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 수출하는 게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수익모델이어서 입니다.  그 여파로 그들(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주머니가 부실해지면 한국제품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 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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